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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와 수술은 나의 작품 활동이었다”

서전(Surgeon)의 최후 목표는 칼을 버리는 것
“후배들 국가와 민족 위하는 치의 됐으면”
인터뷰/복지부 옥조근정훈장 정필훈 서울대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

연말 치과계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치과인이 올 한 해 우리나라 보건의료 연구자를 치하하는 행사에서 가장 빛나는 수상을 한 것이었다.


주인공은 정필훈 교수(서울대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다. 


정 교수는 지난 10일 서울 엘타워에서 열린 ‘제18회 2019 보건의료기술진흥 유공자 정부포상 시상식’에서 수상자 41명 중 가장 큰 상인 ‘옥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수상 후 만난 자리에서 정필훈 교수는 “보건의료계 전체에서 치과계가 가장 큰 상을 받은 것에 영광과 자부심을 느낀다”며 “치과계도 의료계 못지않게 연구를 통해 임상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 교수는 34년간 치의학 분야 치아줄기세포 연구 및 치료제 개발 주도, 국가지정 연구소 및 전략연구소 책임자 역임, 서울치대 관악캠퍼스 건립으로 치과의사 인재 양성에 기여, 세계 최초 풍치(치주염)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안면기형환자를 위한 45가지 성형재건수술법 개발 및 20여 년간 국제 구순구개열 환자 무료수술봉사(15개국 861명) 등 여러 공로를 인정받았다.


긴 시간 연구에 힘썼던 원동력에 대해 묻자 그는 답했다.


“나는 원래 연구보다는 진료가 좋아서 임상가를 선택했다.”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다.


실제로 정필훈 교수는 연구보다는 진료를 원했던 임상가였다. 그러나 진료 현장에서 마주하는 장애물들이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가령 구순구개열 환자는 수술 후에도 흉터가 남는다. 그러나 태아 시기에 수술하면 흉터 자국이 잘 남지 않는다. 그는 새 수술법을 연구할 필요성을 느꼈고, 결국 임상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연구에도 몰입했다. 연구는 그와 잘 맞았다. 여러 아이디어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정필훈 교수는 연구를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법’에 비유했다.


그는 “늘 새롭고 획기적인 수술법으로 치료하고자 했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수술이라도 결국 ‘수술’ 그 자체가 결점이다”라며 “가장 훌륭한 승리는 전쟁에서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이기는 것이다. 수술도 마찬가지다. 역설적이지만 서전(Surgeon)의 최후 목표는 그 칼을 버리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연구에 있어서 치과계의 관심이 부족한 것에 대해 아쉬움도 표했다.


그는 “치과계가 상대적으로 연구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젊은 연구자들이 신진연구 부문에 참여해 역량을 키워나간다면, 앞으로도 치과계에 좋은 소식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이번 수상이 후배 치과의사에게 촉매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내년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다. 유년시절 그림을 좋아해 화가를 지망하기도 했고, 고등학교 시절 하동 문학상 단편소설에 당선되는 등 그는 여러 분야에 재능 많은 청년이었다. 치과의사의 삶에 아쉬움은 없었을까? 그는 지난 삶의 소회를 풀어냈다.


정 교수는 “글과 그림을 좋아했기에 아쉬움은 있다. 대신 환자 얼굴을 치료해 재탄생시킴으로써 예술적인 행복과 위로를 얻었다. 연구와 수술은 내게 작품 활동과 같았다”라고 회상했다.


마지막으로 후배 치과의사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정 교수는 “브라질 치과의사 찌라덴찌스를 아는가. 브라질 독립에 모든 생을 바쳤고, 그의 순국일은 브라질 국경일이다”라며 “우리나라도 이러한 치과의사가 나와야 하지 않겠나. 후배들이 궁극적으로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했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