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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컨슈머’ 나도 이런환자 얻고 싶다

진료 후 정성 담긴 시화에 더덕주까지…주고받는 언행 아픔잊는 특효약 되기도

블랙컨슈머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나온 질문이다. 누가 진상환자가 될 소지가 높을까? 답의 예시로는 ①돈 많아 보이는 사장님 ②똑똑해 보이는 대기업 회사원 ③시간 많아 보이는 아줌마 ④순해 보이는 취업 준비생 ⑤깐깐해 보이는 골드미스가 제시됐다. 연자가 제시한 정답은 ‘모두’였고 이를 정확히 맞추는 청중이 있었다. 그만큼 환자들은 치과의사에게 어려운 존재로 각인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어두운 관계에만 머물기엔 치과의사로서의 삶이 불행하지 않은가. 블랙컨슈머와는 달리 원장을 무한 감동시키는 ‘화이트컨슈머’도 있다. 이런 착한 환자의 언행은 마음을 포근하게 하면서 생채기 난 아픔마저 잊게 하는 특효약이 되기도 한다.

# 임플란트 감각이상조차 “내 탓이오”

<님께서는 명의……자식은 오복이 아니라도 이는 오복입니다. 님은 다시 허물어지는 오복을 살려주신 명의십니다. (중략)겸손과 설득 그리고 사랑으로 환자는 신뢰감에, 오복의 피안처 나치과! (중략)>

춘천의 나태용 원장(나치과의원)에게 헌정한 시화 중 일부다. 나 원장은 최근 이응철 환자로부터 시화를 선물 받았다. 이 환자는 교편을 잡다 퇴직한 만 70세를 바라보는 수필가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이 환자는 “치아를 뽑지 않고 살리는 의도적 재식술로 시술을 받았는데 너무 신기했다. 정성스러운 치료에 집사람과 처남까지도 나 치과에 다니고 있다”면서 “아첨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원장님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원장님의 진료에 감사하는 순수한 마음”을 강조했다.

나 원장은 “치과의사 본연의 역할과 의무에 대해서 항상 고민하고 환자를 진심으로 대하다보니 신뢰가 쌓여 좋은 일이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환자의 진심이 느껴지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임상경력 40년이 넘는 L 치과의사. 치과계 오피니언 리더로서 역할을 많이 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덕망이 높은 치과의사다. 그도 임플란트를 시술한 후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경험을 피해갈 순 없었다. 환자가 임플란트 시술 후 감각이상을 호소한 것.

치과에서 발생한 의료소송을 분석한 결과 임플란트 영역에서 가장 많으며, 그 주된 원인은 감각이상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듯이 임플란트 시술 후 감각이상은 의료분쟁의 주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L 치과의사의 사연은 사건 발생 후의 일이 더 놀라움을 준다. 해당 환자는 화를 내기는커녕 “L 박사가 시술했는데 감각이상이 생길 정도면 다른 치과의사가 했으면 더 큰 일이 생겼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도리어 “놀라지 말라”고 위로의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런 사례는 치과의사와 환자와의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 그 많은 치과중 내치과에 “감사”

서울 노원구에 개원한 Y 원장은 올해 뜻하지 않은 귀한 선물을 받고 감동했다. 임플란트 수술을 받은 환자가 산더덕으로 빚은 ‘더덕주’를 전달한 것.

Y 원장은 “보통 환자들이 선물하려면 수술을 받기 전에 하는데 이 환자는 수술을 다 받고 실밥을 뽑을 때 더덕주를 가져와 더 감동을 받았다. 환자가 말하기를 비무장지대에서 산더덕을 캤다고 하는데 당시의 어려움을 생각하니 더 귀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환자가 직접 심은 배추로 담근 김장김치를 받았다거나 노점상 할머니가 전해준 고구마의 온정은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가 삭막하지만은 않음을 보여준다.

이런 이야기를 접한 한 원장은 “아직까지 환자로부터 그런 감동을 받아본 적이 없다. 내가 더 노력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성진 원장(오성진치과의원)은 “환자와의 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는데 많고 많은 치과 중에 나를 찾아온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감사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치료하면 따뜻함이 오가는 것 같다.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사람 대 사람으로, 일 대 일의 인간적인 관계로 환자를 대하면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