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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닥터의 애환 “대표원장 보다 직원 눈치 더 보여요”

어려운 케이스는 그래도 쉬워…말 안 듣는 스탭 더 힘들어

30대 중반 페이닥터 A원장은 얼마 전까지 일한 병원에서 무척 애를 먹었다. 대표원장이 치과경영 보다 사회활동에 더 열을 올렸던 것. A원장은 “처음에는 대표원장이 병원을 자주 비우니 스스로의 능력을 더 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는데, 직원들이 나를 말 그대로 페이 아르바이트생 정도로 생각했다. 환자예약관리나 상담 등에 있어 내 얘기가 먹히지 않았다. 결국에는 실장과 싸우고 그만뒀다”며 “이 생활을 하며 어려운 케이스보다 더 힘든 건 직원 눈치를 봐야 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개원환경 악화로 치과의사들의 최초 개원시점이 늦춰지며 페이닥터로 일하는 기간이 늘고 있는 가운데, 페이닥터들이 가장 많은 어려움을 토로하는 부분이 병원 직원과의 관계다. 페이닥터들은 ‘최소한의 일만 하려는 직원’, ‘직원들끼리 뭉쳐 페이닥터를 무시할 때’, ‘대표원장이 직원 편을 더 들 때’ 등이 일을 하며 어려운 부분이라고 꼽았다. 일부사례를 정리했다.

30대 초반의 B원장은 지난해 근무한 치과에서 초반에 실장과의 관계가 좋았다. 오히려 처음에는 자신을 많이 배려해 주는 실장 때문에 병원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실장의 이상한 환자예약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오후 늦은 시각은 예약이나 환자접수를 받지 않아 상당수 환자를 놓치고 있는 것이 눈에 띈 것. 처음에는 실장에게 주의를 줬다. 그러자 실장의 태도가 돌변했다. 해당 병원의 원칙과 스탭들의 권리를 내세우며 B원장의 얘기를 듣지 않고 오히려 직원들끼리 단합해 B원장을 따돌리기 시작했다. 대표원장에게 이야기해도 별다른 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B원장은 “내 병원 같이 생각하고 한 조언이 따돌림과 무시로 돌아오는 경험을 하며 씁쓸함이 컸다. 최소한의 일만 하려는 직원, 이런 직원들을 컨트롤 하지 못하는 원장을 볼 때 답답함을 느꼈다. 이제는 나도 내 할 일만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이 일을 한다”고 말했다.

여자치과의사인 C원장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비슷한 또래의 스탭들이 자신을 같은 급의 직원으로 대하는 데 적잖이 당황했다. 특히, 자신의 진료에 대해 환자가 아닌 직원들이 컴플레인을 걸 때가 가장 황당했다. C원장은 “‘우리 원장님은 이렇게 안 한다’고 비교하거나 진료내용을 먼저 지시하는 직원까지 있었다. 내가 하는 진료를 어시스트 하는 것도 아니면서 와서 지켜볼 때 가장 화가 났다”고 말했다.

오랜 페이닥터 생활을 접고 내년 초 개원을 준비 중인 한 원장은 “여러 병원에서 일을 하다 보니 병원의 분위기는 스탭들에 의해 좌우되는 것을 많이 느꼈다. 대표원장도 더 오래 함께 갈 사람이 직원들이니 페이닥터보다는 직원들 편에 설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 내 경우는 직원들과 좋은 관계를 위해 일부러 농담도 많이 하고 술도 많이 샀다. 페이닥터로 제일 어려운 건 환자보다 직원이었다”며 “막상 내 병원을 개원하려고 하니 개원을 한 후 스탭들을 어떻게 대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