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하늘
뜨는 해를 먼저 만날 수 있는 동해안 작은 도시에 살고 있다 보니 가끔 이른 새벽에 눈이 떠지면 새해 첫날이 아니더라도 집 근처 바다에 가서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곤 한다. 특별한 결심을 하거나 꿈을 품는 것은 아니지만 단지 그 행위만으로도 가슴 뭉클한 무엇인가가 있다. 사람마다 해가 떠오름을 보고 생각하는 것은 다르지만 대개 희망이나 시작에 관한 것일 것이다. 지난 주말 대학 동기들과 졸업 35년과 환갑을 기념하는 1박 2일의 짧은 가을 여행을 다녀왔다. 가을이 내린 식물원을 걷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실없는 이야기를 하며 떠들었다. 숲속의 작은 음악회에서 들은 사철가의 가사는 가슴을 후벼 팠고 들을 만큼 익어야 들린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학창 시절 MT에서처럼 스물다섯 명 동기들이 좁은 숙소 방에 모여 간단한 다과를 앞에 두고 자신의 일상을 잔잔하게 이야기하던 밤에는 서로 살아온 과정이 달랐음에도 같은 지점, 비슷한 현실에 있음에 공감하기도 했다. 새벽 숲속 공기가 상쾌한 아침, 강원도의 투박한 아침을 들고 손영순 까리타스 수녀의 ‘죽음 앞에 선 인간’이라는 주제로 두 시간의 강연이 있었다. 잔잔한 우리 동기들의 성정을 믿고 한 번쯤은 멈춰 서서 죽음
- 이주석 가인치과의원 원장
- 2024-10-30 1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