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백투더퓨처’(1985)는 주인공이 타임머신인 자동차를 타면 미래로 날아갈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공상과학영화이다. 더욱 더 놀라운 사실은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 영화의 미래 배경이 2015년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점이라는 것이다. 30년 전 영화 속 미래 배경이 된 시기를 오늘날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현재 치과의사를 하고 계시는 많은 선배님들 또한 과거에는 찬란한 미래를 꿈꾸는 학생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치과대학을 빨리 졸업하고 싶다’, ‘훌륭한 치과의사가 돼서 환자들을 성심성의껏 치료하는 의사선생님이 될 것이다’ 등 각자가 서로 다른 자기만의 미래를 그리며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현재 본과 3학년 원내생 진입을 앞에 두고 있는 나 또한 치과대학을 졸업해서 치과의사 면허를 획득한 뒤의 내 미래는 어떨지 가끔씩 상상해보곤 한다. 그럼 지금부터 2045년 2월의 어느 날 내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함께 출발해보도록 하자.2045, 2, 11‘오늘 아침 최저 기온은 영하 15도로 계속된 한파에 다들 따뜻한 외투를 입고 출근하셔야겠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내 하루는 날씨뉴스를 들으며 시작된다. 대학생 시절엔 영하로 내려만 가도 춥다고 난리
‘저도 제가 무서워요’, ‘직진만 이틀째’, ‘먼저가…난 이미 틀렸어…’ 요즘 길거리에 나서면 초보운자들을 알리는 재미난 문구가 눈에 많이 뜨입니다. 초보운전자들이 웃기는 그림과 함께 재미난 문구로 애교작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초보운전이지만 초보운전 문구를 아예 붙이지 않고 운전하는 운전자들도 있습니다. 오히려 초보운전 문구를 보면 무시하거나 경적을 울려대는 느낌을 받는다는 겁니다.실제로 얼마 전 시어머님께서 뒤늦게 운전면허를 따셨습니다. 남편과 저는 어머님 운전 연습을 위해 주말 오후 도로로 나섰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앞좌석에 함께 앉은 남편은 ‘엄마, 브레이크! 브레이크!’를 연신 외쳐댔습니다. 아무래도 뒤늦게 시작한 운전이 영 수월치 않으셨던 겁니다. 그렇게 옆 차선으로 끼어들지 못해 좌회전을 못하고 직진과 우회전으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머님께서는 식은땀을 흘리시며 운전하기가 쉽지 않다며 힘들어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도 그럴 것이 초보운전 문구를 붙이고 있었음에도 도로에서 좌측 깜빡이에 양보가 참 인색했습니다. 깜빡이를 켜면, 켜자마자 끼어 들새라 뒷 차는 속도를 내며 위협했고 결국 직진만 했었던 겁니다. 물론 그날따라 운이 좋지 않아
김치는 우리의 밥상에 없어서는 안 될 기본 반찬이다.요즘처럼 이른 봄에는 반찬할 것이 별로 없다는 아내의 푸념이 들릴 때나 물가가 비싸서 장보기가 겁난다거나 할 때도 김장김치 한포기면 한 끼 반찬으로 온 식구가 즐겁고 별도의 찬이 없더라도 맛나게 끓인 김치찌개 한 냄비면 족하다.김치찌개는 궁중에서도 김치가 먹다가 시면 김치찌개를 끓였는데 “조치”라고 했다.조치란 국물을 바득하게 잘 끓인 찌개를 말한다.먹다 남은 김치에 된장이나 고추장을 풀면 구수한 김치찌개가 되고 돼지고기나 돼지갈비를 넣고 끓이면 맛좋은 영양식이 된다.오랜만에 만난 격이 없는 친구라면 도심의 선술집 연탄불을 사용하는 둥근 상에 둘러 앉아 서로 안부를 묻고 모락모락 김이 나는 김치찌개 속에 숨겨있는 돼지고기나 두부를 먹는 재미도 막걸리 한잔과 더불어도 좋다.돼지고기나 소고기·비지찌개·청국장·태평초 (메밀묵과 김치가 주재료)등 김치는 약방의 감초처럼 한국사람의 식탁에는 빠져서는 안 되는 음식이다.내가 즐겨먹는 돼지고기 김치찌개는 대충 요리해도 그만이다.윤양하표 김치찌개로 특허를 낼 것이다. 농담이다.식당에서 주문하면 맛난 육수에 장이나 파·두부·채소 등 좋은 재료가 들어가지만 내가 집에서 하는
저희 치과에서는 종종 금연이 대화의 주제로 떠오릅니다. 스케일링이나 치주치료를 하러 오신 경우는 물론이고, 임플란트 시술이 예정돼 있는 환자분들에게도 금연은 중요한 상담 키워드입니다. 더욱이 올해부터는 담뱃값이 큰 폭으로 인상되고, 이 기회에 금연을 결심하려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에 치과 환자분들의 금연에 대한 관심도는 예전보다 크게 늘어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금상첨화로 지난달 25일(2월 25일) 부터는 금연 치료와 금연 상담이 건강보험 지원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에 병원 입장에서도 금연 캠페인(치과의사가 투자한 시간에 비해서 금연 상담료가 작기 때문에 병원의 수익보다는 환자에게 재능기부를 한다는 개념으로 생각합니다)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흡연자들과 담배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저는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금연을 결심하는 흡연자들은 본인이 담배를 끊고 나서 금단증상을 못 견뎌서 다시 피게 될 것에 대해서 무의식적으로 예상하고 심지어 내심 기대(?)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분명 의지를 갖추고 담배를 끊으려고 결심하지만, 다른 금연자들이 실패했듯이 끔찍하고 파괴적인 금단증상 앞에서 결국 무너질 것이라는 두려움 섞
율동 공원을 산책 한지는 3년이 되었다. 가끔 만나는 父子가 있다. 어머니는 어찌 된 일인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아버지는 나이 50대 전 후로 그다지 눈에 띄는 인상은 아니다. 그저 키가 좀 크고 얼굴은 걱정스러운 듯 하면서도 행복한 것 같은 알 수 없는 표정이다. 그러나 왠지 눈초리만은 정감이 갔다. 여느 평범한 우리 아버지와 같은 갈색의 얼굴을 하고 있다. 걱정이 없을 수는 없다. 아들 때문이리라. 아들은 고등학교 갈 나이쯤 되었다. 그런데 왜 학교에 가 있을 시간에 공원에 나와 산책을 할까? 아들은 여느 아들처럼 피부가 곱고 귀여운 얼굴이다. 아버지를 닮아 키도 크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반듯하지가 않다. 걷는 것도 비틀거린다. 말을 할 때면 얼굴 양쪽이 불균형하게 일그러진다. 손도 이상하게 구부러져 있다. 부자연스럽다. 아마 뇌성마비 초기 아니면 약간의 정신지체이리라. 아니면 자폐이거나. 가만히 있으면 너무나 귀엽다. 그러나 움직임을 보면 균형이 없는 것이 정상범주에서는 벗어난다. 내가 처음 그 부자를 보았을 때의 마음은 어떠했던가? 이런 아들을 가지게 되면 보통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나? 절망했을 것이 틀림없다며 섣부른 판단을 하고 그 아
초등학교 5학년, 학예회에서 연극을 성공적으로 선보인 기념으로 같이 무대에 섰던 친구들과 동네 중국집에서 탕수육을 배터지게 먹었고 담임선생님께서 주신 돈으로 저녁 값을 계산하자 동전이 서넛 남았다. 대장격인 녀석이 “줍는 사람이 임자!” 하고 동전을 허공으로 던진 바로 그 순간, 치과와 나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백 원, 그게 뭐라고 땅에 구르던 그것을 차지하겠다는 탐욕의 ‘발’은 이성의 끈을 잡기 전 먼저 뻗어 나갔고, 그에 걸려 친구 현정이가 넘어졌다. 그런데 아뿔싸! 울음을 터트리며 일어난 친구의 왼쪽 앞니가 반쯤 부러져 있는 것이 아닌가. 설상가상으로 영구치라 하니, 평생을 친구가 저리 살아야 하는 것인가 오금이 저려왔다. ‘경찰서를 가야하는건가.’ ‘피해보상금도 줘야할텐데 부모님이 날 가만두실까.’ 어린마음에 친구 옆에서 한참을 같이 울었다. 다음 날, 학교에서는 여자아이 인생 책임져야하는 것 아니냐는 핀잔 아닌 핀잔을 선생님들께 들으며 동전을 던진 친구와 함께 방과 후 한 달간 매일 반성문을 제출하는 벌을 받았다. 반성문을 써서 부러진 치아가 다시 붙을 수 있다면 천장만장이라도 쓰고 싶었다. 며칠 후, 열과 성을 다해 쓴 반성문에 하늘이 감동하
참으로 어려운 시대다. 국가 경제 성장률은 점점 낮아지고 있으며, 청년 실업률은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지금 이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이자 청년으로서 20대 후반에 접어든 내 주위에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다. 돈 걱정, 결혼 걱정, 노후 걱정 등등 걱정이 꼬리를 물고 늘어져 있다. 그와 대조적으로 현재 나는 단지 미래가 보장되는 치과대학에 다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너무 안일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최근에 치과계도 사정이 예전 같지 않고 많이 힘들어졌다고 해서 동기, 선·후배들과 진로걱정을 하긴 하지만 주위 친구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배부른 놈이 신세 한탄하는 꼴인가 싶어 조용히 있는 경우가 많다. 치과대학 원내생을 앞에 두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2년을 더 공부해야 치과의사 면허를 딸 수 있는 국가고시를 치를 수 있다. 치과의사 면허가 나오면 소위 말하는 전문직 종사자가 된다. 지극히 나의 주관적인 입장에서 말하자면 치과의사도 이제는 고소득이 보장되는 전문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부만 잘한다고 해서, 학벌이 좋다고 해서 그 사람이 꼭 성공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채용시
오랜만에 연구실을 정리하다 옛날 그것도 아주 오래된 대학시절 수첩을 발견했다.여자들의 청소가 그렇듯 한 가지 관심거리를 만나면 다른 일들을 옆으로 밀어 두고 그 일에 몰두 한다. 그래서 어떨 때는 청소가 하루 종일 걸리기도 한다. 수첩하나가 35년 전 커트 머리에 운동화를 신고 뛰어다니던 청바지 소녀의 일상 속 여행으로 인도하였다. 수첩에는 주말 진료봉사, 책읽기, 과제물 그리고 다방에서 어느 누구를 기다리며 디제이 옵~~~빠가 읽어 주던 글귀… 별 중요하지도 않은 일들이 꽤나 상세히 그리고 깨알처럼 적혀 있었다. 혼자 픽하고 웃어 본다. 어떤 일들은 아직도 기억에 있고, 어떤 글귀는 오글거리기 까지 한다.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고 속성으로 남아 있는 것은 새해가 되면 수첩을 준비하고 새해에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적었다. 그리고 지난해 수첩에서 꼭 기억해야 할 날들을 옮겨 적고 그리고 지난 수첩은 보관하기를 반복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해야 한해를 시작하는 기분이 든다. 수첩에 한해 계획을 세우는 것뿐만 아니라 첫날이나 처음에 의미를 두는 이런 습관은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책을 사도 머리글과 서평을 읽어야 본문으로 들어 갈수 있다. 머리글은
항아리 안에 내용물이 무엇이 들었는지 열어봐야 알지 않을까? 그래서 오늘도 항아리를 열어본다. 첫 번째 항아리를 열었다. 치과위생사가 됐다. ‘지역사회의 구강건강을 증진 시키자’라는 일념으로 졸업하고 취업했는데 사람들은 치과위생사를 모른다.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치과간호사”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들었다. 생각보다 빨리 느껴버린 정체성 그냥 간호과 갔어야 했나…할 때 환자분이 스케일링 받고 너무 잘 한다고 칭찬해줄 때, 헤벌쭉 웃는다. 그랬더니 보람을 느끼는 직업이라고 바로 말을 바꾼다. 환자분들 때문에 울고 웃는 매력적인 직업이다. 두 번째 항아리를 열었다. 초등학교 때 꿈이 선생님이었다. 잠시 잃어버렸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덴탈위키”라는 곳에서 강사과정을 수료 후 치과강사 길에 입문했다. 처음 의뢰 들어온 1시간 강의가 생각난다. 그 설렘, 떨림, 하지만 정작 강의는 달달달 떨면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어떻게 마무리했는지, 정신이 아찔했던 강의였다. 기차 타고 내려오는데 소개해주신 선생님께 죄송하고, 수강생에게 이렇게 밖에 강의 못했던 자신이 실망스러워 눈물을 겨우 참는데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딸 강의 잘했어? 엄마는 딸이 자랑스러워
세계 3대 문호에 셰익스피어, 톨스토이와 위고(Victor Hugo)를 꼽는다면 별 이론이 없을 것이다. 20세기 후반부터 대세로 굳어진 뮤지컬 장르에서는, 4대 뮤지컬의 하나인 ‘레미제라블’과 ‘노트르담 드 파리’등 위고가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 망명생활 중 60세에 출판한 소설 레미제라블은 두 세대가 넘는 세월에 방대한 철학과 사회비판을 담고 있어, 영화나 뮤지컬로 제작하기가 어렵다. 이에 비하여 한참 떠오르는 젊은 예술인들의 리더이던 29세 청년 위고의 노트르담은, 보다 열정적이며 드라마틱하다. 거리에서 춤추는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가 아무런 죄도 없이 죽음을 당하고, 성당의 종치기 곱추 콰지모도가 따라 죽는다는 사회 최하층민의 ‘숙명’에 얽힌 비극이다. 그러나 위고의 집필 의도는 당시 파리시민들이 유서 깊은 고딕 건축물들을 마구 훼손하고 현대적인(?) 재건축에 몰두하던 부박(浮薄)한 풍조에 경종을 울려, 전통문화를 지키려는 데 있었다고 한다.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소설이지만, 15세기 “대성당의 시대”와 “지리학적 발견” 같은 인류문화의 대 변혁기에 대한 통찰 등, 박식한 전인(全人)적 천재가 시민을 가르친다는 계몽적인 자세가 엿보이고, 이는 훗날 레미제
우리와 닮은 이집트, 아비도스를 향해 가는길…“아쌀라무 알레이쿰!”… 2011년 이집트 혁명이 있기 전, 카이로대학 그랜드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슬람과 서방의 화해를 강조하는 역사적 연설에 앞서 ‘앗살람 알레이쿰’ 하고 인사하자 3000여명의 청중은 환호와 함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아랍어로 ‘안녕하십니까?’ 정도의 보통 인사말이다. 누군가 인사해온다면 그냥 똑같이 ‘알레이쿰 살람’ 하면 된다. 본래 뜻은 “신의 평화가 당신에게”이고 화답은 “당신에게도 평화가” 이다. 사실 무슬림들 간에 사용하는 인사라고 하지만, 어느나라나 그렇듯… 여행자가 현지어로 인사하는 것에는 대게 환한 미소가 따르기 마련, 당신 무슬림이냐고 따져 묻거나 난 기독교인이라고 정색하지 않는다. 이제 이집트 여행이야기를 하려하지만… 앞서 이것은 얘기하고 싶다. 서방식 사고와 세계관에 익숙한 우리는 이슬람에 대해 대체로 무지하며, 때로 무례하기까지 한 것이 사실이다. 종교나 정치가 아닌 문화와 풍속,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우리의 개고기 문화에 서양 사람들이 어떤 편견을 가져왔는지를 생각한다면… 그의 몇 배 몇 십배 정도의 무지라고 해두고 싶다.여행이야기에 굳이 이 이야기를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