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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추천도서- 나선 모양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저자


자신의 세계관, 가치관을 형성해 나가고 자신의 세계를 만드는 과정은 엄격해야 합니다. 이런 자아형성의 과정이 최근에는 가볍게 여겨집니다. ‘진지함’은 ‘재미없음’이 되었습니다. 왠지 진지한 사람은 외면 받기 십상입니다.

가치관 형성에 있어서 중요한 독서를 즐기는 사람은 줄고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오히려 특이한 사람으로 보이는 세상입니다. 우리나라 성인이 일 년에 평균 세권도 읽지 않는다고 하고 성인의 1/3은 한권도 읽지 않는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합니다.

독서를 통해서만 진지한 자아형성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극단적인 가치관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폭넓은 독서는 분명 도움이 됩니다. 절대적 가치관 하나를 받아들이고 다른 것을 부정하는 사고에 빠지면 독서의 폭이 한정되고 자신의 주장에 맞는 것만 선택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다양한 삶에 대한 관용적인 태도를 볼 수 없고 결국 이기적이고 독단적인 사람이 되고 맙니다.

현대는 다원화된 사회입니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모순되고 복잡한 사실을 공존시켜야 진정한 사회입니다. 복잡성을 공존시키면서 직선이 아닌 나선 모양으로 천천히 상승해서 올라가야 강인한 자아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독서는 이런 강인한 자아를 형성하는 제가 알고 있는 최고의 길입니다.


충동적이고 파괴적인 현실
거부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

『근시사회』 민음사, 2016

이 책의 원제는 충동사회(The Impulse Society)입니다. 개인의 충동성은 성격적 결함으로 보았지만 이제는 그 충동성이 사회 전체를 파괴적 결말로 몰고 가고 있다고 보는 저자의 새로운 프레임이 제시됩니다. 원제보다 ‘근시사회’라는 제목이 훨씬 좋아 보이는 것도 우리의 근시안성이 가지는 문제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근시사회의 구성원들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소비를 억제하지 못해서 카드 돌려막기 하는 사람, 연구에 투자하기 보다는 구조조정을 감행하는 기업, 선거철만 되면 지키지 못할 공약을 남발하는 정치인 등. 현대인들이 짊어지고 있는 막대한 가계 부채와 각종 중독들이 생겨난 이유, 기업 활동을 가능하게 해주던 주식시장이 왜 시장경제를 좀먹고 있는지, 충동적인 정치인들이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망치고 있는지를 알려주고 그것을 막을 현실적 대안들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한때는 ‘절제’란 것이 한 개인과 사회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지표였습니다. 근시안적이고 자기 몰두적이며 파괴적인 지금의 현실이 제시하는 최선의 개념을 거부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고양이 마을로 돌아가
‘착한 자본주의’를 꿈꾸다

『고양이 마을로 돌아가다』 이숲, 2016

지금 대중사우나와는 다르게 옛날 대중목욕탕은 사뭇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 다니던 목욕탕에서는 낯선 사람에게 등을 맡기고 동네 어르신의 등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찾아가 밀어주었습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혼내기도 칭찬하기도 마다하지 않았고, 공동의 물품은 아끼고 북적함 속에서도 지킬 예절은 지켰습니다. 여탕과는 벽을 하나로 두고 있어서 들어갈 때 마주쳤던 같은 반 여학생의 목소리가 들리면 나도 모르게 부끄러워지는 순수한(?) 시절의 목욕탕이었습니다. 저자는 공중목욕탕에서 ‘착한 자본주의’의 모습을 보기도 합니다. 이 책의 원제는 ‘뒷골목 자본주의’입니다. 원제였다면 이 책을 구매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5마리 고양이를 키우는 저는 고양이란 글씨만 보이면 사고 보는 습성이 있습니다. (이 책에도 고양이 마을 이야기가 나오기는 합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라는 자본주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유토피아적 상상일 수 있지만 저자가 꿈꾸는 그런 마을이 그리운 것은 그만큼 지금 세상이 좋은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겠죠?


아이 셋 키우는 아빠의
눈높이 인성교육 따라해보세요
『아빠의 인성교육』 애플북스, 2015

사춘기의 아이를 겪은 아빠가 이런 책을 쓸 수 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아마 힘들지 싶습니다. 저만해도 사춘기 중2 아이가 있어서 이런 차분한 인성교육을 시킬 시간도 마음도 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꾹 참고 이 책을 읽으면서 하루 10분씩 10일간 해보라는 이 책의 내용을  한두 가지 실천해 보았습니다. 아이의 반응은 의외였습니다. 반응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지나치게 어른의 시각에서 아이를 보는구나 하고 자책했습니다. 이 책은 인사하기, 사과하기, 존중하기 등 어찌 보면 인성교육의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말해주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나누며 이야기하기에는 그만입니다. 초등학생 세 명을 키우는 아빠의 마음이 잘 녹아있습니다. 이미 초등학교 이상 아이를 키우고 계시더라도 다시 ‘인성’을 이야기 하고 싶으시다면 아이의 눈높이에서 이 책을 한번 일독하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