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저자
아이들에게 밥을 먹을 때 마다 해주는 얘기가 바로 편식(偏食)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편식은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어른도 마찬가지겠지만 다부지게 커야 할 아이들에게는 있어서는 안 될 습관입니다. 책 읽는 습관이 한쪽으로 지나치게 쏠려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실 저는 치우쳐서 읽는 다기 보다는 전혀 읽지 않는 분야가 있기는 합니다. 아무리 골고루 먹는다고 해도 절대 먹지 않는 것이 있듯이. 책도 사람에 따라서는 읽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골고루 읽어야 한다는 것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한국어의 편독은 두 가지 뜻이 있는데 그 뜻이 정 반대입니다. 하나는 편독(偏讀)으로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쳐 책을 읽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편독(遍讀) ‘여러 방면으로 두루 읽는다는 것’입니다. ‘치우칠 편(偏)’과 ‘두루 편(遍)’이라는 한자의 차이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편독(偏讀)하십니까 아니면 편독(遍讀)하십니까?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섭렵할 수 있도록 제가 더 잘 책소개를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올해도 책 많이 읽으셨나요? 12월 마지막 책소개입니다.
즐기면서 읽을 수 있는
자유주의 입문서
『나를 깨우는 33한 책』 백년동안, 2014
이런 ‘책속의 책’ 형식의 메타북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책을 깊이 읽고 싶으시는 분들이라서 내용을 요약한 듯한 느낌이 싫으신 것이지요. 하지만 이런 메타북이 가지는 장점은 분명 많습니다. 우선 수많은 책을 다 읽을 수 없기 때문에 그 책의 내용을 꽤 잘 핵심을 짚어 이야기 해주는 책이 분명 도움이 된다는 점.
그리고 이 책처럼 ‘자유주의’에 대한 책이 마치 금서인양 평생 절대 읽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에게 자그마치 33권의 책을 요약 해설해주는 책이라니. 이런 책이 아니라면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치명적 자만』, 헨리 해즐릿의 『경제학 1교시』 같은 책을 간접적으로도 접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이 책은 33권의 책을 각각 전문가들이 해설해주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에 33권을 읽은 듯 착각에 빠지는 것은 그만큼 책의 핵심을 잘 말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총 4부로 구성된 내용은 ‘자유주의를 만나다’, ‘바로 보는 대한민국 역사’, ‘자유주의 거울에 비친 세상’, ‘우리는 어떻게 번영을 이루나’ 로 나누어져 있어서 가히 이 분야를 잘 모르고 있는 사람도 즐기면서 읽을 수 있는 자유주의 입문서로 손색이 없습니다. 그리고 재미도 있고 글씨도 꽤 큽니다. 노안이 오고 있는 나이가 되니 큰 글씨의 책에 더 손이 갑니다.
요리사 박찬일 셰프의
시대를 느낄수 있는 맛기행
『백년식당』 민음사, 2014
제가 좋아하는 글쟁이 요리사 박찬일 셰프의 따끈따끈한 신간이 나와서 단숨에 사서 읽었습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맛과 새로운 인테리어에 열광하는 요즘 세대에 한번쯤 오랜 된 맛집이 가지는 매력을 이렇게 잘 전달하기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곳에 실린 18곳의 오래된 노포(老鋪)는 50년 너나들이 하는 곳입니다. 우리나라에서 20년 이상 된 음식점을 주변에서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것을 감안하면 아주 오랜 맛집인 샘입니다. 맛집을 소개하는 책이라면 빠지지 말아야 할 것이 사진입니다.
여행사진 잘 찍는 작가 노중훈님의 사진은 이 책을 더 정겹게 해줍니다. 저는 나름 충격이었습니다. 제가 가본 곳이 한곳도 없다는 것. 대구의 나무 상인들의 주린 배를 든든하게 채워준 ‘옛집식당’의 육개장, 외식문화가 낯설던 시절 실향민보다 서울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우래옥’의 평양냉면, 부산의 삼화고무의 전성기와 함께한 ‘할매국밥’의 토렴이 예술인 돼지국밥, 근대화로 이어지는 격동기를 마주하게 하는 ‘마라톤집’의 특별한 메뉴들 등 지난 시대를 느낄 수 있는 맛기행 한번 떠나봅시다.
병원 운영 고민·노력 담은
치과의사 필독서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글과 생각, 2014
이 책은 제가 병원 직원들과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묶어 놓은 것입니다. 병원을 운영하고 진료까지 하는 병원의 원장은 자칫 직원들과는 가까이 하긴 너무 멀고 어려운 CEO입니다. 혼자서 너무 앞서 가서도 안 되고 시대에 뒤떨어져서도 안 되는 어려운 자리입니다. 저 스스로 그 자리에서 조금이나마 직원들과 함께 가기 위해서 시작했던 책갈피 시간들이 쌓여서 만들었던 책이기에 더 정이 가서 이렇게 개정증보판을 내게 되었습니다.
기존의 책을 읽으셨던 분이라도 새로운 내용이 많이 첨가되었기 때문에 다시 읽어봄직 할 것이고 아직도 안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실망(?)입니다.
이 칼럼을 즐겨 읽으신다면 이 책이야말로 필독서인데. 치과의사의 고민과 노력이 담긴 책이니만치 공감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마땅히 해줄 이야기가 없으시다면 이 책의 내용에 당신의 이야기를 더해 이야기해 주세요. 당신을 바라보는 직원들이 달라질 겁니다. 올 해의 마지막 책을 제 책으로 소개하다니 좀 염치가 없나요? 선물이라고 생각해주세요. 한 해 동안 감사했습니다.
연말 독자에 드리는
바흐의 종합 선물세트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 한길사, 2014
기자 출신의 최정동 작가는 여행을 너무나 좋아한다고 제일 먼저 자기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음악에 대해서도 만만치 않습니다. 천장이 넘는 LP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겠습니까? 그 중에서도 바흐의 음악을 가장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의 바흐에 대한 지식은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여행과 바흐를 좋아하는 작가의 이 책은 ‘바흐의 일생을 따라가 본 여행의 기록’입니다. 바흐는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도 나이 지긋한 바흐의 모습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에는 바흐가 태어나고 세례를 받은 아이제나흐 성 게오르크 교회의 세례반에서 시작해 라이프치히 토마스 교회 제단 아래 놓은 바흐의 무덤까지 그의 일대기를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름답고 다채로운 독일의 풍광과 어우러진 저자의 담백한 글이 멋스럽게 담겨있으며 여러 대가들이 연주한 바흐의 음악에 대한 저자의 감상과 비평도 함께 수록되어 있어 마치 바흐 선물세트를 보는 듯합니다. 책의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잘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알고 있는 바흐의 음악은 절대 슬픈 음악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고 그 의문은 바로 풀렸습니다. 바흐의 일생에서 가장 큰 사건은 아내 마리아 바르바라의 죽음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바흐의 《바이올린과 쳄발로를 위한 소나타》 (BWV 1014~1019) 1번 b단조의 1악장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저자에게는 그게 너무나 강렬해서 책의 제목도 그렇게 정한 듯합니다. 연말에 받아보는 바흐 선물세트 어떠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