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때 이 란을 통해 바둑과 관련된 글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벌써 20년 이상이 지난듯 합니다.흐르는 세월이란 그야말로 쏘아 놓은 화살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바둑과 골프, 그리고 漢詩(한시) 모두 좋은 취미생활인데 최근 들어 한시의 매력에 빠져 지냅니다.唐宋(당송)8대가중 한사람인 韓 愈(한유)는 유명한 36구로 된 落齒(낙치)라는 시를 지었습니다.五言古詩(오언고시) 형태로 된 그 시에서 한유는 매년 하나씩 빠져 나가는 치아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고 있습니다.이에 落齒라는 시에서 사용된 18개의 韻(운)을 그대로 次用(차용)하여 次韻詩를 지어 옛 사람들의 치아에 대한 애환을 느껴 봅니다.홍영길오산 베스트 홍치과의원 원장 次落齒韻 (차낙치운)(唐나라 시인 한유의 ‘落齒’시에서 韻을 차용함)人生有五福 인생유오복인생에 다섯가지 복이 있다는데其一持健齒 기일지건치그중 하나가 건강한 치아라네無牙用牙齦 무아용아은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먹는다는 말이 있으나傳來言而已 전래언이이단지 전해오는 말일 뿐이네韓公曾害羞 한공증해수한공이 일찍이 부끄러워 했던 것은每年落未止 매년락미지 매년 쉬지않고 이가 빠지던 것이었네子美患糖尿 자미환당뇨 두보도 당뇨를 앓았던지라常念不嚼恥 상념부작치잘
여행! 어디를 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구와 가느냐가 중요한 누구나 설레이는 여행은 사랑의 재확인 방법이라 생각한다.신혼여행은 물론이거니와 연인들의 여행도 그렇겠지만 특히 가족과의 여행은 나에게 항상 기쁨과 행복,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활력소이다.이번여행은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과 거제.유난히 문인 출신이 많은 통영은 소설가 박경리, 시인 유치환. 김춘수, 작곡가 윤이상, 극작가 유치진 등 이분들의 문학관이나 기념관도 둘러볼 만 할 뿐 아니라, 한산대첩이 일어난 통영 앞바다는 충무공 이순신의 넋을 기리는 이순신공원도 힐링의 공간이라 하겠다.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 정상에 오르면 탁 트인 한려수도의 다도해들은 아름답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지 않을까!철거 위기의 마을을 시민단체가 하나의 관광지로 재탄생 시킨 벽화마을 동피랑은 많은 영화와 드라마 촬영장소로 그리고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여행의 즐거움중 하나는 뭐라 해도 먹거리.우리나라 멍게 전체 생산량의 70%가 통영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고 거기서 먹은 멍게비빔밥은 환상이다.충무 김밥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막내 올케가 좋아한다고 하여 원조 충무김밥을 먹어보긴 하였으나
고된 전공의 과정을 마무리하고 마지막 겨울휴가로 스페인과 모로코 여행을 하게 되었다. 사실 모로코는 처음 스페인 여행계획을 잡을 때 생각조차 안 한 나라였으나 지도를 보던 중 스페인 남부 지브롤터 해협과 인접한 북아프리카 대륙을 보고 충동적으로 계획에 넣은 나라였다. 파울로 코엘료가 쓴 소설 연금술사에서 주인공 양치기 산티아고는 보물을 찾아 양을 팔고 타리파에서 탕헤르로 가는 배에 몸을 싣는 장면이 나온다. 왠지 그 책처럼 배를 타고 국경을 건너면 여행이 조금 더 운치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넣은 그런 나라였다. 아 그리고 지도를 보니 ‘카사블랑카’라는 도시가 보이길래 익숙한 도시 이름이고 영화에도 나왔기에 여기도 가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즉, 모로코가 뭐가 유명한지 그 나라에서 꼭 보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사전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즉흥적으로 계획을 잡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 검색을 하다보니 마라케시라는 도시에서 사하라 사막 투어 코스를 보게 되었다. 2박 3일 동안 차로 달리고 달려서 또 낙타로 갈아타서 사하라 사막에서 별을 보며 하룻밤을 잔다는 투어였다. 당연히 이 코스도 가야지 하다보니깐 스페인 일정이 대폭 축소되고 그라나다,
2009년 겨울의 시작에 즈음하여 저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 부쩍 추워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른 아침부터 말끔한 정장으로 세분의 교수님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 중 한 교수님께서 제게 물어 보셨습니다.“자네는 왜 치과의사가 되려고 하는가?” 순간 멍 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대학에서 4년이나 공부한 화학이라는 학문을 포기하고 군대도 다녀오고 26살이라는 나이에 새롭게 치과의사를 준비하게 된 이유가 뭐였는지 명확히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입시 준비를 시작할 때는 뭔가 여러 가지 이유가 또렷하게 있었던 것 같은데 막상 시험이 끝나고 최종 면접만 남으니 그게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정리되지도 않았었고. 그렇게 시간이 잠시 멈춘 듯 멍하다가 딱! 하고 제 입에서 나온 대답.“저는 깨끗한 돈을 벌고 싶습니다.”그 순간, 제 대답을 들으신 세분의 교수님들께서는 일제히 이게 무슨 말이냐는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시 찬찬히 제 생각을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저는 돈을 많이 벌고 싶습니다. 재벌은 아니더라도 제 가족들과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행복하게 살만큼은 벌고 싶습니다. 물론 치과의사가 아니더라고 돈을 버는 방법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직업들,
얼마 전 우리 네 식구는 저녁 초대를 받아 친구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 날 거실에 들어서자 한 편에 마련되어 있는 수족관 두 개가 유난히도 눈에 띄었다. 아니나 다를까 살아 있는 생물에 관심이 많은 우리의 딸 성은이와 아들 석훈이가 수족관을 그냥 지나칠 리가 없었다. 그러자 친구의 딸이 “이건 구피고, 저건 레인보우 구피고, 음, 저 바닥에 붙어 있는 건 청소 물고기야!” 하면서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우리가 식사하는 동안 아이들은 식탁과 거실, 큰 방과 작은 방을 오가면서 오랜만에 무척이나 신이 난 모양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커피 한 잔 속에 담은 우리 아이들 유학생활 얘기, 교육 문제, 세상 돌아가는 얘기, 치과 이야기들은 시계의 큰바늘에 올라타 다람쥐 쳇바퀴 돌듯 몇 바퀴를 돌고서야 겨우 자리를 마감할 수 있었고 다음의 만남을 기약했다. 그렇지만 아들 석훈이가 마지막까지 수족관에서 눈을 떼지 못하자 친구의 딸이 구피 몇 마리와 수초를 분양해준다며 봉지에 물 부어 담아주었다.우리 아이들은 들뜬 기분으로 돌아오는 차에 올라타 화음을 넣으면서 수족관을 노래하였다. 얼마 전부터 두 녀석들은 강아지를 사달라고 계속 졸랐는데 기르는 게 힘들고 집에 온
학창 시절에 막연히 꿈을 꿨던 에베레스트 base camp 등반이 나의 버킷리스트 상단에 올라왔으나 그것을 실현하기는 쉽지가 않았다.2009년 일본 북알프스에 다녀와서도 그냥 꿈이었었는데 2013년 2월 안나푸르나 base camp 트레킹의 추억과 그 때의 뿌듯함을 기억하며 내친 김에 다시 한번 더 높고 힘들다는 에베레스트 칼라파타르에 도전하기로 결정하였다. 드디어 2014년 1월 에베레스트 base camp(5364m)와 칼라파타르(5540m) 등정을 결심하니 나날의 생활이 그곳을 오르기 위한 준비였다. 그 나이에 구태어 그리 힘든 곳을 가니? 하는 주위 사람들의 염려를 뒤로 하고 에베레스트 base camp 칼라파타르 트레킹을 떠났다.에베레스트는 티벳에서는 초오랑마(세상의 어머니), 네팔말로는 사가르마타라 부른다. 이번 등반은 15일 일정으로 8일 등산, 3일 하산으로 총 112km의 여정이다.인천공항에서 6시간 카투만두로 비행 후 타멜거리를 구경하고 다음날 첫 비행기로 25분을 날아 백두산 높이의 루크라(2840m) 공항에 내린 것으로 산행은 시작되었다.루크라에서부터 4시간을 걸어 팍딩(2610m) 로지에 들어 첫 밤을 지냈다. 다음날 몬조(2835m)
병원 내 방 남쪽 창가에는 6년 전 처음 개원했을 때 여러 지인들로부터 선물로 받았던 화분 6개가 나란히 놓여져 있다. 선물용으로 가장 많이 주고 받는 그리고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수수한 멋쟁이 ‘동양란’ 두 분(盆)이 창가 좌우측 끝 가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뾰족한 삼각형 모양의 매끈한 잎이 멋진 ‘안스리움’ 한 분(盆). 또, 아트가위로 정성껏 오린듯한 올록볼록하고 멋스러운 테두리와 은박지를 듬성듬성 덧씌워놓은 듯한 화려한 잎을 자랑하는 ‘수박 필레아’가 가장 널찍한 사각형의 푸르스름한 도자기 화분에 담겨져 있다. 그리고 가장 조그만 일회용 간이 화분에 이름 모를 이끼류 한 풀이 꿋꿋이 한 자리를 꿰차고 있다.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아끼는 것으로 내 창가의 가장 가운데 명당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연분홍의 꽃 무늬가 은은히 배어있는 예쁜 타원형 도기에는 올망졸망 자그맣고 앙증스러운 귀여운 잎들을 가진 ‘트리안’과 함께 고상한 척 뒤틀린 모양으로 심드렁히 누워있는 ‘서양란’ 하나가 자리잡고 있다. 이렇게 여섯 식구가 나와 같이 거의 만 6년을 동거동락하고 있다. 사실 이 친구들은 원래 병원 한 구석에 정원형식으로 만들어진 빈 공간에서 개원선물로
‘별 들이~소곤대~에는~ 홍콩의 밤~거어~리~’유명한 옛날 대중가요 한 소절처럼, 야경이 아름답다고 소문난 홍콩을 주말 밤도깨비 일정으로 다녀왔다. 2박3일간의 여행도 휴가도 계획하기 어려운 인턴 생활이지만 나에게 새로운 활력소를 제공해줄 무언가가 절실히 필요했다.이틀 동안 곳곳을 돌아보면서, 홍콩은 영국문화와 중국문화가 공존하지만 너무나 중국스러운 독특한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본 홍콩의 거리는 초고층 빌딩들이 대부분이었고 높은 산 위에도 집이 많았으며, 여러 가지 교통수단이나 에스컬레이터 등은 속도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빨랐다. 호텔이나 쇼핑몰 등의 여러 가지 서비스 부분은 영국식인데 딤섬과 먹거리 자체는 홍콩의 전통 음식점들이 더 많았다. 스타의 핸드프린팅이 있는 거리와 많은 홍콩 스타들의 밀랍인형이 전시된 곳들을 둘러보면서 홍콩은 관광지로서 잘 개발된 나라란 생각이 들었다. 옛날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곳들은 어른들을, 디즈니랜드 등의 놀이시설은 아이와 가족들을, 홍콩의 밤은 젊은 연인들을 홍콩으로 이끌어 정말 다양한 연령대의 각국 사람들이 여행을 하고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에 어느 항구의 한적한 곳에서 본 홍콩 밤하늘은 별이 보
나는 치과대학에 들어오기 전에 다른 대학을 다녔다. 1학년 때부터 3학년 겨울 방학 때 휴학을 하기 직전까지, 나는 모든 과 행사에 참석하였다. 대학 축제 때 주막에서 전 굽느라 밤도 새고 엠티란 엠티는 다 따라가서 평소 집에서 설거지도 안 해본 애가 갑자기 김치찌개도 끓이고….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농촌 활동’. 기간이 길어서 일까, 몸이 힘들어서 일지는 모르지만 농활은 가장 신선한 기억이다. 농활은 보통 해가 가장 뜨거운 8월에 간다. 1, 2학년 합해서 열댓명 즈음이 경북의 한 마을에 도착하여 각각 경운기에 나누어 타고 마을 회관으로 모였다. 마을 회관에 도착하니 선발대로 와 있던 영호와 세회 선배가 수염도 안 깍고 한 다리만 걷어 올린 추리닝 차림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우리는 산적이라면서 영호를 놀렸지만 열흘 뒤 집에 돌아가서 찍은 사진을 보니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마을 회관은 마을의 한 가운데 있는 1층짜리 건물로 커다란 방과 바깥으로 뻥 뚫려 있는 부엌으로 구성되어 있고 앞마당이 있었다. 방에서 문을 열고 앞마당을 쳐다 보면 건너편에 1칸짜리 푸세식 화장실이 있었는데 문이 없고 커다란 종이박스가 문을 대신하고 있어서 바지를 벗은 채
어느 생선가게 이야기입니다.6년 동안 열심히 생선공부하고, 20년 동안 생선을 팔아서 아이들 공부시키고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아 왔습니다.정부에서는 생선 값을 통제합니다. 손님들이야 싸고 싱싱한 생선을 사게 돼서 좋다고하는 데요원산지 가격과 유통비는 상승하고 제 이득은 줄고…. 그래서 건어물을 팔아 이익을 보충하며 근근이 살고 있습니다. 횟감 전문, 연체수산물 전문, 패류 전문에 건어물 전문까지 뭔 전문이 그리 많은지요.손님들은 당신은 무슨 전문이냐고 묻네요. 어떤 이는 생선 공부를 4년 했는지, 6년 했는지, 다른 유통이나 해양공부를 하고 다시 생선 공부를 했는지, 내년부터는 생선공부만 7년 하는 학교가 생긴다는데 그곳을 나오면 더 좋은 생선을 팔 수 있는 건 아닌지도 물어 봅니다.또 전문공부는 2년을 했는지, 3년을 했는지, 최소한 3년은 해야 전문소리 들을 수 있는 건 아닌지…. 답변하기 힘든 이야기만 골라서 합니다.맛있고 좋은 생선을 잡고, 손질 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서 우리 장사 잘되게 하는 건 좋기는 한데요. 있는 생선 요리조리 쪼개서 서로 전문이라고 못 팔게 하고 저희네 생선만 특별하다고 하면 결국 누가 살아남을 런지 걱정이 앞서네요. 생선
-1월17일 치과의사국가고시를 마친 후배들에게20여 년 간 여러분에게 끝없이 이어졌던 기나긴 시험들의 대미를 장식할 치과의사국가고시라는 중요한 관문을 마친 여러분과 오늘 이 자리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이 길고도 지루한 시간들이었을 거라 생각되는 것은 저도 그러했기 때문입니다.‘쇼생크 탈출, The Shawshank Redemption 1994’ 이란 오래된 영화가 있지요. 다들 아시다시피 ‘과연 끝이란 게 있을까?’ 싶게 끝없이 이어지는 지루한 수감생활을 그린 작품입니다. 수감자중엔 스스로의 죄를 인정하는 사람도 있고, 무죄라며 억울해하는 사람도 있으며, 이젠 어차피 아무래도 좋다는 식인 사람들도 있지만, 시종일관 불안한 색조의 어두침침한 화면과 축 늘어진 죄수복의 느릿느릿한 실루엣으로, 묘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영화였죠. 한마디로 공포와 절망이 지루함과 얼마나 긴밀하게 얽혀 서로 상승작용을 하며, 그 가운데 희망이 얼마나 반짝이는지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흥미롭게도 여기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지루함의 끝을 제각각 다르게 경험합니다. 탈옥한 사람과 만기출소한 사람의 행적이 병렬로 그려지며, 천국과도 같은 햇살이 내리쬐는 해변의 엔딩장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