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식물생활
처음 공보의로 발령을 받을 때만 해도 여러 가지 꿈에 부풀어 있었다. 주로 학교 다닐 동안 못했던 취미에 대한 기대였다. 나는 활동적인 편이라 낚시, 캠핑, 여행, 골프 등 주로 밖에서 즐기는 취미들을 해보고자 했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공보의들이 그렇듯 기대와는 조금 다른 환경과 생활이 펼쳐지기 마련이고, 나 역시 꽤나 규칙적이고 폐쇄적인 생활을 요하는 지방의 어느 교도소 공보의로 부임하게 되었다. 정시 출퇴근과 교도소 내 관사에서의 삶은 운신의 폭을 생각보다 한정적으로 만들었고, 당연히, 심심했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앞서 말한 취미들을 모두 경험하기에는 시간도 나지 않고 흥미도 생각만큼 동하지 않았다. 업무 외 시간 대부분을 관사에서 지내다 보니 삭막한 관사가 싫어 농협 하나로마트에 파는 스파티필름이라는 국민 식물을 들여와 키우기 시작했다. 처음엔 이 스파티필름을 바닥에 물구멍도 안 뚫린 화분에 옮겨 심고 방구석에 두었다. 물주기도 귀찮아서 물이 찰랑찰랑할 정도로 따라놓았더니 2주가 지나도 물이 마르지 않았다. 하지만 죽지도 않고 꽃도 피우길래 ‘요즘 식물은 강한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식물 하나로는 허전하기도 하고, 대충 키
- 조현태 제36대 대한공중보건치과의사협회 회장
- 2022-08-29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