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치과계가 총체적인 경영난으로 고심 중이다. 최근 들어 도산하는 치과의원의 수가 급증하는가 하면 치과 의료의 산실인 치과대학 역시 꾸준한 적자 추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내 기업 정보를 제공하는 제국데이타뱅크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일본 의료기관의 도산 건수는 지난 10월 말 기준 33건으로, 이 같은 추세를 고려하면 연간 도산건수는 40여건 안팎으로 추산된다고 초이스경제가 인용 보도했다.
문제는 이중 치과의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60% 이상이라는 점이다. 치과의원의 경우 올해 6월말 현재 15건의 도산건수를 기록했고 10월말에는 이미 20건으로, 기존 최고치를 30% 이상 앞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과의원의 도산 20건 중 13건(65%)은 개인 경영 의원이었고, 17건(85%)은 부채 1억엔 미만으로 소규모 치과 형태가 대부분인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 치과의원 앞에 놓인 이 같은 암울한 현실은 역시 치과의사가 너무 많고, 이에 따라 내부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치과의원의 수를 편의점에 견주기 시작한 것도 사실 일본이 원조다.
# 일본 국시 합격률 갈수록 ‘양극화’
치과대학의 인기도 급락했다. 지난 2010년 입시에서 일본 내 17개 사립 치대 중 11곳이 정원 미달 사태를 겪은 게 대표적 사례로 회자된다. 당시 해당 치대들의 결원 비중은 최소 15%에서 최대 66%나 돼 큰 충격을 줬다.
특히 입학 정원 미달 현상은 이후에도 빈번하게 발생하며, 일본 치과대학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입학 정원이 줄어 등록금 수입이 급감하자 경영난에 시달리는 대학이 늘었기 때문이다.
치과대학 간 학습능력의 양극화 현상 역시 뚜렷해졌다. 지난 2014년 국가시험 합격률 1위인 토쿄치과대학(95.1%)과 꼴찌인 오우대학(33.0%)의 합격률은 무려 62.1%나 차이가 났다.
중·하위권 사립 치과대학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해당 대학은 ‘울며 겨자 먹기 식’의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예를 들어 일부 사립 치과대학들의 경우 최근 수년 간 평균 500만 엔의 학비를 인하하는 등 상대적으로 학비가 저렴한 국공립치대를 의식한 조치를 전격 도입했다.
또 정부의 입학정원 삭감 기조에 맞서 한국, 대만 등 이웃 나라의 유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것도 최근 한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결국 치과대학 자체의 경영난 해결을 위한 방편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결국 본국으로 돌아가 근무 할 외국 유학생들을 위해 자국 치과대학이 교육을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하는 국민 정서 차원의 문제제기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 일본 개원가와 치과대학이 내몰려 있는 매서운 현실은 봄이 와도 결국 ‘현재 진행형’일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