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버지다
한밤중이나 새벽녘에 휴대폰 문자가 오면 불안합니다. 십중팔구는 부고 알림이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에는 부모상을 주로 알려주더니, 요즘 들어서는 본인 상도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낮에 오는 문자 중에서는 친구들 자식 결혼식 청첩도 이제 자주 보입니다. 원치는 않았지만, 아버지 세대는 물러가고 우리들의 세대가 왔습니다. 아버지와 함께한 추억 중에서는 유쾌한 기억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자상한 아버지이기 보다는 엄한 아버지 상이 요구되던, 그리고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에 우리는 스스로 컸어야 했습니다. 아버지가 귀가하시기 전까지는 잠이 들어서도 안 되고, 아버지가 숟가락을 드시기 전까지는 식사를 해서는 안 되는 불문율 속에서 아버지는 가장 든든하고 존경하는 대상이었습니다.아이 셋을 키우면서 여행도 같이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고 학원도 데려다 주며 친한 척했지만, 이제 다 성장한 아이들은 퇴근한 나를 보고 데면데면 대합니다.내가 식탁에 앉기도 전에 먼저 식사를 하고 바쁘다며 일어섭니다. 긴한 일로 문자를 보냈지만, 수신확인만 하고 답장은 없습니다. 세월이 더 흐른 뒤 아이들에게 저는 어떤 아빠로 기억될까요?족보를 펼쳐봅니다. 족보에는 아버지의 아버지들이 보입니다.
- 이충규 치협 군무이사
- 2015-02-03 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