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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의 얼굴

스펙트럼

우리는 아침에 깨어서 대부분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본다. 거울 속의 나의 모습에서도 가장 자세히 보는 부분은 당연히 얼굴이 될 것이다. 가끔은 베개에 눌린 자국이 생긴 얼굴을 보기도 하고, 어떤 날은 퉁퉁 부어서 풍선처럼 된 얼굴을 발견하기도 한다. 스스로도 매우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 얼굴을 보고서는 활기찬 날이 되리라 기대에 차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푸석푸석한 얼굴을 발견하고는 그날 하루를 버틸 걱정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는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얼굴이란 사람의 마음이 겉으로 드러나는 곳이라고 한다. 예로부터 조상들은 사람의 얼굴을 중시 여겨 관상으로서 사람의 운명을 예측하기도 하고 임금님의 얼굴을 용안(龍顔)이라 하여 귀한 가치로서 여기기도 하였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그 사람의 됨됨이지 겉모습이 아니라고들 말하지만 실지로 아무리 따듯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의 얼굴이 매우 험상궂고 찌푸린 모습이라면 그를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알고 지내어서 그 사람의 진면목을 충분히 아는 사람이 아니고는 그런 사람으로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성공하려면 남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는 편안한 얼굴을 만들어야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거울을 보고 미소연습을 하여야한다고 충고하시는 분도 계시다.
꽤 오래 전의 일인데 병원에 초등학생인 두 딸을 견학의 목적으로 근무 날 데리고 간 적이 있었다. 이른 아침에 직원들과 다른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모습부터, 방학 때라 많은 내원한 약속환자들을 치료하면서도 우리 아이들에게 밝게 환자와 보호자를 응대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오늘 하루가 이 아이들에게 아빠의 멋지고도 성실한, 그리고도 밝은 모습이 각인되며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되리라 하는 기대감이 부풀었다.
그러나 그날 집에서 아이들이 해준 말은 정말 뜻밖이었다. “아빠는 이중인격자야.” 정색을 하고 두 딸이 합창이나 하듯이 함께 이야기를 할 때에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아이들이 보고 느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환자 아이들에게 짓는 얼굴 표정과 가족들에게 보이는 얼굴이 많이 달라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 얼굴은 집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그야말로 “천사의 얼굴”이었는데 그런 표정을 하루 종일 얼굴에서 없애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집에서는 주로 엄한 모습을 보이는 아빠가 어떻게 그렇게 다를 수 있냐고 했다. 나는 멍~했다. 그런데 그것에 보충해서 말해주는 아내의 이야기도 비슷한 것이었다. 내가 어떤 대상에 따라서 얼굴 표정이 많이 차이가 난다는 것이었다. 이 일로 나는 얼굴과 그 위에 펼쳐지는 표정이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를 수 있는 것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과연 우리의 얼굴이, 우리의 마음이, 우리의 행동이 어떤 모양일까 하고 생각해보는 시간이 얼마나 되며 또한 생각한 자신의 모양이 과연 남들이 느끼는 형태와 일치할까? 나의 의견이 옳다고 생각하면서도 주위의 사람들이 대부분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면 혹시 나의 얼굴이 동그란 것이 아니라 네모난 것은 아닐까 하고 한번쯤 되새겨서 생각을 해보아야겠다. 그리고 지금 내가 느끼지는 못하지만 혹시라도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표정을 표출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겠다.

하루에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보게 되는 나와 타인의 얼굴들~ 잘생기고 예쁘고 하는 인간적인 가치기준은 의미가 없다. 나이가 들수록 내가 알고 지내던 그 같은 얼굴들 중에도 내면의 마음이 우러나오는 표정이 느껴진다. 주름살이 하나 둘 씩 늘어가더라도 아름답고 선한 마음이 비추어지는 얼굴은 아름다운 것 같다. 과연 치과의사로서의 얼굴과 그 위에 그려지는 표정은 어떠해야할까? 매일 아침에 눈을 떠서 거울을 볼 때마다 다짐하곤 한다. “나의 얼굴을 보고 단 한사람이라도 행복을 느끼도록 멋진 미소를 지어보자” 라고 말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전승준 분당예치과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