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FDI 참가국들은 세계 치의학계에 다시 한 번 ‘구강건강은 전신건강의 관문’이라는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전신의학의 관점에서 세계 시민의 구강건강을 돌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폭넓게 공유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이다.
이는 현재 대한민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치매국가책임제’에 치협을 비롯한 치의학계의 역할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메시지라 국내외적으로 시의적절한 비전이라 평가된다.
FDI 한국대표단을 이끈 김철수 협회장은 귀국 후 “이번 FDI에서 각국 치협들과의 교류를 통해 각국 치과의 상업화 문제, 치과계와 정부와의 관계, 구강건강과 전신건강의 연관성 등 공통의 관심사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전 지구적 솔루션을 토론하는 유익한 시간이 됐다”고 총평했다.
# 서울 FDI2022 군불지폈다
이번 FDI의 성과는 단연 박영국 경희대치의학대학원 원장의 FDI Councillor(집행위원) 입성이 손에 꼽힌다. FDI Council은 실질적으로 FDI를 움직이는 최고집행기구로, 교육, 임상술기, 공중보건 등 전 세계의 치의학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기구로 평가된다.
그동안 양정강, 문준식, 박선욱, 박덕영 등 한국의 명망 있는 치과의사들이 FDI Standing committee(상임위원회)에 진출해 각 분야에서 영향력을 발휘한 바 있지만, 세계에서 10명에게만 주어지는 집행위원직에 입성한 것은 고 윤흥렬 FDI 전 회장에 이어 두 번째다.
박영국 위원은 당선 직후 “이번 대표단은 역대 대표단 중 가장 조직적으로 후보자들을 지원한 대표단”이라고 평가하고, “치협의 뜻을 받아 대한민국 치의학의 위상을 도약시키는 데 일념을 바치겠다”고 밝혔다. 박 위원의 평가대로 이번 당선은 박 위원이 쌓아온 국제적인 지명도와 더불어 김철수 대표단의 조직적 지원이 빚어낸 ‘하모니’라고 평가된다.
이와 함께 아시아의 쿼터로 진행될 FDI2022의 한국 유치에 대한 군불을 다시 지폈다는 점도 이번 FDI2017의 성과로 기록된다. 한국은 지난 2008년 이수구 집행부 당시 FDI 2013에 대한 유치전에 뛰어들어 2010년 서울 개최를 일궜으나, FDI측과 협상 과정에서 회원 부담의 문제를 두고 난항을 겪다 유치를 취소한 바 있다. 이번 한국 대표단은 FDI 지도부에게 FDI2022의 서울 유치에 대한 의사를 밝히고, 앞으로 실무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캐스린 켈 FDI 회장에게 한국 방문을 요청,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 냈으며, perth group meeting을 통해 ▲한국 치협의 1인1개소법 수호 노력 ▲각국 구강보건전담부서 설치 문제 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것도 FDI 외교의 성과로 꼽힌다. 특히 APDF(아태치과의사연맹)측이 고 지헌택 고문을 추모하고, 후학을 양성한다는 차원에서 한국 치협에 ‘지헌택 상’의 제정을 제안한 것 역시 작지 않은 성과로 평가된다.
김현종 국제이사는 “APDF의 대부 격인 지헌택 고문님의 상을 제정하겠다는 APDF 측의 뜻에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상의 시행과 수상선정 등 각론은 APDF측과 긴밀히 협의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 새로운 구강건강 정의 ‘전신건강’
한편 이번 FDI에는 캐스린 켈(미국) 차기회장이 패트릭 헤스콧 회장에 이어 FDI 회장에 취임하면서 다시금 여성 회장 시대를 열었다. 박영국 원장 등 한국 인사들과도 교우가 깊은 캐스린 켈 회장은 취임 후 인터뷰에서 “차기 FDI 집행부는 FDI의 모든 회원국들이 공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면서 치의학의 공공성을 화두로 꺼냈다.
그는 이어 “우리가 가장 크게 직면할 도전은 치의학을 전신 건강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문제가 될 것”이라며 “우리가 새롭게 정의할 ‘구강건강’은 전신 건강과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 대중들에게 입증하는 데 성패가 달려있다”고도 강조했다.
지난 8월 27일 마드리드 IFEMA에서 진행된 General Assembly A에서 FDI 회원국들은 97%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FDI의 VISION 2020을 통과시키고, 향후 세계 치의학의 발전방향으로 삼기로 했다. ‘구강건강의 미래 건설(Shaping the future of oral health)라는 부제가 달린 이 비전선언문은 “구강건강은 건강에 필수적인 요소이며, 근본적인 인권의 영역이다. 치과의사의 역할은 전 세계의 복리증진에 기여하는 것”이라는 대전제 아래 ▲새로운 구강건강의 정의 ▲설탕과 치아우식의 관계에 대한 가이드라인 ▲구강건강의 지평을 확장 ▲WHO와의 협업 등으로 각론이 요약된다.
이와 별도로 General Assembly A에서 회원국들은 치과위생사 국제단체인 International Federation of Hygiensts(국제치과위생사연맹)와 European Dental Hygiensts Federation(유럽치과위생사연맹)이 FDI 후원회원(Support membership)으로 가입하는 안에 대해 91%와 90%라는 압도적인 반대로 부결시켰다. 이는 구강건강의 전문가로 치과위생사 직역을 인정하기에는 이르다는 FDI 회원국들의 공감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