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신제품 개발 차 네덜란드를 방문하였다. 짧은 일정을 소화해내기 위해 밤 비행기를 타고 새벽에 겨우 도착한 네덜란드. 네덜란드에서도 계속된 회의와 제품 테스트 등 빡빡한 일정 탓에 몸은 천근만근이었다. 그나마 몸과 마음의 기력을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네덜란드 파트너들의 집에 초대받아 정성껏 준비된 음식을 맛보면서였다.최소 70~80년은 되었다는 네덜란드 파트너의 집은 전통을 사랑하고 보존하고자 노력하는 네덜란드인의 문화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무엇보다 놀라왔던 건 저녁식탁에 올라온 김치. 외국여행길에 종종 먹게 되는 무언가 빠진듯한 그런 어설픈 김치가 아니라 한국인 누가 먹어도 인정할만한 수준의 김치를, 그것도 직접 집에서 담갔다며 김치독에서 꺼내어놓는 게 아닌가. 순간 필자는 이미 한국의 문화가 그들에게도 깊이 스며들어있구나, 한국의 음식문화가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해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진한 감동을 느꼈다.전 세계를 통틀어 우리나라처럼 단기간에 폐허에서 근대화를 이룩한 나라는 없다고 한다. 우리는 ‘그저 근면하고 우수한 민족이니까’라고 단순하게 생각하지만 우리나라를 경험한 외국인들은 김치와 같은 음식문화, 그리고 음악 등의 예술 속의
올해로 창회 15주년을 맞이한 컬럼비아 치과대학 임상연구회에서 9월 17일부터 22일까지 미국 뉴욕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임플란트 연수회에는 오성욱 회장님을 비롯한 30여명의 치과의사들이 참가하였습니다.이번 뉴욕 연수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Dr. Tarnow 와 Dr. Fine 등 유명 연자들의 직강이었습니다. 컬럼비아대학의 세계적인 위상을 느낄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9월 뉴욕에서의 기억들을 하나씩 꺼내봅니다. 14시간의 장거리 비행 끝에 뉴욕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바로 뉴욕시내 관광을 시작했답니다. 위엄있으면서도 질서정연하고 활기찬 맨하튼 거리, 영화와 사진에서 무수히 접했던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 세계금융의 중심지인 월 스트릿, 거리를 지나는 뉴요커들의 자유로움은 미국 특유의 문화를 피부로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예전에 미국에 와 본적이 있었지만 이번 여행과 같이 미국의 공기를 여유있게 즐겼던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지 몇 주 지난 지금도 뉴욕거리가 생각납니다.점심은 유명한 한국식당인 금강산에서 설렁탕을 먹었습니다. (미국에 온 첫 날, 뉴욕 맨하튼의 한복판에서 설렁탕이라니!) 뉴욕에서 한국식당은 항상 줄을 서서 먹
Relay Essay제1879번째 웃음이 주는마음의 힘과 여유 2007년 1월 8일 뉴욕타임즈 인터넷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 동영상의 기사가 실렸다. 안녕하세요. 아트 부크월드 입니다. 제가 조금전에 사망을 했습니다. 40년 넘게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워싱턴 정계의 엘리트 계층을 풍자한 칼럼으로 인기를 끌던 아트부크월드가 직접 제작한 동영상이다. 그는 본인이 미리 제작한 동영상 비디오에 출연해 자신의 사망소식을 알리고 떠났다. 날카로운 풍자와 재치, 유머로 가득한 칼럼으로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은 아크부크월드의 칼럼은 전 세계 500개 신문에 실렸고 1982년에는 논평부문 퓰리처상을 수상도 했다. 죽음을 앞에 두고 마음이 약해지지 않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죽음은 두렵다. 그러나 부크월드는 죽는 순간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가 죽음을 대하는 자세는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에게 의미있는 죽음이 무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말년에 지병이던 당뇨병이 악화되어 한쪽다리를 절단하게 되었는데도 그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는 자세와 유머가 곧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고 삶을 가치있게 바꾼 것이다. 고대의 황제들은 죽음을
Relay Essay제1878번째 대마도 역사탐방을 다녀오다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원 시절 보철학 지도교수이셨던 서호 김영수 교수님을 처음 만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36년 전인 내가 예과 2학년 때, 사진 동아리 모임인 ‘포토미아’에 가입하고, 당시 포토미아 클럽의 지도교수이셨던 교수님과 하계 진료봉사를 함께 떠났던 때다. 그때 선배님들로부터 교수님이 총의치학의 대가이시라는 말을 들었고, 훗날 알게 되었지만 그 말은 사실이었다. 물론 현재는 전공을 바꿔(?) 임플랜트의 대가이시지만 말이다. 이것이 인연의 시작이었는지는 모르나 그 뒤 나는 보철과 수련과정을 거쳐 대학원에 진학할 때 총의치학을 전공으로 택했고, 김영수 교수님은 나의 스승님이 되셨다. 이번에 나는 내가 전혀 의도하지 않은 여행을 하게 되었다. 교수님께서 전적으로 모든 여행 일정을 준비하시고 제자들을 불러 모아 대마도 역사 탐방을 다녀오게 된 것이다. 물론 여행비도 일체를 교수님께서 지원하셨다. 교수님께서는 몇 년 전 말씀하실 때 퇴임 후에는 제자들과 함께 여행을 한 번 가야겠다고 늘 말씀하셨는데, 그것을 이번에 실천하신 것 같다. 우리는 2013년 10월 11일 새벽 5시 30분
Relay Essay제1877번째 한라산이 있어 저는 행복합니다 # 영실기암과 한라산 남벽탐방 지난 개천절, 영실에서 출발하여 윗세오름을 거쳐 한라산 남쪽 수직절벽을 볼 수 있는 남벽분기점을 반환점으로 해서 영실로 다시 내려오는 코스를 산행하였습니다.(영실→오백장군→병풍바위→윗세오름→남벽분기점(방아오름샘)→윗세오름→영실) 제주시에서 바라보는 한라산은 수목이 우거진 여러 오름들이 겹치며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부드러운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반해 서귀포시에서 보이는 한라산은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져있고 해안선 또한 주상절리, 해안절벽, 폭포 등을 보여주며 보는 이들에게 웅장한 느낌을 줍니다. 이렇듯 제주도내에서도 보는 위치에 따라 한라산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 백록담을 오를 수 있는 성판악, 관음사 코스에서는 한라산 북동쪽은 다 볼 수 있어도 이렇듯 멋진 영실기암과 남벽은 볼 수가 없어 안타깝습니다. 한라산 남벽은 우리나라 최대 암벽이며 수직고도가 300m나 되고 주상절리가 잘 발달되어 뛰어난 풍광을 자랑합니다. 한라산 남벽 밑으로는 구상나무군락지와 더불어 산철쭉군락지가 있어 6월에는 연분홍빛 멋진 경관을 연출하며, 가을 산행에서는 붉게 물든 단풍이
Relay Essay제1876번째 유산여독서라… (遊山如讀書) 제가 2년 전에도 ‘산과 물은 서로 거스르지 아니하니…’라는 제목으로 게재를 한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백두대간을 비롯한 수많은 산줄기에 있는 분수령들을 우리 인생에 비유하면서 글을 올렸습니다. 오늘은 산행을 자기수양의 한 방법으로 생각하고 산과 교감하는 것을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왜 산에 오르는가에 대한 물음에 한 유명한 산악인은 ‘산이 거기에 있으니까’라고 대답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등산이 건강에 좋기 때문이라고 얘기합니다. 물론 그것은 당연한 말입니다. 그런데 한 걸음 더 나아가 산행은 그 자체로 정신수양이며 건강은 자연히 따라온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을까요? 조선조 대학자 퇴계 이황선생(1501~1570)의 시비의 제목이 ‘독서여유산(讀書如遊山)’입니다. 이는 청나라 대 문장가 기효람의 서재에 있다는 시의 제목인데 선생은 한 차원 높여 ‘유산여독서(遊山如讀書)’라고 하였습니다. 기효람이 독서의 즐거움을 산행중 신비로움에 비유하였지만 퇴계선생은 산행을 독서에 비유하여 정신수양의 좋은 방법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저는 이 말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Relay Essay제1875번째 나의 즐거움, 행복 나로 인해 남이 즐겁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에 가장 훌륭한 일을 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그 일은 나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에 가장 큰 일이기도 합니다. 나로 인해 남이 즐거운 일이 가장 훌륭한 일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그것이 나를 위한 가장 큰 일이라는 것은 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럼 이렇게 한 번 생각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내가 나를 위해서 어떤 일을 한다면 그 일로 인해 내가 어떤 상태가 되기를 바라는 것일까요? 아마도 편하고 즐겁고 행복해지는 것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그 일이 나만을 위한 일이라면 혹시 편하고 즐겁고 행복함을 느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남이 나를 좋아하고 따르는 일은 없습니다. 나아가 그 일이 남을 힘들고 어렵게 한다면 편하고 즐겁고 행복한 느낌도 잠깐일 뿐 오히려 더 괴롭고 힘들어지게 됩니다. 그러면 아마 나는 외롭고 쓸쓸해서 괴롭기까지 할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하는 일이 남을 즐겁게 한다면, 사람들은 나를 좋아하고 따를 것이고 나아가 나의 행복과 즐거움을 같이 좋아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나는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Relay Essay제1874번째 처음처럼 3주째 치과에 다니고 있습니다. 치과재료회사에 다니는 저에게 ‘치과’와 관련된 이야기는 왠지 모르게 업무의 연장처럼 느껴집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내가 지금 업무 보고를 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착각이 잠시 들 정도로 말입니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늘 입에 단 음식을 달고 사는 저는 3년 넘게 그 흔한 스케일링 한 번 안 받고 치과를 멀리하고 살았습니다. 그럼에도 이가 멀쩡한 것을 이상하게 여기던 어느 날, 드디어 통증이 찾아오고야 말았습니다. 참을 만큼 참았고, 갈 때까지 가보니 딱 한군데 남은 곳이 바로 ‘치과’였습니다. 근무 시간 도중 급하게 예약을 잡고 사무실을 나서니 어느 새 통증은 잊혀졌고, 수업 시간 땡땡이 치는 고등학생의 마음으로 그렇게 치과로 향했습니다. 가벼웠던 마음도 잠시,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동시에 풍겨오는 치과 특유의 냄새와 마주하니 손발에 땀이 나기 시작했고, 진료실로 들어가 체어에 앉는 순간 맥이 풀렸습니다. 순순히 눈을 감고 입을 벌린 채 모든 것을 체념하는데, 전에 치료한 금니가 썩었으니 뜯어내고 재치료를 해야 한다는 말에 이번에는 온 몸에
Relay Essay제1873번째 치과 의료인으로서 봉사활동이 왜 필요할까 무더운 여름날. 나는 군포시 산본동에 위치한 원광대학교 산본치과병원에서 원내생으로서 실습을 하고 있었다. 본과 4학년으로서 이제 실습도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고, 계속된 실습으로 심신은 지칠대로 지쳐있는 상태였고, 뭔가 일상의 무료함도 많이 느낄 시점이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무렵, 평상시에 서울에서 주말마다 활동하던 의료봉사단체인 생명경외클럽에서 농촌 의료봉사활동을 가게 된다는 것을 떠올리고, 병원에 교수님들과 선생님께 협조를 얻어 의료봉사활동을 가게 되었다. 내가 활동하는 생명경외클럽은 모든 살아있는 생명을 경외하고, 생명 그 자체를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한다는 슈바이처 박사의 생명경외사상을 갖고 활동하는 의학, 치의학, 한의학, 약학, 간호학, 수의학을 전공하는 학생들과 졸업한 의료인들의 단체이다. 치의학 분야에서는 서울대와 연세대 출신 치과의사들과 연세대, 원광대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소속되어 있는데, 나 역시 이 단체 소속으로 10명의 치의학도들과 치과의사 선생님들과 이번 농촌 의료봉사활동에 참가하게 되었다. 의료봉사활동을 하게 된 곳은 남원시
Relay Essay제1872번째 공중보건의 3년을 돌아보며 새내기 치과의사 2010년 4월, 난 그토록 바라던 치과의사로서의 첫 근무를 아산시 보건소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많은 환자 수에 놀라기도 했지만, 그만큼 많은 분들에게 치료를 해 드릴 수 있고 나 스스로도 임상실력을 늘릴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앞으로의 생활이 기대되었다. 물론 보건소에서 할 수 있는 진료범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복잡한 술식들은 거의 없었지만, 스스로 진단을 내리고 치료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는 처치를 해야 하는 상황이 이제 갓 졸업한 나에겐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책을 찾아보고, 선배님들에게 물어보고… 그렇게 치과진료에 조금씩 젖어들었던 것 같다. 보건소를 찾아주시는 환자분들 중 상당수는 집안형편이 어려우신 분, 연로하신 할머니, 할아버지 분들이었다. 그래서 부족한 실력이지만 성심성의껏 진료해드리려 노력하였다. 감사하게도 그런 노력을 느껴주셨는지 양말을 사주시는 할머니, 직접 키우셨다는 포도를 건네주시는 할머니, 비타민 음료를 사주시는 할아버지… 정말 많은 분들에게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nb
Relay Essay제1871번째 추석 단상(秋夕 斷想) 긴 추석 연휴가 끝나가는 시점이다. 가족, 친지들과 연휴를 보내고 모두가 두 손 가득히 짐을 들고 기차역 플랫폼에 서있다. 예정 출발 시간이 되었지만 아직 열차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 돌아가는 길인지 기다리는 조바심보다는 여유로운 표정들의 사람들이다. 어두운 밤, 열차에 몸을 실은 뒤 하나둘 조용히 침잠해 간다. 떠나기 전 마지막 식사를 많이 하였는지 쉬이 눈이 감기지 않는다. 자연스레 노트북 전원버튼으로 손을 옮긴다. 돌아오는 열차 위에서 명절 연휴를 곰곰이 반추해본다. 명절의 가장 좋은 점이란 오랫동안 보지 못한 가족 그리고 친지들을 만나는 일이 아닐까 싶다. 혈육의 끈끈한 정과 옛 추억들을 함께 나눈 이들이 모여 맛있는 음식과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큼 좋은 일도 없다. 과거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 조각을 함께 맞춰나간다. 하나씩 맞춰가는 과거의 조각들은 현재의 조각으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열차 밖 풍경을 살피면 그 속에 나도 비치듯, 과거와 현재를 살피며 내 모습을 오롯이 발견한다. 아무 허물없는 그들과의 조각 맞추기 시간은 본연의 내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