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핸드백을 습득했다가 주인을 찾아준 일이 있었다. 마을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다가, 내릴 정류장에 거의 도착하여 내리려는데 맞은 편 자리에 사람은 없고 하얀 핸드백만 하나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아까 어떤 여자 분이 앉아 있는 것을 얼핏 본 것 같은데 실수로 가방을 놓고 내리신 것 같았다. 내려야 할 순간인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저 핸드백을 그대로 놔두면 버스 회사 분실물 센터를 거쳐 주인에게로 잘 돌아갈까···. 버스 기사 아저씨나 경찰에게 맡기면 주인에게 잘 갈까···. 서로 믿지 못 하는 불신 사회, 대한민국의 구성원답게 여러 가지 의심을 하다가 결국 핸드백을 들고 버스에서 내렸다. 핸드백을 열어보니, 이런… 신분증도 명함도 주인에 대한 어떤 메모도 없다. 돈과 카드, 백화점 상품권, 시계, 로션, 사진 그리고 카드전표 한 장이 전부였다. 그냥 놔둘 것을 괜히 갖고 내렸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는데 카드전표에 적힌 상호가 눈에 들어왔다. W피부과의원···. 치과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 지가 즉시 머리에 떠올랐다. W피부과의원에 전화를 건다. 피부과 직원에게 카드결제가 이루어진 시간과 금액을 불러준다. 피부과 직원이 일일 장부를
절친인 신부 둘이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결혼식을 할 처지가 되면서 일어나는 다툼과 해결을 보여주는 코미디 영화이다. 눈, 코, 입이 얼굴의 절반을 차지하는, 예쁘게 보던 앤 해서웨이가 밉상을 자처하고 수많은 출연작과 수상에 빛나는, 그것들보다 더 빛나는 미소를 가진, 케이트 허드슨이 열연했지만 한국에서의 흥행성적은 좋지 않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결혼에 성공하는 사람은 케이트 허드슨이 연기한 리브이다. 앤 해서웨이가 연기한 엠마는 충격적이게도 결혼식장에서, 혼인서약도 하지 않은 채 결혼반지를 빼고 만다. 이 상황도 해결은 된다. 세팅도 전개도 뭇 한국 드라마 못지않게 막장인 가운데 한술 더 떠서 고구마만 있고 사이다는 없다. 그런데 그 와중에 순리에 맞을 것 같은 한 가지가 있었으니… 결혼에 골인한 리브는 성공적인 변호사였다. 외향적이고 직선적이었다. 변호사 일에서는 타협과 절충보다는 깔끔한 정리를 통한 해결을 추구하는 타입으로 묘사되었다. 엠마는 교사였다. 동료 교사의 많은 일을 대신 처리해주고 있었고 많은 것을 마음속에 쌓아두다가 감정이 넘실넘실할 때가 되어서야 표현하는 사람이었다. 각자가 높이가 다른 감정의 둑을 가지고 있을 뿐, 누구나 조금씩은 그
미국 로체스터에는 메이요 클리닉이라는 종합병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메이요 클리닉’은 의료계 외에는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편이다. 클리닉이라는 이름 때문에 미국 어디에 있는 동네 의원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그러나, 메이요 클리닉은 삼성의료원, 백병원과 같은 유명한 국내 대형 병원들이 설립될 때 모델이 된 병원일 정도로 보통 병원이 아니다. 의사만 수천 명, 직원 수만 명의 이 거대한 병원에는 미국의 대통령이나 유럽 왕족, 연예계 및 스포츠계 톱스타 같은 세계적인 유명 인사들이 모여들어 치료를 받는다. 중동의 부호들이 검진이나 치료를 받기 위해 자가용 비행기로 와서 예약 순서를 기다리는 병원이다. 이미 오래 전에 이 병원을 위하여 공항이 지어지고 도로가 놓였다. 그 주변에는 호텔과 부대시설들이 모여들었다. 주 전체가 이 병원으로 인하여 일어나고 번성하였다. 실로 대단한 병원이 아닐 수 없다. 메이요 클리닉의 시작은 윌리엄 워렐 메이요의 작은 진료소였다. 윌리엄 메이요는 작은 체구로 마차를 몰며 시골 구석까지 왕진을 다녔다. 사실 워렐 메이요 시대의 메이요 클리닉은 그저 작은 의원에 지나지 않았다. 윌리엄 메이요가 지금처럼 성숙한 메이요 클리닉에 기여한
곤조는 근성을 뜻하는 일본어이다. 보통 '성내다', '되지 않는 일로 주변 사람들에게 화를 내다'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곤조라는 것을 직접 겪어본 일이 몇 번 있다. 인테리어 업자들을 상대하면서 두세 번 정도 겪은 것 같다. 험한 공사판에 적응하다 보면 점잖던 사람도 덩달아 성격이 험해지기 마련인 것 같다. 공사 업자들은 더 이상 물러설 수가 없을 때 곤조를 부려 상대방을 컨트롤하는 것 같다. 개원 13년 차, 그 동안 치과 경영에 대한 고민 속에 환자로 인해, 직원으로 인해 끊임없이 감정노동을 이어가야 했다. 수도 없이 번 아웃을 겪으면서도 심리적인 상태가 조금 나아지면 또다시 육체적, 정신적 과로를 감당했다. 한 번은 감정의 피난처, 감정의 저수지, 감정의 환풍기 중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면서, 아무 잘못이 없는 나에게 계속해서 컴플레인 하는 환자분을 향해 폭발하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치과 기물을 주먹으로 내리치는 형태로 화를 내뿜은 일도 있었다. 환자분들께서 보실 수도 있는 지면에 환자분들께서 보시면 많이 섭섭해하실 글을 쓴다. 그 당시 환자분과 감정적으로 맞서는 상황이 이어졌지만 다행히 서로 진정이 되었고 내가 부린 곤조를 시작으로
사람은 주변 사람과 수많은 관계를 형성하면서 살아갑니다. 아버지, 어머니, 형, 누나, 친구, 선생님 등등 일상을 살면서 마주하는 모든 사람은 나와 관계를 형성한 존재입니다. 진료실 안에서도 관계가 형성됩니다. 직원, 환자, 영업사원 등등 치과에 오가는 사람들이 나와 관계를 형성한 존재들입니다. 이런 관계들이 어떻게 설정되느냐에 따라 나의 생각과 행동의 폭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관계를 바람직하게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테면, 직원이라고 해서 다 같은 직원이 아닙니다. 직원은 단지 월급을 받고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 그 이상의 존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환자와의 관계 설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환자는 나에게 무엇인지, 그리고 나는 환자에게 무엇인지가 의료의 수행 과정과 결과에 매우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열심히 의술을 연마하고, 치과 인테리어와 장비에 많은 재원을 쏟아붓고, 감정노동을 감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치과를 해나가는 것이 버겁게 느껴진다면 환자와의 관계 설정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환자는 나에게 무엇인지 생각해보십시오. 그리고 환자에게 나는 무엇인지 생각해보십시오. 환자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