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전문의 자격시험을 치르던 중 수험표에 일부 문제를 적은 수험자에게 불합격처분을 한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함상훈)는 의사 A씨가 대한의학회를 상대로 낸 전문의 자격시험 1차 시험 불합격처분 취소소송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했다.
A씨는 지난 1월 대한의학회가 시행하는 제62회 전문의 자격시험 중 필기시험인 1차시험에서 자신의 수험표에 시험문제의 일부를 적은 뒤 시험시간이 종료되자 답안지와 수험표를 감독관에게 제출했다. 이를 확인한 대한의학회는 청문절차를 거쳐 A씨에 대해 전문의 1차시험 불합격처분을 하고, 향후 2회에 걸쳐 전문의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고 처분했다.
대한의학회의 이 같은 처분에 반발한 A씨는 “수험표에 문제를 기재한 행위가 문제를 유출하는 부당 행위로 볼 수 없다”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대한의학회가 이미 수험자 유의사항에 관련 내용을 공지한 바 있다며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한의학회는 기존 사례를 종합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부정행위 유형을 사전에 응시자들에게 안내하고 그러한 행동을 하지 말 것을 반복해 주지시켰다”며 “A씨는 수험표에 기재한 내용이 문제의 정답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낙서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적인 정보 모두를 수험표에 기재했다. 수험표에 기재된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해당 문제의 전부를 유추할 수 있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기출문제의 공개 및 유출이 금지된 시험에서 기출문제를 유출하는 행위는 시험에 대한 공정성을 심히 훼손시키는 행위”라며 “원고는 전문의 자격 취득만 3년 뒤로 미뤄지고 의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하는 데는 별다른 장애가 없다. 기출 문제 유출은 시험의 공정성을 훼손시키는 행위이므로 원고가 입는 경제적, 사회적 불이익이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공익보다 크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