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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수필(874)>
또 하고싶은 인턴
이병태 / 이병태치과의원 원장

“또 다시 인턴을 하겠느냐?” 이렇게 질문을 받는다면 필자는 서슴치 않고 대답할 것이다. “예 하겠습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눈물적은 빵’을 먹지 않고 지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럴 수만은 없다. 이런 의미에서 뿐만 아니라 실력과 명예를 존중하는 필자는 인턴시절이야말로 의사시절의 핵이라고 생각한다. 인턴되자 닥터 리로 불리기 시작 변화는 기나 긴 시간과 세월에 걸쳐서 일어나기도 하지만, 졸지에 일어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우주의 변화는 영원한 것이겠지만, 화학실험·생리실험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치과의사가 되어, 다시 인턴시험에 합격하여 까운을 입고 병원에 근무하니, 누가 보아도 시술자 입장에 서게 되었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이 치과의사로 대접을 하니 그것도 당연하지만 속으로는 어딘가 좀 쑥스러운 면도 있다. ‘이 군’, ‘미스터 리’에서 ‘닥터 리’로 호칭이 바뀌었고, 집에서도 밖에서도 지위변화에 관심을 가져주었다. 그러나 학교나 병원의국생활에서 인턴이란 몇 십층 고층건물의 지하실과 같은 입장이다. 건물은 눈으로 보이기나 하지, 병원의 의국생활이나 학교(대학교) 교실생활은 보이지 않는 층계가 대단하다. 실로 이점은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 인턴, 수련의사 중에서도 가장 신선한 수련의사이다. 아침에 세미나나 발표회 때에 둘러앉으면 밑에는 아무도 없고 전부 윗사람뿐이다. 한마디로 그래서 수련의사는 고달프고 1년이 새로워 서릿발 같은 1년차·2년차 레지던트의 지시와 거동은 표현이 지나칠지 모르나 고양이앞에 쥐와 같은 처지라 하겠다. 4학년 중에서 수련과정을 거치고자 하는 학생들에겐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입장에서 다소 위안을 가질 수 있는 마음의 여유조차 없다. 그 이유는 인턴이라는 스트레스 때문이다. 환자, 환자도‘인턴’이라고 하면 적당한 표현이 될까는 몰라도 조금은 진료받기에 의아해하는 눈치가 아닌가 여겼다. 왜냐하면 ‘인턴이 보면 뭐하니, 과장이 봐야지.’하는 이야기를 뒷전에서 더러 들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야기해서, 어느 경우에는 간호원들도 묘한 감정을 가져, 이따금 충돌사고가 나려는 사태까지도 진전되기도 한다. 돈 없는 인턴 저리 비켜라 그당시 은행에 취직한 친구들은 첫봉급이 32,000원이라고 으시댄다. 은행의 대우가 제일 좋아 각대학 출신이 은행으로 물렸다. 인턴 봉급이 1,500원정이다. 그것도 명부에 도장을 찍으면 노란 봉투에 넣어준다. K양화의 기성화가 3,400원에서 3,900원까지 한다. 다른 친구들을 만나면, 다방이나 음식점 그리고 대포집같은 데서 돈 내는데는 으레 제외시켜 준다. 1,500원짜리라고 놀리는 것이다. 그러나 첫봉급 1.500원을 갖고 식구들에게 곱창 반 근을, 처가가 될쪽에는 100원을 할당하고, 그리고 나머지는 내 마음대로 썼다. 대한민국의 첫 나이타 경기가 열렸다. 중앙일보사주최 제 1회 대통령배 쟁탈 고교야구대회 결승전이 야간경기로 열린다. 오징어 한 마리, 소주 한 병, 그리고 입장권, 이렇게 쓰니까 집에 갈 버스값도 없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열리는 첫 야간 야구경기를 관람한 것이다. 인턴! 해보면 인생수업과 의사의 길이 순탄지 못함을 몸으로 호흡하며 보내는 시절인 것 같다. 그러나 고되지만 보람도 있다. 기성화 한 켤레 값도 안되는 보수로, 기성화 서너 켤레 값의 원서를 시보는 철저한 적자의 수련과정을 거친 것이 정말 꿈만 같다. - 필자의 첫 수필집<깍두기로 통하는 나>서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