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활의 추억
나는 치과대학에 들어오기 전에 다른 대학을 다녔다. 1학년 때부터 3학년 겨울 방학 때 휴학을 하기 직전까지, 나는 모든 과 행사에 참석하였다. 대학 축제 때 주막에서 전 굽느라 밤도 새고 엠티란 엠티는 다 따라가서 평소 집에서 설거지도 안 해본 애가 갑자기 김치찌개도 끓이고….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농촌 활동’. 기간이 길어서 일까, 몸이 힘들어서 일지는 모르지만 농활은 가장 신선한 기억이다. 농활은 보통 해가 가장 뜨거운 8월에 간다. 1, 2학년 합해서 열댓명 즈음이 경북의 한 마을에 도착하여 각각 경운기에 나누어 타고 마을 회관으로 모였다. 마을 회관에 도착하니 선발대로 와 있던 영호와 세회 선배가 수염도 안 깍고 한 다리만 걷어 올린 추리닝 차림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우리는 산적이라면서 영호를 놀렸지만 열흘 뒤 집에 돌아가서 찍은 사진을 보니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마을 회관은 마을의 한 가운데 있는 1층짜리 건물로 커다란 방과 바깥으로 뻥 뚫려 있는 부엌으로 구성되어 있고 앞마당이 있었다. 방에서 문을 열고 앞마당을 쳐다 보면 건너편에 1칸짜리 푸세식 화장실이 있었는데 문이 없고 커다란 종이박스가 문을 대신하고 있어서 바지를 벗은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