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을 돌아봅시다
어떤 글에서 김수영 시인이 “독서와 생활을 혼동하지 말라. 독서는 그저 받아들이는 것이지만 생활은 뚫고 나가는 것”이라고 쓴 것을 보았습니다.나는 최근 독서를 통해 최정환이라는 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최정환 씨는 1958년생의 척수장애인이었습니다(과거형으로 쓰는 것은 이미 고인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부모의 버림을 받고 보육원에서 살다가, 노력 끝에 1985년 다시 아버지를 찾았으나 또 한 번 거부를 당했고, 오히려 이 때문에 당시 생활보호대상자(지금은 기초생활보장수급자)가 될 수 없었습니다. 호적상의 아버지 때문에 소위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린 것이지요. 그래서 최정환 씨는 노점을 통해 직접 생계를 꾸려가야 했습니다. 그러던 중 노점상 단속에 항의하다가 다리가 골절됩니다. 기존 척수장애와 교통사고로 인한 중증장애에 골절이 더해진 것이지요. 그래도 최정환 씨는 생계를 위해서는 노점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단속은 해가 갈수록 심해졌고, 어느 날 최정환 씨는 자신의 마지막 재산을 단속으로 빼앗기게 됩니다. 이것을 찾으러 구청에 갔지만 항의는 무의미했고 돌아오는 것은 모멸감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최정환 씨는 분신을 택합니다. 1995년 3월
- 김각균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
- 2014-07-08 1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