·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저자
읽는 정성
아주 가끔은 환자분에게 보약을 선물 받습니다. 혈기가 넘쳐서 진료를 하던 때에는 받지 못했던 선물입니다. 아마도 진료하는 모습이 예전 같지 않은가 봅니다. 보약 포장에 쓰여 있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리는 정성, 먹는 정성”. 그러고 보니 예전에 건강 때문에 지었던 한약을 잊어버리고 먹지 않아서 반이나 버린 기억이 났습니다. 아무리 정성스럽게 내린 약도 정성껏 먹지 않으면 결코 보약이 될 수 없습니다.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좋은 책도 그것을 정성스럽게 읽지 않으면 그 내용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작가가 정성스럽게 써 놓은 글들을 정성스럽게 읽는다는 것은 보약을 먹는 것과도 같습니다. 많은 책들이 실제로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의 양식이 되고 보약이 됩니다.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고 있는 현대에 이런 글 읽기는 더더욱 중요합니다. 읽는 정성이 필요한 때입니다.
변화하는 지식에
적응하는 법을 배우자
『지식의 반감기』 책읽는수요일, 2014
현대의 지식은 정말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그 분야의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지 못하면 버티기 어려워집니다. 저자는 방사성 동위원소 덩어리가 절반으로 붕괴되는 반감기를 가지고 있듯이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의 절반이 틀린 것으로 드러나는데 걸리는 시간, 즉 ‘지식의 반감기’를 이야기합니다. 변하는 속도가 느끼지 못할 정도로 느린 것이 있고 하루하루 바뀌는 날씨처럼 고속으로 변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실제 의미가 없거나 날마다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10년 내외의 반감기를 가지는 중간 속도의 변화를 가지는 것들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지식의 관성’입니다. 틀린 것으로 밝혀진 것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낡은 지식에 매달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책은 변화의 패턴을 이해하고 지식의 관성을 극복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지식의 시대에 대처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지 말고 변화하는 지식에 적응하는 법을 배우라고 합니다. 즉 효율적인 지식의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책을 읽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년 지나면 이 책의 절반은 다 틀린 얘기네”. 결국 우리는 스마트폰의 지식검색을 잘 활용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팅의 성장 스토리
군더더기 없는 글에 재미 쏠쏠
『스팅』 마음산책, 2014
이 출판사에서 에릭 클렙튼 자서전이 나왔을 때 구입을 망설이다 사지 않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가 좋아하는 스팅(Sting). 구매를 안 할 수 없었고 앞으로 계속될 뮤지션들의 자서전이 정말 기대가 되는 책읽기였습니다. 스팅이 그룹 폴리스로 성공하기까지의 성장 이야기로 스팅 자신이 음악의 인생을 말합니다. 잘난 음악가의 성공담이라기보다는 아픈 과거를 가진 음악가의 성장담이라고 보면 맞습니다. 원래 작가가 음악을 한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군더더기 없는 그의 글 솜씨에 놀라며 읽었습니다. 소설처럼 쉽게 읽혀서 나 스스로 읽는 정성이 부족하다는 느낌이었지만 빠르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기에 더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에게 음악은 철학입니다. 그리고 한 분야의 일이 철학이 되기 위해서 겪었던 일들은 다른 분야의 일을 하고 있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가슴에 울림을 줍니다. 책을 통해 음악가의 삶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한 책입니다. 스팅을 좋아하시는 분께 일독을 권합니다. 아니라면 계속 나오게 될 책들을 눈여겨보세요.
신비한 우리의 몸
인문학으로 해부하다
『메스를 든 인문학』 알에이치코리아, 2014
뼈 이름을 외운다고 본과에 진입하기 전에 했던 ‘골학’과 골치 아팠던 ‘두경부 해부학’을 기억하십니까? 과학의 눈, 아니 단순한 암기 과목이라는 생각으로 몸에 대해서 공부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과학의 눈으로 보는 우리의 몸은 의사로서 객관적인 눈과 실력을 키워주었겠지만 ‘재미’는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 책은 우리의 몸을 단순히 ‘해부’해보려는 것이 아닌 인문학이라는 이름의 메스로 다루고 있습니다. 과학과 역사, 미술, 문학을 넘나드는 진정한 우리 몸의 재발견입니다. 작은 우주로 불리는 우리의 몸이 인문학적으로 어떻게 이야기되었고 앞으로 어떻게 다루어져야 옳은지 실로 놀랍고 재미있게 ‘해부’해주는 책입니다. 주민등록증에는 왜 머리 사진만 들어갈까? 성형수술로 정체성을 바꿀 수 있을까? 무화과 잎은 어쩌다가 성기를 가리게 되었을까? ♥는 어떻게 심장의 상징이 되었을까? 피부는 인체의 일부분일까, 단순한 포장지일까? 등등.
과거로의 가상여행을 통해
내 자신을 새롭게 조명
『나를 고백한다』 여름언덕, 2014
가끔 과거로 돌아가면 나는 어떤 사람일까 생각해보지 않으셨습니까? 조선시대로 돌아가면 나는 어떤 계급이 어울릴지, 일제강점기에서 과연 나는 친일파가 되지는 않았을지, 다시 어린 나이로 돌아가면 다른 삶을 살게 될지. 이 책은 제목처럼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독특한 방법으로 고백’합니다. 저자인 피에르 바야르는 프랑스문학 교수이자 정신분석가로 정신분석학을 문학 비평에 적용하여 충격적인 논리와 결론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기존의 문화예술계에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금기를 깨거나 변화시키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책에서는 자기 자신을 과거로 보내는 ‘가상 여행’을 시도합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대리 인격 ‘나’의 삶과 저항자들의 삶을 한데 엮어 나 자신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렸을지 묻고,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항로를 개척할 수 있는 힘, 즉 잠재 인격을 탐구합니다. 역사에는 가정이 있을 수 없지만 가정을 통해서 많은 것을 예측해보고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과거의 재구성을 통해서 자신을 새롭게 조명해 볼 수 있습니다.
“나는 인간이 그런 상황에 빠졌을 때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아니라 나 자신은 과연 어떻게 행동하게 될 것인지 물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