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 대한 두려움을 상당 부분 바꾸는 곳이소아치과의 몫이라 믿는다 소개를 받아 처음 면접을 봤을 때 소아치과라는 말을 들었을 때 참 생소하고 어색하고 두려움도 많았다. 그때가 벌써 8년 전이었는데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치과하며 앞치마를 입은 스탭들과 가운을 입지 않은 선생님을 보고서 신기해 했었다.처음에 소아치과에 들어갔을 때 아는 것이 별로 없어서 아이들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부터 배웠었다. 조그만 아이들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팔, 다리를 잡고 머리를 잡고 진료를 하는 모습이 익숙하지 않아서 당황도 많이 했었다. 넘어져서 다친 아이를 안고 온 보호자를 보면서 나도 같이 눈물이 나온 적도 있었다. 처음 며칠은 퇴근 후 집에서도 아이들 울음소리가 귓가에서 맴돌았다. 치료 끝나면 반지, 자동차, 풍선 등 다양한 선물을 주는 것을 봤을 때 정말 신기했다. 내가 어릴 적 기억하는 치과의 이미지는 항상 공포스럽고 두려운 곳 이였으니까 말이다. 한번은 아이들이 치료 받기 싫다고 갑자기 도망가서 찾으러 나가기도 하고, 나이가 좀 있는 자폐아였는데 불안해하는 아이를 달래주다가 주먹으로 맞은 적도 있었다. 그래서 며칠 동안 턱이 아
탄탄한 ‘守破’를 바탕으로은퇴전엔 꼭 ‘離’에 도달하리라매일 매일 최면을 걸어본다 흔히 듣는 속담에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든가 ‘모든 학문은 철학으로 통한다’(그래서 영어의Ph.D 는 분야에 관계없이 박사 학위를 취득하면 똑같이 주어진다)든가 어느 영역이든 경지에 이르면 ‘도 통하다, 득도했다’라는 것들이 있다. 수없이 들어 왔던 표현들인데 요즈음 들어 그 깊은 의미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공부는 물론 좋든 싫든 여러 가지 운동이나 잡기를 끊임없이 접하거나 배울 기회가 생기게 된다. 불혹을 넘기면서 딱히 할만한 운동이 무얼까 고민하던 중에 부상이 많은 권투나, 유도, 태권도 등 격투기보다는 언젠가 여건이 되면 꼭 해보리라 마음 먹었던 검도를 시작한지 어느 새 7년이 됐다. 뭘 하든지 7년 정도 하면 웬만큼 잘 한다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데 아직도 귀에 따갑도록 듣는 소리가 ‘기검체 일치’가 안 된다는 것이다. 기검체 일치는 검도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기(氣)란 기력과 기합을 말하며 검(劍)은 죽도로 타격하는 것, 체(體)는 몸과 발의 움직임과 몸자세를 말하는 것으로 이 세 가지가 타이밍에 맞게 일치가 돼 격
열정과 노력, 시간을 쏟으며불도저처럼 돌진할 때의 맛이것이 인생의 참 맛 나는 미쳤었다. 창가로 간다.틈만 나면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본다.비가 오는지, 눈이 오는지, 구름이 얼마나 꼈는지, 바람이 부는지, 햇빛이 있는지 없는지, 하루에도 몇 번씩 창문을 열고 날씨를 확인한다.퇴근할 때 까지 틈만 나면 창가로 간다. 나의 취미는 테니스.테니스 라켓을 잡은 지 10여 년 정도 되어간다.땅을 밟으면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노란 공을 시원스레 칠때면 이 세상 모든 근심 걱정이 함께 날아간다. 이 맛이다.초보 수준을 넘어서 중수로 가는 실력. 눈만 뜨면 포 핸드 스트로크의 자세 중에 뭐가 잘못됐는지, 백 핸드를 오늘은 꼭 시도 해야지, 스매싱은 어떻게, 발리는 이렇게, 서브는 저렇게 등등.틈만 나면 하루 종일 테니스 생각이다.노란 공의 마력이란다.그런데 노란 공의 마력이 가끔 나를 힘들게 할 때가 있다.친구가 골프를 같이 하자고 유혹할 때, 그래도 나는 하얀 공보다 노란 공이 더 좋다고 고집을 부린다. 한 번은 도전이 들어왔다.하수의 도전은 늘 받는 게 나의 철칙이다.그래서 날짜를 잡고 몸을 만들어서 그 날을 기다린다. 드디어 결전의 날!칼을(라켓) 챙겨
약속들을 남발하고 있다특히 선거때가 되면함부로 새끼손가락을 건다 몇 년 전부터 나에게도 결혼 주례를 봐 달라고 부탁이 들어오는 걸 보니 이제 나도 나이를 먹고 인생이 늙어 가는 것 같아 씁쓸하다. 결혼 주례사에서 빼 놓지 않는 말이 바로 부부간에도 약속을 잘 지키라는 말이다. 결혼 자체도 법적, 사회적 그리고 집안간의 나아가서는 두 사람 사이에 한 평생을 같이 잘 살아보겠다는 약속이 아닌가. 어떤 신혼부부는 후일 인사차 찾아와서 주례사를 되새기며 “교수님은 약속을 다 지키시고 하신 말씀인가요?”라고 묻기도 하여 나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럴때면 “선생이란 자기가 다 직접 체험 한 것만 가르치는 게 아닐세, 비록 자신은 체험 못했더라도 바람직한 것을 가르치고 말하는 게 스승이라네. 근데, 자네 요즘 들어 어른한테 대드는 버릇이 생겼구먼…” 하고 말을 돌려 어물쩡 넘어 가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 주위엔 약속을 너무 가볍게 하고 너무 쉽게 깨어버리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되는 건 사실이다. 가족 간에도 ‘오늘 일찍 들어오겠다느니’ ‘이번 일요일엔 애들과 외식하자’는 등의 약속을 한 것도 아니고 안한 것도 아닌 식의 약속은 그냥 잔소리로 흘려버
주변 사람들이 달라지고마음도 조금씩 풀리니오늘도 나의 멈추기는 계속된다 나이 40이 넘어가는데도 아직까지 뒤뚱뒤뚱 거리고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살다보니, 이거 좀 어떻게 편하게 살 수 없을까 하고 두리번거리다가 어디 가서 얻어 들은 풍월이 한번 멈춰서 보라는 것이었다. 그래 까짓것 뭐 돈 드는 일도 아니고 효과가 그렇게 좋다는데 한번 멈춰서 봐야겠다하고 독한 맘 먹고 시작해본다.그런데 어디서 멈춰서야 하는걸까, 딴에는 한가한 고민을 잠깐 하는 동안에 멈춰 설 일들이 구름같이 몰려온다. 한 소리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게 하는 환자 앞에서도 성질 안 부리고 한번 멈춰서 보고, 다른 환자 봐야하는 데 울고 울고 또 우는 아이 앞에서도 숨 한번 고르고 멈춰서 보고, 진료비 한 푼이라도 깎아 보겠다고 매달리고 매달리는 아줌마 앞에서도 멈춰서 이야기 들어주고….한숨 돌리고 나니 뽀로통해 있는 직원들 얼굴이 또 나에게 멈춰 설 일이 여기에도 있다고 손짓하고 있다. 환자한테 열 받고 같이 일하는 이들에게 열 받고…그래도 멈춰 서서 생각해보라 했으니 힘들기는 해도 멈추기는 멈춘다. 정말 성질 같으면 확 어떻게 해버리면 좋으련
회색빛 도시에서도희망과 생명의 계절인 봄은마냥 설레고 기다려진다 높고 낮은 시멘트 건물들로 꽉 차버린 도시는 온통 잿빛이다.크고 작은 공장이나 빌딩들의 굴뚝에서 내뿜는 연기도 회색빛이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리는 자동차들도 도시의 하늘을 잿빛으로 물들이는 주범들이다. 보도블록과 아스팔트와 온갖 오물들로 뒤범벅이 된 땅마저도 회색빛이고 수많은 고가도로나 육교마저도 회색빛이다. 회색빛 아파트와 회색빛 담장으로 둘러 쌓인 주택들, 을씨년스런 나목의 가로수나 빌딩숲 사이로 보일듯 말듯 한 먼 산들도 회색빛이고 지하도나 지하상가의 벽마저도 어김없이 회색빛이다. 이런 회색빛 속에서 우글거리고 북적대는 도시 사람들의 마음마저도 어쩌면 회색빛인지 모르겠다. 잿빛 도시의 환경 속에서 봄을 기다리고 맞이한다는 것이 도무지 말도 안되는 소리인지는 몰라도 사람마다의 가슴속에는 역시 봄을 그리는 애절한 마음이 숨어 있는듯 하다.물가의 버들가지나 연두빛 새싹의 수양버들, 노오란 민들레나 자주빛 할미꽃, 종달새 높이 떠서 우짖고 아지랑이 하늘거리는 두고 온 고향을 생각해서도 봄은 역시 기다려지게 마련이다. 봄만 되면 보릿고개에 고픈 배를 움켜 쥐어야 했던 서글픈 추억을 간
외모는 늙고 추할지라도정신과 가슴만은주위와 잘 어울리는멋진 실버가 되길… <지난호에 이어 계속> 요즘 많이 듣는 유행어로 노인들이 모인 곳에 가면 둘러 앉아 ‘걸, 걸’ 한답니다. “좀 더 참을 걸” “좀 더 베풀 걸” “좀 더 즐길 걸”하며 뒤 늦은 후회를 한답니다. 물론 웃자고 한 말이겠으나, 저의 생각으로는 이렇게 주저앉아 ‘걸, 걸’하고만 있기보다는 이를 느꼈을 지금부터라도 시작이 가능한 작은 것부터 실천하려 찾아보면 아직도 ‘참을 것’ ‘양보할 것’ ‘베풀 것’ ‘즐길 것’이 조금은 내 주위에 반드시 남아 있을 것이며 이를 하나 둘 챙겨서 실천하다보면 덜 후회스러울 것 같고 또한 작은 만족이나마 가질 수 있지 않겠는가. 대개의 노인의 특성은 타협을 거부하고 혼자만의 아집으로 인해 주위로부터 고립을 자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인이라는 것이 어떤 자격이나 지위가 아니며 또한 늙은이임으로 모든 것이 용납된다고 착각해 공연히 대접이 소홀하다고 잔소리나 심술, 투정을 늘어놓는다면 이것처럼 꼴불견이 없으며 푸념을 해서 좋은 것은 하나도 없는 것입니다. 오히려 이때부터 당신은 주위에서 추한 늙은이로 취급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노년에 가장 필요하고
옆에만 있어도 든든하고함께 울 수도 웃을 수도 있는그 친구들이 정말 보고 싶다 주말에 쉬지 못하고 2주간을 바쁘게 달려온 탓인지 아니면, 병원에서의 수많은 스트레스 탓인지 이번 주말에는 몸이 좋지 않았다. 몸이 으슬으슬하고 열도 조금 나는 것이, 환절기에 오는 비염인지 아니면 감기인지 모르겠지만, 이틀간 꼬박 몸살을 앓았다. 지독하게도 부비동을 자극하는 통증과 끊임없는 재채기는 바야흐로 봄이 왔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알러지성 비염이 있는 내 코는 봄이 오는 것을 그 어느 것보다 먼저 아는 센서이다. 이틀 남짓 앓고 나니 지금은 한결 상쾌하다. 오늘 오전에 군대에 가있는 내 친구 대원이에게 전화가 왔다. 사정상 교대를 졸업하고 임용이 되어 교단에 일년여 동안 근무한 후 늦게 군대에 가있는 친구이다. 친구의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가 너무 반가웠다. 친구는 단박에 내 코맹맹이 목소리를 맞추면서, 감기에 걸린 것을 알아챈다. 농담 삼아 군대 땡보관, 사회보다 군대가 편하니 선생질 관두고 그냥 말뚝 직업군인으로 남으라며 장난하며 통화했다. 그 친구 왈, 군대도 편하지만 얼른 사회에 나와서 술 한잔 하고 싶다며, 너스레를 떨며 의뭉스럽게 웃는다. 서글서글한 눈매에 호
이놈도 사랑을 먹고 산다밤 늦도록 나와 노닥거린다빨리 퇴근해 이놈을 보고 싶다 품안에 자식이라고 자식 놈들 짝지여 놓으니 다 뿔뿔이 흩어져 살고 덜렁 두 늙은이만 남은 지 10년이 넘었다. 일주일에 한번 월례행사처럼 같이 만나 외식 하는 게 전부이고 손자 놈들 보는 것도 그 때뿐이다. 그것도 요즘은 제일 적은 놈이 11살이니 재롱 떨 나이는 다 지나버렸다.똥오줌 못 가릴 때가 어린 천사같이 귀엽지, 이제는 다 커서 제법 소년 소녀티가 나 핸드폰 가지고 노닥거리는 나이이고 보니 커 가는 게 대견스러울 뿐이다. 아들 내외가 권했는지 딸이 권했는지 개 키우는 것을 그렇게 싫어했던 마누라가 강아지를 키워 보자는 것이다. 옛날 단독주택에 살았던 시절 몇 번이고 개를 키워본 경험이 있었다. 그 때도 자식 놈들 성화에 마지못해 키웠으나 워낙 우리 집은 개가 잘 안 되는 집으로 생각했다. 왜냐하면 들어온 개마다 비극적으로 끝나 너무도 애석하고 가슴이 아파 다시는 개를 키우지 말자고 마누라와 의논했었다. 한번은 조그마한 스피츠 암놈이 있었는데 이것이 새끼를 낳다가 초산인지라 난산이 되어 가까운 수의사한테 진찰을 받으니 제왕절개로 출산을 해야 한다기에 할 수 없이
정체된 사고로 인해잘못된 정책이나 제도가또 만들어질까 두렵다 우리 사회에서 소위 힘 깨나 쓴다는 사람들의 (ex. 정치인, 고위 공직자, 재벌 회장, 지방 자치 단체장, 대기업의 노조 위원장, 대학 총장 등) 사무실을 둘러보면 한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그 공통점은 그들이 사용하는 책상이나 탁자는 사전에 모두 약속이나 한 것처럼 당구대에서 봤음직한 녹색 천으로 덮여있고, 그 위에 5~6mm두께의 유리로써 한 번 더 포장 돼 있다는 것이다.나는 이러한 모습의 책상, 탁자를 볼 때 마다 그 사용자에게 묻는다. 왜 값비싼 원목 가구 위에 녹색 헝겊은 깔고 유리로 덮어 놓았느냐고.그러자면, 그들은 상당히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전혀 설득력 없는 답변을 우물우물 궁색하게 늘어 놓는다. 이들을 유형별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전임자가 그렇게 해 놓았다 ‘책임 전가 형’ 2. 오래된 관행이다 ‘전통 중시 형’3. 이 사람아 왜 나만 갖고 그러나? 다른 사람들도 다 마찬 가지 인데 ‘물 귀신 형’4. (화를 버럭 내며) 이 따위 쓸데 없는 질문을 하면 가만 안 두겠어 ‘단순무식 막가파 형’5. 아~무 이유 없어. 내 맘이야
하얀거탑의 권위는 포기한지 오래고인류의 건강과 생명의 보존을천직으로 삼는 의사들이격렬한 투쟁 일선으로 내몰리고 있다 1) 반세기전 국내 최초의 칼라 시네마스코프영화제작을 두고 김지미의 ‘춘향전’과 최은희의 ‘성춘향’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시장이 좁다보니 연예계의 경쟁은 지금도 여전해 방송 3사가 비슷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박 터지게 싸우는 일이 비일비재다. 인기리에 방영된 메디컬드라마 ‘하얀 거탑’과 ‘외과의사 봉달희’도 예외가 아니다. 사실 거탑은 병원이라기보다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 드라마다.70년대 초 군의관 시절 세권짜리 번역판으로 읽은 기억이 나는데, 일본의 군국주의 역사와 독일에서 도입한 도제식 교육제도를 감안하더라도, 선임자가 수련의들을 집합시켜 ‘엎드려뻗쳐에 몽둥이세례’는 지나친 과장이다. 각과마다 피라미드의 정점에 있는 교수 한사람이 절대적인 권위를 누리는 형식만은 여전한 것으로 안다. 메이저과 정(正)교수가 규모에 따라 열명도 넘는 우리 대학과는 사뭇 다르다. 전후 부흥기 일본에는‘하면 된다’는 성공이야기, 즉 CEO‘영웅 만들기’가 대세였다. 제철업계 회장, 정계 거물, 웅대한 전략을 기안한 대본영 참모에서 막부시대를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