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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수필(868)>
시민R(下)
이상은 / 이상은 치과의원 원장

내가 죽어도 나의 심장과 몸의 조각들은 어디에선가 쓰여질 꺼다 다시 말하자면 난 죽어도 죽지 않는다. 우리는 한 때 우리가 왜 태어났으며 태어난 의미는 무엇일까에 대해 토론하느라 날을 지샜다. 이 세계의 필요에 의해서 하나의 부속품으로 만들어졌다는 의견은 참을 수 없었다. 그 중 마음에 드는 것은 하나님이 사랑하셔서 날 이 세상 속에 태어나게 하셨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그 정답을 몰랐다. 그저 막연히 어떤 힘이 나를 태어나게 했고 자라게 했으며 생명을 유지하게 했다는 걸 알 뿐이다. 처음 임무를 수행하고 우리는 힘들었지만 기쁨과 감사가 넘쳤다. 일이 점점 익숙해지자 일은 부담이 되지 않았다. 우리들은 우리와는 다르게 살고 있는 많은 삶을 지켜보았다. 우리처럼 맨 몸으로 다니는 것이 아니라 bus를 타고 다니는 족속들도 만났다. 자기 혼자선 움직이지 못하고 bus를 타고 다녔다. 버스는 고급연료로 움직이는데 이 세계에서 전부를 제공했고, 머나먼 길을 갈 수 있었다. 그 친구들은 우리와는 전적으로 달랐다. 위대한 시민이었다. 우리도 그렇게 되길 원했으나 어쩔 수 없이 강의 흐름을 타고 다닐 뿐이었다. 우리는 감히 생각지도 못한 크기의 거대한 몸짓과 무시무시한 입을 가지고 침입자들을 잡아먹는 놈들이며, 몸에 온갖 치장을 엄청나게 해댄 이들도 만났다. 젊었을 때 우리는 그 화려함이 부러웠다. 밋밋하고 왜소한 우리의 모습이 부끄럽기까지 했다. 그래서 조그맣게 달린 장식을 한껏 세우고 다니곤 했다. 우린 웅장한 음악이 시작되는 곳 그 엄청난 힘의 근원에 다가간 적이 있었는데, 상상할 수도 없었던 굉장한 힘에 우린 넋을 놓고 소용돌이치는 강물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한 때 사랑을 했었다. 그녀는 나와 같이 만들어진 아니 탄생된 R0007이었다. 나와 같은 강물을 타고 나와 같은 일을 했다. 우리는 꼭 붙어 다녔다. 그래서 외롭지 않았다. 아마도 나 혼자 평생 이 일을 하라고 했으면 못했을지도 모른다. 나와 꼭 같고 같은 일을 하는 그녀를 만나 행복했었다. 그녀가 O2를 받아올 동안 난 옆에서 기다렸었다. 부풀어오른 가슴과 상기된 얼굴이 예뻤다. 그 웅장한 급류에서 우리는 그만 서로를 놓치고 말았다. 나는 한동안 일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강의 흐느적거리는 물결에 몸을 맡기고 울고만 있었다. 오랫동안이었다. 일할 아무런 의미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런 어느 날 내게 섬광과도 같은 영감이 떠올랐는데, 그건 아마도 그때 그들이 말하던 하나님께로부터 온 게 틀림없다. 그 친구도 어디선가 나와 같이 슬픈 강을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난 물결로 들어가기 위해 나섰다. 그 물결이 그녀를 만날 수 있게 해 주리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세계 모든 곳을 열심히 다니리라 맘먹었다. 혹시나 그녀를 볼 수 있을까하는 생각으로 그 이후에 난 많은 경험을 갖게 되었다. 저장창고셀, 공장셀, O2외 다른 것을 탐닉하다 죽은 친구들, 더러운 강물 때문에 정신을 잃고 죽을 뻔했던 일...... 그러나 그녀를 만나지는 못했다. 아마도 지금쯤은 그녀도 죽음을 앞두고 있을 거다. 볼 수는 없지만 어딘가에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이젠 만족한다. 우리가 젊었을 때 동경했던 다른 세상은 과연 우리의 존재를 알 수 있을까? 나의 탄생과 죽음의 의미까지는 아니라도 내가 살아서 이 세계에 충성을 다했다는 사실만이라도 깨닫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외계에서 일어난 일과 의미들을 모르고 죽듯이 그들도 나를 모를 것이다. 이젠 갈 시간이다. 내가 죽어도 나의 심장과 몸의 조각들은 어디에선가 쓰여질 꺼다. 젊었을 때 모든 물질들은 그대로 있다고 배웠다. 다시 말하자면 난 죽어도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세계에서건 외계에서건 누군가의 가슴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내 몸의 모든 부분 부분이 모두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생겨날 테니까. 피가 많이 나시네요. 거즈를 1시간 꼬옥 물고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