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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추천도서와 ‘1%’

이달의 추천도서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저자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란 마지막 말씀을 남기고 떠나신 김수환 추기경의 6주기 추모행사가 지난달에 있었습니다. ‘바보’같은 사랑을 몸소 실천했던 그 분이 더 그리워지는 것은 그만큼 그런 사랑이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 때문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 분이 남기신 수많은 말들 가운데 책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있습니다. 그 중 “수입의 1%를 책을 사는데 투자하라. 옷이 해어지면 입을 수 없어 버리지만, 책은 시간이 지나도 위해한 진가를 품고 있다.”라는 말씀이 떠오릅니다. 책을 그냥 읽는 것이 아니라 ‘사서’ 읽는 것은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출판시장이 침체되면 그에 따른 전문 작가, 번역 작가들의 수도 줄게 됩니다. 그리고 돈이 되지 않으면 굳이 원서를 번역하지 않습니다. 웬만한 원서가 금방 일본어로 번역되어서 나오는 일본의 출판시장은 그만큼 책을 많이 사는 국민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5년 이상 지난 원서가 해외에서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번역을 하게 되는 우리나라의 출판시장은 국민들의 경쟁력을 그만큼 떨어뜨리고 있는 현실인 것입니다.

‘수입의 1%’외에 제가 또 하나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시간의 1%’입니다. 하루 시간의 1%라고 하면 15분 정도입니다. 일주일 몰아서 읽어도 1시간 30분 좀 넘는 시간일 뿐입니다. 작은 실천이지만 나라의 힘이 커집니다.


나무가 없으면 우리 생활이 어떨까
4700년된 나무가 어디에 있을까
『세상의 나무』 돌베개, 2015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스웨덴의 가구업체에서 가구를 사서 집에서 조립해 보았습니다. 손수 다 조립을 해서 가구에 대한 애정을 가지게 해주더군요. 그리고 좋은 나무를 엄선해서 제작한다는 말에 왠지 믿음이 갔습니다. 그리고 철재를 조립할 때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던 것은 나무가 가지고 있는 따스함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눈을 돌려 주변을 살펴보아도 ‘나무’가 없으면 우리 생활이 어떻게 될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린 나무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집, 책상, 의자, 수납장, 종이, 악기, 책, 등. 물론 철, 돌, 유리, 가죽, 플라스틱, 비닐, 등 우리를 둘러싼 다른 것으로 만들어진 것도 많지만 나무로 집을 짓고, 땔감으로 몸을 따뜻하게 하고, 종이를 만들어 책을 읽고, 조각상을 만들어 놓았던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나무와는 비교하기 힘듭니다.

개당 13억 원 정도 하는 스트라디바리 바이올린을 만드는 나무에서부터 추억의 몽당연필까지 우리의 삶에 녹아있는 수많은 ‘세상의 나무’ 이야기가 책으로 엮였습니다. 저자는 건축 재료로 사용되는 나무, 나무가 숲을 이루는 과정, 나무로 만든 조각과 목판 등 식물학·사회·문화·예술사를 종횡무진 누빕니다. 나무라고는 소나무, 참나무, 대나무 정도만 생각나는 저에게는 신대륙 같은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나무도감이 아닙니다. 아이와 아빠가 길에서 우연히 주운 낡은 수납장을 수선하는 이야기, 합판을 만드는 목재 공장 르포 등 소설이나 기사 형식 글을 함께 곁들여 리듬감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선보입니다. 4700년 된 나무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시죠?


비전문가 눈높이에 맞춘
마케팅 기본 지침서
『마케팅 리스타트』 책비, 2015
몇 년 전 MBA 과정을 수강하면서 처음 배우는 마케팅 관련 용어 때문에 개념을 잡기 어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마케팅하면 의례 나오는 4P, STP, SWOT, BDR,,,, 등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 어려운 내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에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던 이유는 다름 아닌 눈높이 때문이었습니다. 같은 이론이더라도 전공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배우고 이해하는 것, 또한 가르치는 것도 달라야 합니다.

이 책은 철저하게 마케팅 비전문가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습니다. 마케팅의 흐름이 빠르고 변화가 심해서 신간인 이 책조차도 잘못된 지난 이야기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중요한 마케팅 이론 및 최근의 흐름까지 잘 짚어주고 있습니다. 마케팅을 ‘필요도 없는 물건을, 이른바 펌프질해서 사게 만드는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계신다면 일독을 권해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고객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얄팍한 기술이나 기교가 아닌 고객을 행복하게 해주는 모든 활동을 일컫는 말, 마케팅. 마케팅을 단순한 상술로 보지 않는 시각의 전환이 먼저 이뤄져야 합니다. 우리는 누구든 뭔가를 ‘파는’ 사람들입니다. 상품을 파는 것 이외에 나 자신을 브랜드화 해서 팔아야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쉬운 삶의 일부로, 교양의 일부로 마케팅을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는 쉽고 착한 책입니다.

시스템에 길들여진 소리가 아니라
야생의 고객 소리를 들어라
『야생의 고객』 김영사, 2015
『마케팅 리스타트』가 마케팅에 대한 전반적인 눈높이를 우리에게 맞춰주는 기본서라고 하면 이 책은 고객에 중점을 두고 있는 마케팅 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한 단계 더 높은 마케팅의 세계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시스템을 아주 중요시합니다.

하지만 지나친 시스템의 비대로 인해 오히려 고객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갑니다. 시스템에 맞춰진, 고객 응대 매뉴얼을 통해서 알게 된 고객의 소리는 본래 고객의 야생의 소리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거죠. 시스템에 익숙해진 ‘길들여진’ 고객을 만드는 것에 급급하다 보니 막상 고객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물론 잘 길들여지지도 않는 것이 최근의 고객이기는 합니다) “고객의 니즈를 아는 것은 지식이고,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것은 지혜다.”, “고객에게 묻지 마라. 무엇을 원하는지 고객 자신도 모른다.”는 말들은 우리가 흔히 지나치기 쉬운 잘못된 고객이해를 잘 짚어주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환자의 CC에 중점을 두고 치료에 임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하지만 CC만 해결해 주고 할 일을 다 했다고 한다면 고객의 니즈를 알고 그것만 채워주는, 해부학적인 지식만으로 환자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환자를 인간 본성으로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 이 책이 말하고 있는 진정한 마케팅입니다. 마케팅에 대한 여러분의 식견을 조금 높여줄 수 있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