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한 치과에서 데스크 업무를 보고 있는 A씨는 얼마 전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처음 진료비에 대한 동의를 얻었는데도 치료가 끝나고 나니 다른 말을 하는 환자와 실랑이를 하다 환자의 입에서 거친 말이 튀어나온 것. 문제 상황을 인지한 원장님과 선배 스탭이 나서 A씨를 철저하게 보호하며 사태는 일단락 됐다.
A씨는 “환자와 갈등 상황에서 내가 잘못한 것인지 순간 혼란이 왔다. 그러나 내 편이 돼 주는 병원식구들을 보며 병원에 대한 애정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치과 보조인력의 업무영역 구분 문제로 개원가의 인력난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스탭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인력난 해결 및 병원성장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치과 스탭이 받는 스트레스는 업무강도나 업무량보다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감정노동이 더 크다는 점에서 치과의사들이 이들의 감정 관리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의료커뮤니케이션 관련 저널에 최근 실린 논문에 따르면 스탭이 실제 감정과 다른 감정표현을 강요받는 과정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으며, 이는 직무태도 및 직무만족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스탭들이 감정노동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은 ▲대화가 통하지 않는 환자에게 억지로 미소를 짓고 상냥하게 말해야 할 때 ▲환자나 원장에게 예의를 갖춰 인사를 했는데 차갑게 받아줄 때 ▲사이가 좋지 않은 직원 간 예의를 갖춰야 할 때 ▲원장이 잘못의 유무를 따지지 않고 ‘당신 몇 년차야?’, ‘언제까지 초짜처럼 할 거야?’ 등 감정적인 지적을 하는 상황 등이었다.
# 근로의욕 저하땐 이직 고려
한 심리전문가는 이러한 감정노동에 따른 스트레스 상황이 지속되면 자존감 저하와 우울증, 심할 경우 근로의욕이 떨어져 이직을 자주하거나 취업자체를 거부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반면, 감정을 강요당해 표면적으로만 상냥한 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웃음이 나오는 심리상태를 만들 때는 업무능률이 크게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치과병원의 스탭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관계자는 “환자들에게는 친절하면서 정작 스탭들에게는 퉁명스러운 원장에게 스탭들은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일방적인 지시보다는 스탭들의 마음을 공감해 주고 환자보다 우선으로 생각한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스탭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구체적 방법으로 ▲지시보다는 원장이나 선배 스탭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스탭에게 자신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며 ▲환자와의 문제 발생 시에는 스탭의 편에 서 주는 것 등을 제시했다.
이렇게 치과 스탭의 마음을 잡을 때 믿고 맡길 수 있는 장기근속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경험자의 설명이다.
한 개원의는 “스탭의 마음을 잡았더니 신혼집까지 병원 근처로 잡으며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이 스탭은 지금도 십년이 넘게 근무 중”이라며 “이런 스탭에게는 병원 운영의 상당부분을 믿고 맡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치과 스탭은 “원장님이나 선배들이 내가 힘든 일을 경청해 주고 내가 하는 일을 인정해 줄 때 큰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