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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수필(869)>
집착
이윤정 / 키즈덴탈치과

작년 초 이탈리아에로의 배낭여행에서 우산을 하나 샀습니다. 몹시도 흐린 날, 피렌체에서 묵는 기간 중에 하루를 내어 ‘시에나’라는 곳으로 갔었지요. 기차에 타서 얼마 안 돼서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나라의 소나기와는 달리 그저 부슬부슬. 이 정도면 곧 그치지 않을까. 맞아도 되지 않을까. 버스를 타고 기차역에서 시내 중심가로 가는 동안에도 비는 멈추지 않고, 버스에서 내려 깜포 광장으로 가는 길에도 멈출 기미는 보이지 않았죠. 이탈리아 사람들은 이런 비에는 익숙한 것일까요? 우산을 쓴 사람보다는 그저 모자를 쓰고 비를 맞고 가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날따라 모자조차 없었지요. 작은 마을이어서인지 우산을 살만한 곳도 보이지 않았구요. 비를 피하느라 일부러 레스토랑에 들어가 점심을 먹었지만,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빗속을 걸어서 이곳 저곳을 뛰다시피하며 구경다니다가 한 기념품 가게에서 기념우산을 파는 것을 발견! 보르겔리(?)의 First kiss라는 그림이 그려진 하늘색 우산이었습니다. 제가 너무나 아끼는 우산이 되었어요. 우리 나라에서는 물론 이탈리아에서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우산인데다 너무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져 있는 우산이었거든요. 비가 너무 많이 오는 날에는 일부러 가지고 나가지 않는... 망가질까봐요. 나이가 드실수록 기억력이 떨어지시는 엄마가 가지고 가시는 날에는 조마조마한... 잃어버리실까봐요. 오늘,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러 나가는 길.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하늘색 나비 귀거리를 하고. 날이 흐리길래, 어떤 우산을 가지고 갈까? 과감히 아끼는 우산을 챙겨들었습니다. 공연을 보고 아주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공연장을 나서는 순간 깨달았습니다. 어? 내 우산! 공연장은 틀림없이 아니고, 점심을 먹은 곳에서일까? 그 전에 친구를 만났던 커피점에서일까? 내가 왜 하필 그 우산을 오늘 가지고 나왔을까. 비도 안 오는데. 왜 가방에 안 넣어두고 그냥 들고 다녔을까. 뭐에 정신이 팔렸던 것일까. 너무 속상해서 갑자기 침울해지는 순간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집착에서 오는 허탈감? 내가 그 우산을 그리도 아끼지 않았다면 우산 하나 때문에 내 기분이 이렇게 우울해지지는 않을텐데.... 내 주변의 물건이나 사람... 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갑자기 해봤지요. 아마도 그런 집착을 버리게 되면, 실망도 허탈도 슬픔도 없을 것 같아서요. 하지만, 어떤 것에 대해, 그리고 누군가에 대해 -집착이라는 표현이 너무 과하다면- “아끼는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스스로가 너무나 건조해져서 그저 공기 속의 먼지가 되어 버리고 말 것 같은 느낌이 들어버렸죠. 결국 어떤 태도로 삶에 임해야할까 하는 문제까지 연결되어버리는 듯.... 어떻게 살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