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선배, 허세욱
내가 허세욱 선배를 처음 만난 것은 십여 년 전 대한치과의사문인회(치문회)의 세종문화회관 월례모임 자리에서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치문회에서는 정기적으로 유명 문인들을 초청하여 문학 강좌를 개최하는데 때마침 허세욱 선배가 연자로 초빙되었던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리남성고 선배이신 허세욱 교수님의 문학세계와 학문적 업적에 대해서 잘 알고 있던 나에게는 미리부터 흥분과 기대에 차 있던 만남이었지만, 막상 얼굴을 뵙고는 감히 말문조차 떼기도 어려워 그냥 조용히 앉아 말씀만 듣고 있었다.이 전에 사진으로는 간혹 뵈었었지만 그토록 인물이 훤칠한 미남이신 줄은 미처 몰랐다. 가녀린 모습의 학자풍으로만 상상하고 있었는데 인자한 모습과 정감 어린 목소리를 가진 키 큰 호남 형이셨던 것이다.문학 강좌가 끝나고 화기애애한 여담이 오갈 때 허 선배님이 번역한 중국시인 ‘지센’의 ‘배’를 지금도 자주 암송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좌중이 모두 놀라는 것이었다. 그 시가 한동안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후로 이미 사십 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한 번 외워보라’는 허 선배님의 말씀에 암송을 시작하였는데, 비록 짧은 시이지만 너무나 심오한 깊이를 품었기 때문에 낭송이 끝났어
- 김영진 상근심사위원
- 2015-08-13 1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