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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과실 없어도 동의서 안받으면 무용지물

“시술·마취 자기결정권 침해” 판결·사례 주목

의료진의 과실이 없다고 인정을 받더라도 수술 전에 환자의 동의서를 받지 않으면 소송에서 질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와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 민사부는 모대학병원에서 내시경 역행 췌담관 조영술(ERCP)을 받다 사망한 환자 가족이 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6250만 원) 청구소송에서 위자료 1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최근 판결했다.

의료기관에서 간단한 시술(마취)이라도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상세한 설명을 통해 환자가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간호기록지에 병원 의사가 환자와 면담하면서 시술의 목적·방법·주의 사항 등에 설명했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고, 진정 전 환자평가서에 시술에 관한 동의서 등 확인란에 체크 표시가 돼 있으나 시술 및 마취에 관해 상세한 내용이 기재된 동의서 등을 받았음을 인정할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면서 “시술 및 마취에 관한 설명의무를 게을리해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한편 광주 동부경찰서는 최근 지난해 7월 조선대 치과병원에서 전신마취 잇몸 치료를 받던 70대 후반의 환자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치과의사 2명에 대해 “의료진 과실을 확인할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된 이번 사건에 대해 “지난 2015년 7월 13일 사망한 이모(당시 77세) 씨의 부검 결과와 대한치과의사협회의 감정서 등을 토대로 수술과정에서 의료진의 과실을 확인할 수 없어 무혐의로 결론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족들은 치과의사 과실로 이씨가 숨졌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전신마취를 하면서 가족들의 동의서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주 동부경찰서는 가족 동의서 여부에 대해 의료과실과 무관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조선대치과병원 측은 환자를 치료하기 전에 주의사항 등을 충분히 설명했고, 환자가족의 동의서도 확실히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선대치과병원은 “아직 경찰서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보내온 문서가 없어 지켜보고 있다”면서 “사전에 주의사항 등을 충분히 설명했고 체크항목에도 표시가 돼 있고 동의서명도 다 받아놨다”고 밝혔다. 

서울대치과병원장을 역임한 장영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선임감정위원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치료 결과에 상관없이 ‘설명의무’가 문제될 수 있으므로 환자의 자기결정권 보호 차원에서 반드시 설명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장 위원은 특히 설명의무와 관련, “의료인의 설명은 환자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환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림을 그려주거나 밑줄을 친 흔적 등을 의무기록에 반드시 남겨야 한다”며 “시술 동의서의 경우에도 환자에게 사인만 받아선 안되고 환자에게 시술 동의서를 충분히 이해시킨 다음 서명을 받아야 법적 효력이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