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성 이사장(서울치대 졸업, 동대학원 박사)
사과나무의료재단의 이사장이자, 재단 산하 의생명연구소의 미생물 연구자이다.
구강미생물에서 시작해 장내 미생물, 발효 음식의 미생물까지 폭넓게 공부하며 몇 권의 책을 냈고 논문을 발표했다.
『미생물과의 공존』 『입속에서 시작하는 미생물이야기』 『미생물과 공존하는 나는 통생명체다』등 3권이 과학기술부 선정 우수과학도서를 수상했다.
산화질소(NO, Nitric Oxide)가 가장 흔히 거론되는 것은 혈압 조절일 겁니다. 혈관을 이완시켜 혈압을 조절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으니까요. 혈관의 팽창이 되어야 하는 남성 발기와도 그래서 연관되어 거론되기도 합니다.
1998년 노벨의학상의 주제이기도 한 이 산화질소의 역할은 비단 혈압조절에만 그치지 않고 여러 각도로 조명되고 있는 중입니다. 면역을 높이고, 항염 항암 능력이 있고, 심지어 수명연장, 장수물질 항노화 물질로도 꼽히고 있습니다. 박테리아가 만들어 내는 산화질소가, 장수연구의 모델인 예쁜 꼬마선충의 장수 유전자를 활성화시켜 수명을 대폭 늘렸단 연구가 보입니다.(Gusarov, Gautier et al. 2013) 그 분자적 메커니즘으로, 텔로미어가 덜 짧아지게 하는 효소를 만들고 미토콘드리아의 재생을 돕는 등도 탐색 중입니다.
갈수록 조명이 세지고 있는 이 산화질소가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과정은 매우 복잡해 보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습니다. 그 재료(전구물질, 아질산염, 질산염)들이 재활용된다는 겁니다. 혈관을 돌며 혈관이완을 포함해 여러 역할을 하던 산화질소 재료들은, 침샘에서 필터링 되어 입 안으로 나옵니다. 그래서 타액속의 산화질소 재료들의 농도는 혈액에 비해 20배 이상 높습니다.
이 침속의 재료들은, 외부에서 음식으로 들어오는 또 다른 재료들과 합해집니다. 그 후, 입안의 이 재료들은, 입안에 상주하는 세균들에 의해 화학적으로 바뀐 이후에(환원 과정) 소화관을 통해 다시 혈관으로 흡수됩니다. 이런 재활용과정을 산화질소의 장타액 순환(enterosalivary circulation)이라 하지요. 우리 몸의 산화질소의 약 25%가 이런 장타액 순환을 통해 재활용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Koch, Gladwin et al. 2017)
혈관건강, 장수의 핵심물질로 등장하고 있는 산화질소의 재활용을 높이려면 어떻게 할까요? 상식적인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좋은 음식을 먹으면 됩니다. 시금치 같은 채소류에 산화질소의 재료들이 많다고 합니다. 시금치를 문 근육맨 뽀빠이를 연상하면 됩니다.
둘째, 꼭꼭 오래 씹어야 합니다. 오래 씹으면 침이 많이 나올 겁니다. 당연히 그 안에 포함되어 있는 산화질소 재료들이 입안으로 쏟아져 나옵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30번 씹고 30분 밥먹기를 실천하는 중입니다. 천천히 씹으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구강 내 침은 비단 음식의 윤활작용에만 그치지 않고, 내 생명에 꼭 필요한 물질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보면, 늘 입안에 고여있는 침이 달리 느껴집니다. 인터넷 동의보감에 다음 대목이 나옵니다.
《東醫寶鑑》 內景篇卷之二 > 津液 > 唾
"입에 있는 물을 화지(華池)라 하고 옥천(玉泉)이라고도 한다. 《황정경》에, "옥천의 맑은 물로 영근(靈根)을 적신다. 살펴서 수련하면 장수할 수 있다"고 하였다. 영근이란 혀를 가리킨다. 《활인심》"
셋째, 입안의 상주 미생물을 잘 보존해야 합니다. 아마 대부분의 치과의사가 그럴 텐데, 기본적으로 저는 가글액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입안의 정상적인 환경을 비틀기 때문이죠. 특히, 99.9% 세균 잡는다는 가글액은, 바로 그래서 경계합니다. 입안에는 정상적으로 살아야 하는 세균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가글액 중에서, 특히 헥사메딘(heximedine)은 강한 항균력을 자랑합니다. 그래서, 치과에서 오랫동안 발치나 임플란트 수술 후 항균 가글제로 사용되어 왔죠. 1970년에 처음 등장한 헥사메딘은 포비돈(Povidone-iodine)과 비슷한 정도이거나 더 강한 항균력을 보여 수술실에서도 표면 소독제로도 쓰이며 치과 소독의 gold standard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강 내 감염을 일으키는 세균을 겨냥하여 처방되는 헥사메딘은 구강 내 병적 세균을 감소시킬 수는 있어도, 실제 숙주인 환자구강의 창상치유는 더디게 할 수 있습니다. 헥사메딘은 구강창상을 치유해야 할 섬유아세포에게는 위해한 작용을 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산화질소와 관련해서, 헥사메딘이 입안에 정상적으로 살아야 할 미생물을 변화시킨다는 걱정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헥사메딘의 강한 항균력이 구강미생물총의 혼란(dysbiosis)을 가져온다는 겁니다. 당연히 구강내 미생물에 의해 이뤄져야 할 산화질소의 재활용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헥사메딘이 구강미생물을 변화시켜 혈압을 높인다는 임상실험 결과까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Bescos, Ashworth et al. 2020) 이 실험의 결론은, 헥사메딘으로 가글을 한 후에, 구강미생물의 많은 변화가 일어났고, 특히 산을 만드는 세균의 양이 증가해, 결과적으로 타액의 산성화가 진행되고, 타액과 혈액 안에서 질산염과 아질산염의 농도가 낮아졌습니다. 또 헥사메딘 전후의 혈압을 비교했더니, 수축기 혈압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정상적인 구강미생물의 훼손 -> 구강미생물에 의한 산화질소(NO)의 재활용 훼손 -> 질산염 아질산염 농도 낮아짐 -> NO 낮아짐 -> 산화질소의 혈관이완 능력 훼손 -> 혈압상승이라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우리 구강의 정상 세균을 파괴하는 계면활성제 거품 치약이나 99.9% 살균한다는 가글액. 헥사메딘의 처방에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할 듯 합니다.
구강 내 살아야 하는 세균은 구강건강만이 아니라 혈압을 유지하는 산화질소 재활용의 1등 공신들이니까요.
Bescos, R., et al. (2020). "Effects of Chlorhexidine mouthwash on the oral microbiome." Scientific Reports 10(1): 5254.
Faria, G., et al. (2009). "Chlorhexidine-induced apoptosis or necrosis in L929 fibroblasts: A role for endoplasmic reticulum stress." Toxicology and applied pharmacology 234(2): 256-265.
Gusarov, I., et al. (2013). "Bacterial Nitric Oxide Extends the Lifespan of C. elegans." Cell 152(4): 818-830.
Koch, C. D., et al. (2017). "Enterosalivary nitrate metabolism and the microbiome: Intersection of microbial metabolism, nitric oxide and diet in cardiac and pulmonary vascular health." Free radical biology & medicine 105: 48-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