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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이라니…아~억울하고 답답”

벌금형 받고도 10년 취업·의료기관 개설 금지 “말이 돼?”


무심코 진료기구 놨다 성추행범으로 몰려순식간에 파렴치범 몰린 A원장
약 한달 전 치과계 유명 인터넷 사이트에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는 익명의 글이 게재됐다.

성추행범으로 몰려 억울하다는 치과의사의 글로, 사랑니 발치를 하다 여성 환자가 덮고 있는 에이프런에 진료 기구를 무심코 놓았는데, 하필 여성 환자 가슴 인근에 진료기구를 놓았다는 것.

해당 원장에 따르면 여성 환자는 이 같은 행위를 고의성이 있는 성추행으로 판단했고 본인은 고의로 기구를 놓지 않았다고 항변했지만 CCTV 촬영도 되지 않는 상태에서 입증이 힘들어 답답하다는 요지의 글이었다.


이 같은 익명의 글이 올라오자 “내과에서도 청진기 검진 후 성추행 당했다고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알고 있는 내과의사도 벌써 3~4명이 합의를 봤다”, “이미 성추행 관련법은 의료인의 편이 아니다”라는 등 자조 섞인 반응이 연이어 올라왔다.


진료실 내에서의 사소한 행위도 성추행으로 오해 받을 소지가 다분해 개원가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지난 2014년 7월 성범죄자 취업제한 직종에 의료인을 포함하도록 개정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이 시행되면서 아동 청소년 뿐 아니라 성인 대상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고 확정된 의료인도 형 집행이 종료되거나 유예·면제된 날부터 10년 동안 의료기관 운영 또는 취업이 제한되고 있다.

성범죄에는 특수강도강간은 물론 추행,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등이 포함되며 미수범도 취업제한 대상에 들어간다.


물론 몰지각한 일부 의료인들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성추행 및 성폭행에 대해서는 일벌백계 법의 심판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전혀 고의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억울하게 고발로 이어져 실형을 선고 받는 사례가 종종 보도되고 있다.

심지어는 아청법 특수성을 이용해 환자 또는 직원들이 의료인을 성추행범으로 몰아 의료인 삶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는 사례도 목격되고 있는 상황이다. 


# 의료인 10명 중 9명 아청법 개정 필요

의료인들 10명 중 9명은 관련 아청법을 ‘개정 또는 폐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지난해 모 보건의료계 언론 설문조사를 통해 나타났다.

죄의 경중에 관계없이 ‘10년 개설·취업 금지’ 조항 등 비합리적인 조항을 고쳐야 한다는 개정 의견이 2배 높게 나왔다.  특히 ‘진료실 밖에서 일어난 성범죄와 진료 중 일어난 성범죄를 구분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10년간 취업과 개설을 금지하는 조항’도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보건의료계에 정통한 법조인들은 아청법에 의료인이 포함된 부분은 물론 ‘10년 개설·취업 금지’ 조항 및 진료실이 아닌 사적인 공간에서 성범죄가 성립될 경우에도 같은 법률을 일괄 적용하는 부분은 다소 무리가 있어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K 변호사는 “아청법 도입 초기에는 의료인 포함이 고려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아청법이 도입되던 시기와 맞물려  의료인들의 성희롱 및 성폭력 사건이 불거지면서 특정 직군을 포함한 의료인들도 아청법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변호사는 또 “의료인의 일괄 ‘10년 개설·취업 금지’ 조항도 문제지만 의료인이 진료실이 아닌 사적인 공간에서 성범죄를 일으켰다고 해서 동일하게 처벌을 받는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면서 “일종의 과잉 입법으로 치협을 비롯한 보건의료계에서 관련법 개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 목격자 없으면 환자 진술로 판단

환자가 진료과정에서 성추행 또는 성희롱으로 인식해 불쾌감을 느껴, 의료인을 사법당국에 고발할 경우 법적 처벌도 가능한 것이 현 법조계 추세인 점을 감안하면 성추행 논란이 일 수 있는 행위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자구책을 의료인 스스로 마련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에서 개원하고 있는 A원장은 “정당한 진료 행위도 목격자가 없으면 환자의 진술에 따라 성희롱 또는 성추행으로 몰릴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어 세심한 주의를 한다”면서 “이런 부분까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최소한의 방어 진료를 해야 한다 것을 스스로 느낀다”고 밝혔다.


경기도에 개원하고 있는 B원장도 “진료실 내에서 성희롱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환자가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행위를 하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면서 “의료인  등 특정 직군에게만 가혹한 아청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료실 내에서 성희롱 논란이 커지자 국가 권익위원회는 최근 ‘진료과정 성희롱 예방 안내서’를 발표하고 예방법을 제시하고 나섰다. 


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의료진의 성적인 말과 행동으로 환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을 경우를 비롯해 ▲성적인 말과 행동을 받아드리지 않아 진료상의 불이익을 주는 경우 ▲성적인 말과 행동으로 진료상의 혜택을 주는 경우 등 위 세 가지 조항중 하나만 해당하더라도 진료과정에서의 성희롱으로 인정된다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