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주변 사람과 수많은 관계를 형성하면서 살아갑니다. 아버지, 어머니, 형, 누나, 친구, 선생님 등등 일상을 살면서 마주하는 모든 사람은 나와 관계를 형성한 존재입니다. 진료실 안에서도 관계가 형성됩니다. 직원, 환자, 영업사원 등등 치과에 오가는 사람들이 나와 관계를 형성한 존재들입니다.
이런 관계들이 어떻게 설정되느냐에 따라 나의 생각과 행동의 폭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관계를 바람직하게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테면, 직원이라고 해서 다 같은 직원이 아닙니다. 직원은 단지 월급을 받고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 그 이상의 존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환자와의 관계 설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환자는 나에게 무엇인지, 그리고 나는 환자에게 무엇인지가 의료의 수행 과정과 결과에 매우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열심히 의술을 연마하고, 치과 인테리어와 장비에 많은 재원을 쏟아붓고, 감정노동을 감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치과를 해나가는 것이 버겁게 느껴진다면 환자와의 관계 설정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환자는 나에게 무엇인지 생각해보십시오. 그리고 환자에게 나는 무엇인지 생각해보십시오. 환자는 무엇인가? 환자는 나를 무엇이라고 여기는가? 이 두 가지 물음이 환자와 관계를 맺어가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환자는 무엇인가에 대한 바람직한 답은 ‘치과질환이라는 고통에 빠진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자는 물에 빠진 사람과 비슷합니다. 환자는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입니다. 환자는 나를 무엇이라고 여기는가에 대한 바람직한 답은 ‘나를 치과질환이라는 고통에서 건져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치과의사는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려 물가에 서 있는 사람과 비슷합니다. 두 다리로 뭍에 서 있고, 몸은 튼튼한 밧줄로 든든한 나무에 연결되어 있는 사람이 환자가 바라보는 바람직한 치과의사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사, 환자 간 관계 설정이 이렇게 되어야 죽이 맞습니다.
의사와 환자 간에 관계 설정이 바람직하게 되어 있어야 원활하게 진료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잘 설정된 관계 속에서 구환들을 무리수 없이 치료하고 남은 에너지와 열정으로 신환들과 바람직한 관계를 설정하는 일들이 반복될 때 우리네 진료실이 삐거덕거리지 않고 돌아갈 수 있게 됩니다.
우리들의 진료실에 바람직한 관계 설정이 이루어져 있는지 돌아볼 일입이다. 나에게 환자가 어떤 의미인지는 각자의 생각에 달렸습니다.
관건은 환자들의 눈에 맺힌 치과의사의 상입니다. 환자에게 우리가 어떤 존재로 인식되어 있는지를 생각해볼 때 과연 우리가 바라는 대로 생각하고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이 가꾸어지는 일이 가능한지 의문입니다. 내가 이 환자의 병과 성향, 기질 등을 감당할 수 있는지 즉, 내 몸은 안전한 나무에 메어져 있는지, 나의 구명장비는 충분한지를 생각하기보다 교통사고 현장에 몰려드는 레커차를 방불케 하는 모습으로 환자를 빨아들이는 데 혈안이 되어 있어서는 환자들의 눈에 맺힌 우리들, 치과의사들의 상은 의술로 장사하는 사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입니다.
환자도 의사도 금전적인 이해 관계 외에는 서로 아무 관계도 아닐 정도로 우리네 치과계가 완전히 난장판이 되어 있지 않은지요. 난무하는 저수가, 저수준 의료와 과장 광고, 심지어 먹튀까지… 무너져 내리는 치과의사의 이미지를 이렇게 두 손 놓고 방치해도 괜찮은 것인지요.
어둠이 깊어야 새벽이 온다고, 이제는 환자들의 눈과 귀를 정화시켜 치과의사상을 재정립해 줄 위대한 선생이 한 사람쯤 나와줄 때가 되지 않았는지요. 치과의사들의 존경을 받으며 치과의사들의 자존감을 회복시켜주고 진정한 치과의료를 되찾게 해줄 영웅이 나올 때가 되지 않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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