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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원장의 1월 추천도서-일탈(逸脫)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저자



일탈(逸脫)이란 어느 사회가 규정한 정도(正度)를 벗어나는 행위를 말합니다. 어떤 사회이냐 어떤 시대냐에 따라서 일탈인지 아닌지가 결정됩니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에는 여성이 짧은 치마를 입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지만, 오늘날은 패션으로 인정합니다.

최근 남성들이 화장을 하고 머리에 염색을 하고 파마를 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남성상을 흐리는 일탈로 간주되었습니다. 우리는 어쩜 일탈과 방황을 꿈꾸면서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늘 같은 생활, 틀에 박힌 일, 강요된 사회규범 등에 지친탓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이것조차 허용하는 시간, 여유를 주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책을 통해 일탈을 경험하는 것을 즐기는 편입니다.

책을 통한 방황은 의외의 내면 성장을 가져다줍니다. 내가 꿈꾸던 일탈을 경험한 사람의 이야기나 스스로 금기시 했던 내용들이 담긴 책을 남몰래 읽으면서 느끼는 희열과 그것을 통한 잠깐의 방황은 사고에 유연함을 주고 지성을 단련시키며 남을 배려하는 포용력도 생기게 해줍니다. 일탈을 꿈꾸십니까? 괜히 현실에서 저지르지 마시고 책을 통한 일탈을 일단 즐겨보심이 어떠신지요?


내 안에 신성 있다

실천하려는 노력이 신앙
『신의 위대한 질문』 21세기북스, 2015
잘 가르치는 것만이 스승의 조건이 아닙니다. 오히려 뛰어난 스승은 제자에게 적절한 질문을 던져 스스로 깨달음에 이를 수 있도록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직도 종교를 통해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고 있습니다. 신은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지만 때로는 인간에게 적절한 질문을 던져 스스로 그 정답을 찾도록 했습니다. 13년 동안 서울대에서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에 대한 강의를 비롯해, 그 종교들을 탄생시킨 오리엔트 문명과 헬레니즘 문명을 가르친 배철현 교수의 이 책은 신이 어떤 질문들을 인간에게 왜 했는지에 대해 깊은 통찰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의 질문들이야말로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되묻는 중요한 키워드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질문을 통해 핵심을 바라보면 신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 안에 있으며, 인간 내면의 신성을 찾아 그대로 실천하려는 노력이 신앙이자 종교임을 알게 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 책은 성서를 철저하게 종교적인 관점에서 파고들었습니다. 앞서 일탈에 대한 말씀을 드렸지만 크리스찬인 제 입장에서 종교학자가 쓴 이 책은 작은 일탈이었습니다.


어려운 미술사 접어두고

감상만으로 그림의 힘이 느껴져
『그림의 힘』 에이트포인트, 2015
그림을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어떤 그림을 좋아하느냐의 차이는 있겠죠.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자주 찾아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미술품을 직접 보고 감상하는 것은 웬만한 열정이 없다면 힘든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저는 미술품을 간접적으로나마 보기 위해 정기적으로 미술에 관련된 책을 사서 봅니다. 특히 세계적인 명화에 대한 설명이 그림과 같이 있는 책은 왠지 모르게 그림에 대한 조예를 깊게 해주는 것 같아서 좋아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이 책은 또 다른 일탈로 다가왔습니다. 미술사적인 관점에서 화가와 시대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루고 그림은 막상 참고자료 정도로의 설명에 그쳤던 다른 책과는 다르게 이 책은 그림을 통한 오롯한 관찰자의 ‘감상’에 내용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그 그림이 어떤 시대에 누구에 의해 어떤 의도로 그려졌는지에 대한 것은 관심이 없습니다. 단순하게 그림을 통해 떠오르는 일상의 내용들을 써 놓고 있습니다. 그것 말고도 제가 이 책을 좋아하게 된 것은 책의 질이었습니다. 감상을 최적화로 하기 위해 최적의 화질로 인쇄를 해서 소장용으로도 손색이 없네요. 어려운 미술사는 접어두고 시각을 통한 힐링을 해봅시다. 『그림의 힘 2』도 나와 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의 본질은
뇌를 달구는 지적생활 경험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위즈덤하우스, 2015
현대인을 대표하는 말 가운데 하나는 바로 ‘외로움’입니다. 한겨울의 스산한 바람 같은 외로움은 혼자만의 겨울을 더욱 쓸쓸하게 합니다. 곁에 사람이 없으면 불안해하는 ‘불안 증후군’도 있습니다. 친구가 적으면 성격이 안좋은 사람이라고 여겨질까 봐 굳이 사귀지 않아도 될 사람을 만나고 페친, 팔로우를 늘리기 위해 SNS를 계속 기웃거립니다. 이 책은 저자인 일본 메이지대 교수 사이토 다카시의 인생이 잘 녹아있습니다. 그는 대입에 실패한 열여덟 살부터 첫 직장을 얻은 서른두 살까지 철저히 혼자였다고 합니다. 친구도, 직업도 없었지만 혼자 있는 시간 동안 스스로를 냉정하게 들여다 보고, 목표한 것을 현실로 이루기 위해 공부에 몰입했습니다. 묵묵히 쌓아온 내용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누구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책은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은지 말해주고 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편안하게 보내자’ ‘자신을 치유하자’ 등의 주장이 담긴 책이 아닙니다. 자신의 능력을 키우고 뇌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는 지적인 생활을 경험하는 것이 ‘혼자 있는 시간’의 본질이라는 주장입니다. 외롭지 않다고 늘 스스로에게 말했던 사람들에게 철저하게 ‘혼자의 시간’이라는 일탈을 권하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