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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출발의 첫걸음

기고

협회장 직선제 반대는 필자의 지론이었다(프렉톨과 직선제: 치의신보 1995. 3).

민주주의 발전의 꽃인 대의 민주주의에 역행하고, 직선제를 택한 많은 유사단체가 투표율 저조에 따른 대표성 부족과 격렬한 비방·고발 등 선거과열로, 회장의 형사 입건 같은 후유증을 낳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총이 결정한 직선제를 대세로 받아들인다.

첫째 서구 자유민주주의에 비하여, 벼락공부로 압축성장한 대한민국 정치사회가 보여주는 현실이, “민주주의 정치성장에 월반(越班)은 없다”는 명제의 산 증거이기 때문이다. 겪을 일 겪고 고생 좀 해봐야 면역도 생기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3만 회원, 특히 젊은 회원들의, “이대로는 견딜 수 없다”는 변화 열망이다.

셋째 임명직보다 선출직을, 간선제보다 직선제 출신의 대표성·조직 장악력을 더 높게 평가하는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의 선입견 때문이다.

대학총장 호선(치과타임스 1993. 1)이나 협회장 직선제는 우리사회가 한 세대쯤 더 성장해야 비로소 개선될지 모른다.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빅뱅의 변수가 있지만….

경제력 최우선 시대에 들어와 미용·건강·행복추구, 다른 말로 복지안녕 증진(Promoting well-being)이 생명연장 노력(Prolonging the Life)을 앞질렀다고 하더라도, 의사의 직업윤리는 여전히 인간 생명의 항상성 유지(Conserving the Homeostasis of Life)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의사가 환자를 대하는 천직·소명의식은 보수적이고 보수적이어야 하며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Be, must & only the Conservative). 4·19 혁명도 4월 26일 가운을 걸친 의사들의 시위가 결정타였다. “아, 의사들마저!”

물론 의료업의 행정부와의 관계나 사회적인 지위설정에 대한 대응방법, 즉 직업인으로서의 정치성향은 보수·진보를 가를 필요가 없다. 수술실로 들어가며 레이건 대통령이 집도의에게 한 말, “당신이 공화당원이기를 바랍니다(I hope you’re a Republican)”는 그저 대범한 농담일 뿐이다. 치과의사협회장 후보가 진보냐 보수냐 역시 선택의 기준은 아니다. 그러나 ‘최초의’ 직선제 선거를 앞두고 이상한 기류가 흐르는 것 같다. 전국에서 개업에 여념이 없는 2만여 유권자들에게 후보의 능력과 정책을 알리고 어필할 뚜렷한 방법이 없다는 것은 직선제 자체의 숙명이다.

 그렇다고 해서, 현 집행부에 대한 비난과 매도를 무기삼아, 회원들에게 감성적인 접근을 꾀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판 막장에서 빌려온 ‘원색적 용어’를 남발하는 캠페인은 역으로 비호감을 자초할 것이며, 대외적인 이미지 실추는 물론, 당선 되어도 고스란히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네거티브’의 전형이다.

 집행부가 막강한 공권력을 가진 것도 아닌 이상, 누워서 침 뱉기에 불과하다.

지난 선거 때 필자는 ‘집행부추대 후보’라는 표현을 엄중히 힐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미 추진 중인 정책이 계승되기를 바라는 희망 자체는 전혀 하자가 없고, 한 집행부에서 세 명, 네 명의 후보가 나온들, 해보겠다는 사람을 탓할 수도 없다.

대통령 후보에 6룡, 9룡이 나와 잠룡과 잡룡(潛·雜龍)을 구분하기 어렵다고 하지 않는가? 통합개혁캠프라는 이름을 빌어 두 후보가 하나로 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엄혹한 국 가경제와 치과계 현실에서, 회원들의 민생에 올인 하겠다는 선언 또한 신선한 실용적 접근이다. 후보들 모두가 치과계 현안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정책발표로 회원들의 표심잡기에 선전하기를 바란다.

다만 사회 일각에서 ‘선플 운동’까지 벌이고 있는 마당에, 배운 사람들답게, 분노로 일그러져 매도하는 얼굴보다 밝게 웃는 희망의 얼굴을, 그리고 70, 80%가 넘는 투표율을 보고 싶다.

직선제 선거의 첫걸음부터, 네거티브라는 구태의 추태를 보이지는 말자.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임철중  치협 전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