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과의 동침
1. 올 봄이었던가. 낮에 한창 진료실에서 환자를 보고 있는데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단다. 웬일인가 하여 진료 중간에 잠깐 짬을 내어 전화를 걸어보았더니, 다짜고짜 “여보, 여자 치과의사라는데… 혹시 이름이 OOO인 분이 치과의사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어요?”순간 책장을 흘낏 올려다보니 마침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원명부’ 최신판이 보이기에 시간 날 때 확인해 주겠노라며 전화를 끊었다. 특정 지역에 병원을 하고 있지 않는 사람이기에 찾는 데 다소 까다롭긴 했지만 이리저리 뒤적거려서 결국은 그녀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퇴근 후 집에서 아내에게 자초지종을 다 듣고 나서는 무의식중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아내 옛 고교 동창의 지인의 부탁이었다는 것이다. 그 지인의 오빠가 결혼을 하였는데 상대여자(올케)가 W치대를 졸업한 치과의사라고 해서 부모님이 너무 흡족해 하셨다고 한다. 사실 지인네는 상당한 재력을 지닌 집안이었기에 치과의사 며느리만 들이면 당장이라도 좋은 자리에다 병원 하나쯤은 너끈히 차려줄 태세였다. 하지만 그 며느리는 결혼하고 나서도 치과를 차린다고 하기는 커녕 남의 치과에 취직할 생각조차도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집안 친지들이 이상하게 생각다 못해 혹시
- 차현인 여의도 백상치과의원 원장
- 2014-12-16 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