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자세
삼국지를 읽다보면 장수(將帥)들의 키가 장난이 아니다. 칠 척은 축에도 끼지 못하고 8, 9척이 기본이다. 그런데 발 길이를 기준으로 한 서양의 피트(foot)보다 조금 긴 척은, 팔꿈치에서 손목까지의 길이로, 1800년 전 사람의 척골(尺骨; ulna)은 25cm 전후였다 한다. 거기에서 다시 ‘중국식 과장’을 빼도 현대의 잣대로 180에서 2m를 넘는 장신임에는 틀림없다. 이런 거구를 태울 수 있는 준마(駿馬)를 타고 휘두르는 두 세배가 넘는 육중한 병장기에, 보통 병졸들은 추풍낙엽이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부상 중인 투수 류현진이나 피츠버그 해적 강정호의 우람한 체격을 보면서, 프로선수들이 옛날에 태어났다면 장비나 여포 같은 맹장이 되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조금 더 자세히 보면 이들이 근육질 덩치만 큰 게 아니고, 허리가 꼿꼿한 자세나 당당한 걸음걸이가 문자 그대로 보무당당(步武堂堂), 무리를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있다. 군사를 거느리는 장수는 완력으로만 되는 게 아니다.어느 영화던가 승무원이 힘 좋은 승객을 급히 찾으며, “운동선수 없나요? 탁구나 배드민턴 빼고요.” 하던 대사가 있었다. “힘 빼는데 3년”이라는 골프역시 근육과는 크게 상관없어 보이지
- 임철중 임철중치과의원 원장
- 2015-11-17 1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