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면허를 따고 10년. 개원가 페이닥터 생활은 쉽지 않았다. 스트레스 받는 일상에 지쳐가던 어느 날, 역시 치과의사인 아내에게 “우리 세계여행 갈까?” 하고 물었다. 침묵과 긴장의 시간 10초. 등짝 스매싱을 준비하고 있던 순간, 흔쾌히도 아내의 입에서 “그래”라는 대답이 나왔다. 이렇게 박성원·유지평 치과의사 부부의 세계여행이 시작됐다.
박성원·유지평 원장 부부가 지난 2017년 11월 2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시작으로 프라하, 비엔나, 파리, 레이캬비크, 방비엥, 발리, 시드니 등을 돌며 8개월째 세계 여행을 하고 있다. 오는 9월 부터는 아프리카, 내년 초에는 남미까지 이 여행은 1년 이상 이어질 계획이다.
박성원 원장은 “세계여행을 처음 떠날 때는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제일 컸고 평소에 여행을 좋아하지만 아직 못 가본 곳이 많아 그에 대한 열망도 컸다. 이에 대한 마음을 아내에게 얘기하니 너무도 흔쾌히 받아줬다. 아내가 ‘나중에 애도 생기고 개원도 하면 지킬 것들이 많아져 그만큼 떠나기 힘들지 않겠느냐’고 하더라. 그렇게 약 1년여 여행 준비를 했고, 지금 이렇게 지구를 돌고 있다. 내일 잘 숙소를 항상 걱정해야 하지만 오늘 아무것도 안 할 여유가 너무 좋다”고 말했다.
박성원 원장은 원광치대에서 구강외과를 전공하고 경희대치과병원에서 군펠로우로 근무할 때 지금의 아내 유지평 원장을 만났다. 그때 유 원장은 아직 학생이었다고. 부부치과의사가 돼 페이닥터 생활을 하며 녹록지 않은 개원가 생활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개원을 하기 전 평소 꿈꾸던 일을 하고 싶었고, 그것이 세계여행이었다.
박 원장은 “올해 졸업한지 11년째인데 세계여행을 계획하고 주위 친구들에게 말했을 때 대부분 응원과 함께 욕설도 하더라. 동기 대부분은 이미 개원했고 자리 잡은 친구들도 많은데, 개원해서 안정된 삶을 바라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일이라 이 여행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 읽은 책 중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김동영 저)’에 보면 정말 와 닿는 글귀가 있다. ‘그 시간은 내 인생 최고의 영광이었고,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으며, 한편으로는 내 인생 최고의 낭비이기도 했다’는 부분인데 저희 부부는 지금 인생 최고의 순간을 보내고 있다. 또 최고의 낭비를 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전혀 후회는 없다”고 밝혔다.
# ‘이빨쟁이 부부의 지구 탐험기’ 여행기 연재
박성원·유지평 부부는 현재 ‘이빨쟁이 부부의 지구 탐험기’란 이름의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며 자신들의 세계여행 기록을 남기고 있다. 부부가 본 풍경과 현지의 식사, 짧은 소감들이 여정에 맞춰 올라오고 있다.
박성원 원장은 “오랜 여행은 나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이 되는 것 같다. 30년을 넘게 살아왔지만 나에 대해서 나 스스로도 잘 몰랐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같은 단순한 것부터 사회 속에서 나에게 씌워져 있던 가면을 벗고 온전히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비로소 나 자신을 똑바로 알아야 내가 즐겁고 내 주위 사람도 즐겁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여행 중 문득 여행이 끝나고 돌아가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든다.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라 생각한다. 지금의 추억이 앞으로의 삶을 더욱 즐겁게 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아주 나중에 시간이 흐른 뒤 세계여행을 다시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