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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와 치과의사

스펙트럼

매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은 1981년부터 매년 1~2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되어 ‘다보스포럼’ 으로도 불리는데 전 세계 정계, 재계, 학계 전문가들이 모여 세계 주요 이슈들에 관해 다룹니다. 올해에도 전 세계 60개국 650여명이 참석했다는데, 1차 산업혁명인 물을 활용한 증기기관 혁명, 생산의 기계화 시동, 2차 산업혁명인 전기를 활용한 대량생산 체제 구축, 노동의 분화, 3차 산업혁명인 컴퓨터를 활용한 정보화 자동화 시스템 구축에 이은 ‘제4차 산업혁명의 이해’ 라는 주제로 디지털, 바이오, 나노 기술 융합, 인공 지능(AI) 체제 구축 등 신 성장 동력에 관해, 그리고 ‘미래 일자리’에 대해서 논의가 됐다고 합니다.

이로부터 불과 2개월도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면서 치러진 세기의 대결이 있었으니 바로 알파고 대 이세돌의 인간과 다보스 포럼에서의 주제였던 AI과의 한 판 승부였습니다. 이 대전은 여러 가지 화제를 낳았습니다. AI와 인간과의 공존에 대한 물음, 다가올 사회에 대한 대비 등 인문학적 문제에서부터 인류의 미래에 대한 고민까지 다양한 화두를 남겼습니다.

이렇게 AI가 산업 전반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학계는 이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700여개의 직업을 대상으로 ‘이 직업의 모든 작업이 컴퓨터에 의해 수행 가능한가’를 분석한 결과 47%가 10~20년 안에 컴퓨터에 의해서 대체되거나 직업의 양상이 크게 변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 의사, 치과의사도 크게 예외는 아니라는 것이 충격적이었습니다.

필자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치과대학에 진학하려 할 때에 학교 선생님 중 많은 분들이 만류를 하였었습니다. 치과의사를 사람을 치유하는 의료인으로서가 아니라 기능적인 부분만을 보시면서 그 역할의 가치를 많이 폄하하고 계셨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실지로 사회적으로 많은 분들이 치과의사를 “이빨쟁이”로 반 농담 식으로 호칭하기도 하였었습니다. 환자와의 인간적인 교감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시각입니다.

치과의사가 하는 일을 규정할 때에 ‘치아우식증을 제거하고 그 빈 공간을 채워주고, 이를 씌우기 위해서 치아를 깎고, 만들어진 기공물을 끼워주고, 그 과정에서 정확한 마진을 정밀하게 맞추는 업무’ 정도로 생각한다면 우리 치과의사들은 결코 오차 없는 AI를 따라가기 힘들 것 같습니다. 데이터를 입력해서 그것에 따른 결과물을 산출하는 과정은 사람보다는 컴퓨터가 완벽하게 할 수 밖에는 없고 그렇다면 치과의료 분야를 그쪽에 넘겨주는 것이 맞겠지요.

하지만 의료란 것은 단순한 기술의 전달만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치아우식증을 치료할 때에 해당 치아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치아를 가지고 있는 환자분께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아무리 치료가 잘 이루어졌더라도 그 과정에서 환자분이 마음에 상처를 받고 치과를 멀리하게 된다면 장기적으로는 성공적인 치료라고 볼 수가 없습니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에서 모든 초점은 AI와 인간의 대결로 모아졌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을 꼭 흑백논리로 이쪽 아니면 저쪽 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골프가 필드에 나가서 직접 걸어다니면서 치는 것도 재미있지만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변화시켜서 즐길 수 있는 스크린 골프가 있듯이 바둑의 발전을 위해서 대국 상대로 AI 연습상대가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간 치과의사가 완벽하게 이룰 수 없는 데이터 분석에 의한 진단과정과 정확한 기공과정은 AI와 첨단기술의 힘을 이용하고 이를 환자에게 적용하는 주체가 치과의사가 되어야하고, 환자분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파악하고 감정적인 교감과 윤리적인 부분은 아무리 먼 미래라도 우리들의 몫입니다.

오늘 우리들의 병원 문을 들어오시는 환자분들에게 어떤 응대와 진료를 제공해드리는가가 10년 후, 20년 후의 치과 미래를 좌우할 것입니다. AI에 우리 인간 치과의사들의 자리를 넘겨줄 것인가 아닌가는 지금 우리들이 선택해야할 과제입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전승준 분당예치과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