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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tistry road’로 하나 되는 세상

Relay Essay 제1971번째 -키르기스스탄 진료봉사 보고서

지난 추석연휴 저는 서울대학교 치과대학동창회가 주관하는 키르기스스탄 의료봉사 일정에 일원으로 참여하였습니다. 이 행사는 박건배 동창회장님의 인솔하에 학부생 1명과 동문 가족 2명이 포함된 총 16명의 동문들이 각자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키르기스스탄은 중앙아시아 북부에 위치한 나라입니다. 면적은 한반도와 비슷한 정도인데 국토의 대부분이 산악지역이고 인구는 550만에 불과합니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과 접해 있고 구 소련에서 91년 독립한 상태입니다. 역사적으로 동서양 교류의 핵심역할을 했던 실크로드의 요충지이기도 합니다. 

문성일(83년 졸) 동문께서는 1995년부터 이 나라에서 전문인 사역자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김정태(72년 졸), 김은우(95년 졸) 동문도 각각 2003년과 2006년부터 현지 치의학 발전과 선교를 위해 헌신 중입니다. 동창회에서 키르기스스탄 의료봉사를 하게 된 것은 이러한 동문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일환으로서 계획된 것이었습니다.

이번 의료봉사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기획되었습니다. 첫째, 현지 치과의사들에게 세계적 수준의 한국 치의학을 소개하는 학술강연의 장을 마련한다. 둘째, 현지에서도 의료서비스가 미치지 않아 소외되어 있는 중증장애인과 농아들을 대상으로 진료봉사를 하고자 한다. 저는 3명으로 구성된 학술 강연 팀에 배정되었습니다. 

9월 6일(토) 오후 1시경 인천공항을 출발한 저희들은 카자흐스탄 알마티를 거쳐,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켁의 마나스 국제공항에 저녁 7시경 도착하였습니다. 공항에서 이미 선발대로 먼저 입국하셨던 김진태 동문과 문성일·김은우 동문의 환대를 받았습니다. 기증하기 위해 준비했던 치과재료와 소 장비들이 세관을 통과할 때 문제가 되지 않을지 마음을 졸였었던 저희들은 큰 어려움 없이 입국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공항에서 비슈켁 시내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저녁이었지만 도로 옆으로 즐비한 가로수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녁식사를 위해 모였던 한식당에서 의료봉사팀 그리고 현지에 계신 여러분들이 함께 모여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랫동안 보고 싶었던 분들을 만나고 뜨거운 우정을 확인하며 서먹서먹함과 여행의 피로는 어느새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저를 포함한 강의 팀은 통역하실 분들과의 팀웍을 위해 숙소로 먼저 이동하였습니다.

9월 7일(일) 아침 8시 우리는 각각 강의 팀과 진료 팀으로 나뉘어 출발하였습니다. 저를 포함한 강의팀 세 명은 박건배 회장님, 김재영 부회장님, 김진태 선생님, 문성일 선생님과 함께 학술강연이 열릴 장소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에 차 안에서 내다 본 비슈켁 시내는 시멘트 벽을 드러낸 건물들이 즐비했습니다. 강의가 진행될 장소인 Dostuk Hotel은 웅장하면서도 권위적인 외형을 가진 건물이었습니다. 약간은 어둡고 칙칙한 강의장 내부 구조와 분위기로 인해 학술대회는 마치 공산당 전당대회와 같은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듯 했습니다.

저희는 강연을 위한 준비를 하면서 현지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문성일 동문께서 오랫동안 터를 닦아와서 인지 키르기스스탄 치과대학의 학장님들과 교수님들도 많이 오셨고 그 중에는 한국에 연수를 다녀오셔서 한국어에 능한 분도 계셨습니다. 학술대회는 문성일 동문의 인사말, 그리고 현지 학장님의 축사, 그리고 박건배 동창회장님의 축사와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강의는 영어로 하고, 문성일 동문께서 교육을 시켜오셨던 키르기스스탄 치과의사들이 러시아어로 통역하였습니다. 키르기스스탄어가 있기는 하지만 학문적인 대화에는 러시아어가 통용된다고 합니다.
첫 강의에서는 박희운 동문(84년 졸)이 ‘Digital dental clinic, clinical use of CAD/CAM system’이라는 주제로 발표하셨습니다. 디지탈 강국인 한국의 최신 의료기술과 보철 술식을 소개하는 자리였습니다. 두 번째 강의에서는 백철호 동문(83년 졸)이 ‘Molar intrusion using mini-screw implants’를 주제로 교정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습니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치과 교정학은 불모지라고 합니다. 교정을 통해 변화된 치료 전후 사진이 나올 때면 감탄사가 참석자들의 입에서 연달아 터져 나왔습니다. 세 번째 강의는 제가 ‘Current understanding on periodontal disease’라는 주제로 발표하였습니다. 학술강의는 점심시간을 가진 후 오후 4시까지 하루 종일 진행되었고, 현지 치과의사 70여 명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선진의술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습니다.

강의 후 저희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비슈켁 시내를 둘러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넓은 광장과 동상 그리고 웅장한 건물은 이곳이 구 소련 시절에도 중요한 거점도시임을 알려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거리에는 동양과 서양의 모든 인종의 전시장이라고 할 만큼 다양한 종족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어디를 가든 톈산산맥의 만년설이 보이는 축복받은 나라였습니다. 한 무리의 소녀들이 저희를 보고는 반가워하면서 K-pop과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말을 걸며 사진을 찍기를 청하였습니다. 문화의 힘을 실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음날(9/8, 월)도 강의 팀은 문성일·김은우·김정태 동문이 이끌고 있는 세 개의 현지 치과의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하였습니다. 15명 정도를 대상으로 하는 소규모 강의여서 중간중간 질문을 받아가며 토론형식으로 진행했습니다. 박희운 동문께서는 치과진료실에서의 digital dentistry라는 내용을 다루셨습니다. 저는 치과현미경과 implant 보철에 대한 내용을 발표하였습니다. 백철호 동문께서는 교정의 기초적인 내용을 가르쳐주셨습니다. 다시 만들기 어려운 기회여서인지 저희는 시간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하나라도 더 내용을 전달하려고 했고, 참석자는 난해한 부분이 있는 듯했지만 그래도 어찌하든지 배워보고자 하는 열정이 충만한 시간이었습니다.

오후 5시경 중증장애인 봉사를 마친 진료 팀이 강의장소에 합류하여 현지 관계자들과 함께 공식행사를 마무리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박건배 동창회장님은 준비한 진료장비와 재료를 기증하였습니다. 키르기스스탄 측에서는 저희에게 감사장과 정성이 담긴 선물을 저희에게 전달하였습니다.  

9월 9일(화) 저희는 키르기스스탄의 휴양지라고 할 수 있는 이식쿨 호수에서 1박하고 수요일 오후 마나스 공항을 출발하여 목요일 아침 인천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백철호 동문께서는 현지에서 우즈베키스탄의 부하라로 강의를 위해 이동하셨습니다.

저는 이번 봉사를 통해 오지에서 전문인 봉사자로 헌신하고 계신 세 분의 동문 선생님들을 통해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실크로드를 통해 동서양이 정치/경제/문화적으로 소통하였던 것처럼 이제는 치의학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통해 소통하는 세상이 왔고 그 중심에 한국치과의사들이 있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dentistry road’로 하나 되는 세상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귀국 후 중앙아시아의 공용어인 러시아어 책을 다시 들춰보고 있습니다.
Спасибо(감사합니다).

  박상섭 리빙스톤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