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국집에서 짬뽕 하나와 짜장 한 그릇을 시켰는데 짬뽕 두 그릇이 나왔다. 동석자가 짬뽕을 싫어하는지라 짜장 한 그릇을 추가로 시켰다. 종업원이 안절부절 미안해하면서 음료수를 서비스로 준다 하는데 개의치 말라 하였다. 짬뽕 면을 절반 정도만 먹고 해물 등 내용물을 건져 먹었다. 계산을 하는데 종업원이 고맙다고 복 받으시라 하였다. 주인은 한 그릇 더 팔아 이윤을 남겼고(물론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고) 나는 복 받으라는 소리 들었으니 서로 득본 셈이다. 배부르다. 2. 성당에서 600명 들어가는 규모이니 방역수칙에 의해 60명이 참여할 수 있는데 30명이 채 안 되는 신자들이 미사 드리러 오셨다. 복잡거리는 것보단 고요함과 적막감이 마음을 충만케 하는 뭔가가 있어 좀 더 미사에 집중할 수 있어 마음은 편안했지만, 이 코로나19가 언제나 잠잠해 지련지. 성가를 부를 수 없어 미사의 장엄함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영성체 후 묵상 시간에 홀연 피아노 반주가 울리고 젊은 남성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예상치 못한 소리에 긴장하여 귀 기울이는데 그 목소리가 너무도 아름답고 청아해 난 감동으로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미사가 끝났어도 난 그 여운을 좀 더 간직하고자 한참을
세부 공항에 도착하여 배로 세 시간을 가야하고 배에서 내려 버스로 한 시간을 가야하는 카모테스 섬에서 연속하여 3년을 진료하니 이 지역 주민들의 구강위생 상태에 많은 선이 이루어졌습니다. 처음 진료 시에는 앞니가 조금만 썩어도 빼달라고 했던 분들이 이제는 다 썩어서 흔적만 남은 앞니를 치료해 달라 할 때에는 어이없었지만 그만큼 의식 상태가 변한 듯 하여 내심 흐뭇하였습니다. 다 같이 까만 앞니를 가지고 있었을 때는 누구나 창피하지 않았지만 치료를 받아 예쁘게 된 친구의 앞니를 보고 이제 이를 잘 닦아야하겠다는 생각이 스스로 들었을까요. 우리는 카모테스 섬에서 3년의 진료를 마치고 작년부터는 마닐라 인근 산 마태오 시의 도시 빈민층 아이들을 위한 진료를 시작하였습니다. “치료하실 때 이들을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으로 대하지 마시고 평범한 우리 주변의 이웃으로 정겹게 맞이해주세요”라는 박 신부님의 당부와 함께 우리는 한분 한분을 소중한 인연으로 생각하면서 진료를 시작하였습니다. 간단한 충치치료 하나를 하려 해도 5명의 식구가 이틀을 꼬박 굶어야 그 치료비를 낼 수 있기에 치료를 포기하여 엉망이 되어버린 이들의 치아를 보면서 우리는 정성을 다하였습니다. 모두가 한마
학생 시절 내가 꿈꾸던 자동차는 1 세대 그랜저. 흔히 말하는 각 그랜저였다. 기품 있는 바디에 푹신한 소파 같은 고급 카시트, 환상적인 대쉬보드. 조용하고 부드러운 승차감은 순식간에 나를 사로잡았다. 어쩌다 시내에서 마주치면 시야에서 사라질 때 까지 보고 있을 정도였으니까. 이 차는 일본 미쓰비시와 공동 개발하여 차체 디자인은 현대가 맡고 메카니즘은 미쓰비시가 주도했는데 일본에서 데보네오란 이름으로 팔려 일본 여행에서도 가끔 만날 수 있었다. 한국에서와는 달리 일본에선 잘 팔리지 않았다한다. 개원하고 큰 맘 먹고 산 차가 각 그랜저 후속 모델인 뉴 그랜저이다. 각 그랜저 만큼의 품위는 없었지만 각 그랜저의 향수를 생각하며 십년이나 아끼며 타다 어느날 주행 중에 차가 퍼져버려 할 수 없이 폐차하였다. 그 후에도 그랜저 후속 모델이 나올 때마다 유심히 보곤 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차 디자인이 갈수록 후퇴하는 듯 해 실망을 금치 못했다. 첫 사랑에 대한 애증이 컸나 보다. 순수 현대 기술로 만든 3 세대 그랜저인 그랜저XG는 경쟁사 디자이너가 현대 차 망하라고 일부러 못생기게 만들었나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로 못생긴 모양새를 하고 있어 너무 실망스러웠다. 대우
봄, 꽃피는 소리. 여름, 구름에 비 맺히는 소리. 가을, 잎에 단풍 드는 소리. 겨울, 눈들이 낙하하며 수던거리는 소리도 좋지만 식구들이 덜커덕 하고 문 열며 귀가하는 소리도 참 좋습니다. 이 소리를 듣고 나면 이제 편히 숙면을 하게 됩니다. 우리 집은 아이들이 쉬어가는 집입니다. 딸아이 친구들 놀러와 방에서 수다 떨고, 큰 아들 친구들 방에서 게임하고, 막내아들 친구들 밤새 토하려 화장실 왔다 갔다 하면 이게 사람 사는 소리인 듯해 흐뭇하게 미소 짓곤 하였습니다. 지금 아이들이 당연히 자기들 방에 없지만 자꾸 애들 방을 쳐다보고 가끔은 그 방에 들어가 아이들 냄새를 맡아보곤 합니다. 깔끔하게 정리된 방이 왠지 낯섭니다. 책이 떨어져 있고 갈아입은 옷이 흐트러진 채 있어야 정상인데 너무 깨끗한 방에서 그리움이 솟아오릅니다. 갑작스런 죽음을 접하고 나면 하루하루 인생이 얼마나 소중한 지 새삼스레 느껴집니다. 어떤 이는 진료실에서 홀로 무언가를 정리하다 갑작스런 심정지로 세상을 떠났고 어떤 이는 등반하다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였다 합니다. 두 분다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살고 있어 아무도 이렇게 갑작스런 이별을 할지는 몰랐겠지요. 삶이 이렇게 황망할 줄 알
누군가가 덕담을 해주었습니다. 당신은 좋은 일 많이 하니 천국행 티켓을 예약해서 좋겠다고. 나쁜 의도가 아니라 선한의지로 칭찬해주신 좋은 말이었는데 얼굴이 화끈거리면서 반감 같은 게 치솟았습니다. 제가 진료 가는 게 천당 가기 위해 하는 일 아닙니다. 그냥 거기에 힘든 사람이 있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러 가는 것이지 어떤 의도가 있는 게 아닙니다. 더군다나 진료를 미끼로 선교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랍니다. 사실 단독 개원의가 병원을 며칠씩 비우기는 쉬운 일은 아닙니다. 더군다나 추석 긴 연휴를 쉰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시 문을 닫게 되면 그 달 직원들 급여 주기도 빠듯하고 환자들도 떨어져 나가 향후 수입에도 큰 지장이 생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진료 도구를 챙겨 비행기를 타는 이유는 나보다 훨씬 절박한 사람들이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치통이라는 게 겪어본 분은 아시겠지만 참기가 참 힘든 고통입니다. 평생에 치과의사 한번 대하기 힘든 사람들은 그 아픈 마취주사를 신음 소리 한번 안 내고 참아 냅니다. 그리고 그 아픔에 눈물만 주루룩 흘러 내 보냅니다. 그 눈물을 보며 진료 팀도 다 같이 안쓰러워 함께 뭉클합니다. 이윽고 아픈 이가 빠져 나가면 또 고마
진료를 한 시간만 빨리 끝내고 어떤 일정을 진행한다 해도 벌컥 화를 내며 절대 그럴 수 없다는 원장이 있는가 하면 며칠을 통째로 비우는 일정을 흔쾌하게 수락하는 원장도 있습니다. 진료와 경영을 책임져야하는 어쩔 수 없는 환경이어서 그러겠지만 평생 환자를 봐야 한다면 그 평생이란 긴 시간에서 며칠이란 작은 시간을 할애하여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해보는 것도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닐 것 같습니다. 감기에 걸려도 약을 먹지 않고 한숨 푹 자고 나면 쉽게 낫곤 했는데 작년에 일정을 마치고 한 달을 죽어라고 아팠습니다. 열이 나고 몸살이 심해서 그 좋은 계절 5월에 나들이 한번 못하고 진료가 끝나면 바로 집에 와 몸져누워 끙끙됐던 아픈 기억이 있어 올해는 운동도 하고 홍삼도 먹어가며 체력 단련을 했습니다. 또다시 여러 은인들의 도움을 받아서 진료 준비를 마치고 태평양의 작은 섬으로 출발하였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모두의 안전과 그리고 저에게 겸손을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봉사하는 사람이 겸손하지 못하고 자기를 내세우면 상대는 큰 상처를 받습니다. 진료 환경이 열악한 곳에서 의료진은 절대 갑이 되기 때문에 특히나 몸을 낮추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행여나 선교를 빙자한 의료 행
지방 작은 동네에서 슬픈 哭聲이 들려왔습니다. 한 청년이 취업에 대한 고통 때문에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는데, 마침 퇴근하던 군청의 한 공무원과 부딪혀 둘 다 사망한 사건입니다. 그 공무원은 어린 아들과 출산을 앞둔 만삭의 아내가 있는 젊은 가장이었기에 더 슬프고 안타까웠습니다. 마른하늘에서 날벼락 맞을 확률이 높을까요? 투신하는 사람과 부딪혀 생명을 잃을 가능성이 더 많을까요? 세상은 투신자살한 그 대학생과 사망한 공무원과의 묘한 악연을 탓하며 이러쿵저러쿵 말들을 많이 했습니다. 허나 어찌보면 그 젊은이 또한 피해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와 미래에 대한 불안이 얼마나 컸으면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요? 자살한 청년의 남은 가족들은 또 가족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남의 가정에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했다는 생각으로 얼마나 미안한 마음으로 살아갈까요. 그가 고의적으로 한 일은 아니지만 결과는 너무나 비극적입니다. 세상이 그렇게 만들었을까요, 아니면 어떤 악의 힘이 작용하여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그 공무원의 장례식장에서 투신한 대학생의 유가족들이 공무원의 유가족들에게 무릎 꿇어 사죄했고 공무원의 유가족들은 사죄를 하는 유가족들을 일으켜 세우며
이제껏 남이 차려준 밥상에 숟갈만 들고 식사를 했는데 이제 직접 음식을 조리해서 다 같이 먹으려니 조금 힘이 들었습니다. 해외봉사 이야기입니다. 모두 갖춰진 곳에서 몸만 가서 봉사할 때와 진료 장비와 약품들을 스스로 갖추고 진료를 하려니 몇 배는 더 힘이 듭니다. 세관을 통과하려니 커다란 장비에 문제를 제기하고 당연한 듯 돈을 요구합니다. 당신네 사람들을 위해 진료봉사를 왔다 해도 막무가내, 진료허가서를 보여주고 현지어에 능통한 봉사자가 강력하게 항의를 해서 겨우 통과를 하였습니다. 이제 배를 타고 3시간을 가야하고 항구에 도착하면 차로 30분을 더 가야 합니다. 비행의 피로와 배 멀미로 고생을 하고 나서야 드디어 도착입니다. 기계에 익숙하지 않는 저에겐 이동식 유니트 체어와 콤프레서를 조립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여러 봉사자가 힘을 합쳐 이제 진료 준비를 다 갖췄습니다. 첫 환자를 보는 것은 설레임입니다. 환자를 볼 수 있음에 감사의 마음을 가지며 이제 진료를 시작합니다. 제 병원에서는 사랑니 하나 발치하면 힘이 들어 휴식을 취해야만 다음 환자를 볼 수 있는데 이곳에 오면 초인적인 힘이 생겨 어려운 발치를 쉬지 않고 해댑니다. 구강외과 전문의에게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