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어느 말 한마디가 그날따라 머릿속에 맴돌 때 가 있다. 다른 날 이었으면 그냥 스쳐지나갔을 말인데, 유독 그날은 가슴 속 나무 한그루에 작은 쪽지 하나를 매단 화살이 날아와 박히듯 하루 종일 내 가슴 속에 박혀 있기도 하고, 잊혀 졌다가 간혹 가다 생각나서 곱씹기도 한다.
좋은 말이든, 상처가 되는 말이든 간에 상관없이 머릿속에 가슴속에 맴맴돈다.
그 말은 나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쳐 내 인생에 밑거름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나쁜 영향력을 미쳐 나를 삐뚤어지게도 한다.
30여년. 그 동안 수많은 말 한마디들이 모여 나를 여기까지 성장시켰다.
학교를 졸업하고 의사로서의 생활을 시작한지 만 3년이 되었다.
지금 치과의가사 된 나는 어떤 말들을 듣고 새기며 성장하고 있을까.
당연하겠지만 생각해보니 아직 나는 껍질 벗긴 삶은 토마토처럼 작은 손가락의 힘에도 구멍이 나는 초보 치과의사구나. 환자들에게서 듣는 말 한마디는 나에게 너무 쉽게 토마토 허리를 찌르는 포크가 되기도 하고, 다시 감싸주는 껍질이 되기도 한다.
“진 선생님, 이거 내가 집에서 직접 볶은 참깨야~”
“아니예요, 어머니. 저 이거 못받아요. 김영란법 때문에 잡혀가요.”
“이거 몇 푼 안 해. 선생님 생각하니 너무 고마워서 들고 왔어. 고마워, 선생님.”
내가 치료한 환자에게서 듣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는 바싹 말라있는 나에게 한 방울의 물방울처럼 적셔 들어서 다시 힘을 내게 한다.
“아니, 대학병원이면 다른데서 안 되는 것도 다 해줘야 하는거 아니에요? 선생님 능력이 안되서 그러는거 아니에요?”
하지만 다시 금방 나에게서 수분을 빼앗아 가는 말들도 있다.
나는 아직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하게 되는 초보 치과의사이다. 그래서 좋은 말이든, 힘든 말이든 모두 나를 더 좋은 치과의사가 되도록 강하게 자극하고 빨리 성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나는 오늘도 이렇게 계속 조금씩 또 성장하고 있다.
진승리 부산대치과병원 보철과 전공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