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인생은 고통이다’라는 칼럼을 쓴 이후로 여러가지 일들이 많았습니다. 가족의 문제도 있었고, 기대했던 개인적인 일도 끝내 안되면서 어떤 회의감이라기보다 무기력함이 지난 한달을 지배했던 것 같습니다. 오늘 글은 거기에 대한 고민에서 쓰는 글입니다. 우울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끝이 나지 않고 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끌려가는 느낌들에 다 내려놓고 도망치고 싶은 느낌들이 저를 지배하였습니다. 알아보니 우울증이 아니라 번아웃 증상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꾸역꾸역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쉴 때 잘 쉬어야 에너지를 얻고 일을 할 때 더 능동적으로 할 수가 있는데, 번아웃에 빠지면 쉬는 것이든 일이든 다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하기 싫어집니다. 우리는 일을 안하는 것을 쉬는 것과 동의어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제대로 쉬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내가 정말로 기뻐하면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활동을 해야 쉬는 것인데, 한국 사회에서 가정을 둔 부모들의 경우 꾸역꾸역 일과 가정을 다 챙기며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일을 안하면 쉬는 것으로 착각하기에 스마트폰에서 배터리가 계속 나가듯이 몸이 방전되는 것입니다. 나름 일과
치협 경영정책위원회가 치의신보·치의신보TV와 함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의 위기 및 역경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자는 취지로 우리 사회 저명인사들의 칼럼 시리즈를 격주로 게재합니다. 치과경영 및 치과의료인의 삶에 새로운 자극, 위로와 활력소가 되길 바랍니다.<편집자주> 구범준 PD 세상을 바꾸는 시간 대표 2018년은 남극 세종 과학기지 설립 30주년이었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이하 세바시)'은 이를 기념해 과학과 도전을 주제로 특집 강연회를 열었다. 강연회 중간에 세종 기지의 통신 대원 이상훈 씨를 실시간 화상 통화로 연결하고 관객의 질문을 받는 특별한 시간도 마련했다. 호기심 많은 관객의 질문이 그치질 않았다. 이상훈 대원도 열심히 답했다. 그러다 한 초등학생 아이의 차례가 되었다. “저는 이상훈 대원의 아들 이동훈입니다.” 아이는 자신을 소개하는 한마디를 씩씩하게 내뱉더니 바로 울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부자 상봉이 세바시 강연회장에서 벌어지자 관객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아이는 말을 잇지 못하고 숨이 넘어가도록 오열했다. 강연회에 온 부모들의 눈시울도 뜨거워졌다. 특히 아버지들은 더 그랬다. 울음을 가까스로 삼킨 아
대한치과의사협회 자재·표준위원회에서는 국제표준화기구 치과기술위원회(ISO/TC 106)에서 심의가 끝나 최근 발행된 치과 표준을 소개하는 기획연재를 2014년 2월부터 매달 게재하고 있습니다. 환자 진료와 치과산업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국제표준을 관장하는 ISO의 치과의료기기 분과(Technical Committee 106)중에서 구강관리용품(Oral care products) 세부분과에는 총 10개의 작업반(Working group, WG)이 있다. 크게 수동칫솔(WG 1), 전동칫솔(WG 2), 구강양치액(WG 3), 치약(WG 4), 치간칫솔(WG 5), 치실(WG 6), 치아미백제(WG 7), 불소바니시(WG 8), 의치접착제(WG 9), 구강관리용품 분석법(WG 10) 등의 작업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호에서는 대표적인 전문가불소도포법(professional topical fluoride application)으로 활용되고 있는 불소바니시(fluoride varnish)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불소바니시의 국제표준은 'ISO 17730, Dentistry - Fluoride varnishes'로서 2014년 11월에 첫 번째판이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제가 요즘 입에 달고 사는 말입니다. 전공의 2년차의 일상은 매우 바쁘게 돌아갑니다. 일과 중에는 진료실을 지키며 원내생을 지도하는 동시에 리모델링을 앞둔 진료실 환경개선에 분주하고, 야간에는 각종 연구과제 실무 진행과 임상시험 준비, 또 대학원 수업까지 빼곡한 일정이 이어집니다. 칼퇴근은 고사하고 집에서 여유롭게 저녁을 차려 먹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가장 아쉬운 것은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서울역에서 노숙인 상담원으로 활동하며 만나온 이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졌습니다. 때로 누군가의 죽거나 다친 소식이 들려오더라도 코로나 시국의 문제로 조문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내심 바쁜 일상을 떠올리며 안도하곤 합니다. 삶의 방식이 점차 ‘나 중심’으로 바뀌어 가는 것을 느낍니다. 분주한 마음 그대로 집에 돌아와 업무를 이어갑니다. 카카오톡 메시지를 확인하는 루틴입니다. 수많은 그룹 채팅방의 메시지를 읽고 최소한 이모티콘으로, 필요하다면 장문으로 답장을 보내야 합니다. 그렇게 알림창을 아래로 넘기다가 어느 개인톡에 시선이 꽂힙니다. “형 저 검정고시 붙었어요.” 얼른 메시지를 눌러 다시 한번 들여다봅니다. 제가 아는 그 녀석
치협 경영정책위원회가 치의신보·치의신보TV와 함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의 위기 및 역경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자는 취지로 우리 사회 저명인사들의 칼럼 시리즈를 격주로 게재합니다. 치과경영 및 치과의료인의 삶에 새로운 자극, 위로와 활력소가 되길 바랍니다.<편집자주> 김정운 소장 : 문화심리학자이자 여러가지문제연구소장이자 ‘나름 화가’.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디플롬, 박사)했다.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전임강사 및 명지대학교 교수를 역임했으며, 일본 교토사가예술대학 단기대학부에서 일본화를 전공했다. 2016년 한국으로 돌아와 여수 남쪽 섬에 살면서 그림 그리고, 글 쓰고, 가끔 작은 배를 타고 나가 눈먼 고기도 잡는다. 《중앙선데이》 ‘김정운의 바우하우스 이야기’를 연재 중이며 『바닷가작업실에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에디톨로지』,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남자의 물건』, 『노는 만큼 성공한다』 등을 집필했다. 병원에 가면 하여간 기분 잡친다. 아침부터 일찍 오라 해놓고 겨우 몇 분 진단하고 끝이다. 아예 환자 얼굴도 안 보는
한 직업을 평생의 업으로 삼는다고 한다면 나와 잘 맞는지를 잘 따져봐야 할 것이다. 기왕이면 자신과 잘 맞는 직업을 갖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좋은 것은 당연한 것이며, 본인과 잘 맞지 않는 일을 평생의 업으로 삼아야 하는 것만큼 불행한 일도 없을 것이다. 치과의사는 어떤 사람에게 잘 맞을지 나름대로 생각해보았다. 1. 치과의사는 손기술이 필요한 직업이다. 치과는 약처방만 하고 끝나는 진료가 아니다. 매 진료마다 손으로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 치과 진료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발치, 임플란트, 충치치료, 보철치료 등 뭐 하나 손으로 하지 않는 것이 없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경험이 쌓여감에 따라 손기술이 상향평준화 된다고는 하나 어쨌든 치과의사로서 손기술은 빼놓을 수 없는 조건이다. 고로 예민한 손감각이 치과의사에게 중요한 적성이라 할 수 있다. 2. 치과의사는 소통 능력이 필요한 직업이다. 치과의사는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이다. 이것저것 환자에게 설명해야 할 것이 많다. 특히나 치과의 경우 환자들의 불신이 어느 정도 깔려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이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환자분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빠르게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거울이 없었다면 과연 어땠을까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자신의 모습이 어떤지 모르고 잘생기고 예쁜 사람을 보면 나도 그와 같다고 착각하거나, 추한 사람을 보면 나도 그런 것은 아닌지 걱정하면서 살아갈 수도 있겠죠. 거울은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해 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때론 기쁨을 주기도 하고 좌절을 안기기도 하는 것이 바로 거울입니다.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끝없는 질투를 낳기도 하고 자아도취에 빠지게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찰을 가능하게 하기도 합니다. 역사는 거울의 역할을 합니다. 지금의 모습이 왜 그런가를 알려줍니다. 그리고 역사의 거울에 비추어보면 지금을 조금 더 잘 볼 수 있습니다. 과오가 있다면 다시 반복하지 않을 기회도 얻을 수 있습니다. 때론 자부심과 긍지를 일으켜 현재를 더 매진하게 해줄 수도 있습니다. 역사를 잊지 않고
‘○○으로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표현하세요!’ 5월이 되며 TV나 신문, 인터넷 등 여러 매체에서 이런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그렇죠. 5월은 여러 감사의 표현을 할 수 있는 달인 것 같습니다. 어린이날부터 어버이날, 스승의날 등등 많은 기념일이 있는 달입니다. 또한 휴일이 있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달이지요. 날씨도 함께 나들이 가기에 좋은 계절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감사와 사랑을 표현하는 한달이다 보니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도 하죠. 가정, 가족, 항상 우리와 함께 있고 소중하지만, 또 어찌 보면 가장 신경 쓰지 않는 부분 중 하나 일 것 같습니다. 서로 편하다 보니 소중하지만 소중하지 않게 행동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사랑하지만 표현에 익숙하지 않고 어색한 사이이기도 하죠.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도 사랑의 표현은 어렵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이에서 사랑하는 표현은 필수일 것입니다. 내가 말하지 않으면 상대는 그 마음을 알 수 없습니다. 모든 사랑은 표현되어야 진정한 사랑일 것입니다. 그리고 진정한 사랑은 실천일 것입니다. 물론 호감의 감정, 좋아하는 감정으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연세치대 치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가수 보아의 친오빠가 올린 의사의 차가움을 비난하는 글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말기 암 환자인 그의 처지가 딱하면서도, 사실을 설명한 의사를 무턱대고 비난하는 기사나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의 분위기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전 의협 회장 말마따나, 환자에게 충분히 내용을 전하지 않으면 고소당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부족한 진료 시간을 할애하여 내용을
존경하는 선배님의 소셜미디어에서 “일상이라는 공간에서 추상명사를 동사의 문장으로 바꾸어 가는 것”이라고 쓰신 글에 크게 동감하고 곱씹어봤습니다. 종교적인 이야기를 하신 것이었지만, 우리들의 삶에 적용해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추상명사만 난무하면 이상적으로 보일 수는 있지만, 실제는 오히려 내용 없는 빈껍데기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 혼자만의 개똥철학으로 “아는 것 보다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 기분 좋은 사색을 이어갔습니다. “명사가 아닌 동사”에 대해서 생각하던 중, 우리 말에는 없지만 영어에는 있는 “be 동사”가 생각났습니다. 직역하면 “이다”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 말에는 없기 때문에 “뭐뭐이다” 정도만으로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언어구조학적으로 본다면 일반 동사에 비해 움직임이 아니라 상태를 나타내준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나무위키에서 찾은 “be 동사”에 대한 정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인도유럽어족 계통에서, 동사 이외의 품사가 서술어가 되어야 할 경우, 명목상(형식적)으로 넣어 두는 동사를 뜻한다. 영어의 be가 가장 유명한 예시일 것이다. 이를 한국 내 교육과정에서는 흔히 Be 동사라고 가
1977년 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되면서 치과 또한 일본치과진료보수 점수표를 근거하여 치과수가표가 만들어지면서 치과도 의료보험 급여항목으로 진입되었다.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치과계는 저비용 고효율의 시대로 비급여 보철 및 임플란트 치료로 호황기를 맞았으나, 2010년 대 이후 임플란트 가격경쟁 및 치과의원의 과당경쟁으로 고비용 저효율의 시대로 넘어가면서 건강보험청구금액이 급격히 올라가게 되었다. 국세청 자료에 의하면 치과의원의 비급여 비중은 2013년도 76%에서 63.7%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건강보험의 비중이 이전과 비교해서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나 치과의사의 선호도는 높지는 않다. 비급여 보철치료와 비교하였을 때, 진료시간 대비 진료비가 적고, 치과의사의 신체에 가해지는 노동강도가 높기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치과의원의 경우 원장은 비급여 진료 위주로 하고, 봉직의인 페이닥터에게 급여 진료를 주로 시키게 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급여진료항목에 대한 인식도나 중요성이 낮게 평가될 수밖에 없다. 반면에 의과는 영상의학과 진단기술의 발달로 노동강도가 높은 수술과 같은 치료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 및 진단을 하는 급여항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