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가 되고 싶어 세계를 누볐고, 결국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기회를 얻었지만 학부시절 꿈꾸던 생활과는 달랐죠.”
정힘찬(32)씨가 필리핀 치대 졸업 후 치과의사가 되기 위해 걸었던 행보는 파란만장하다. 한국에서는 어렵다는 걸 일찌감치 깨달은 그는 북미, 유럽, 아프리카 등에서 직접 발로 뛰며 정보를 수집하고 면허증 발급이 가능한지를 문의하기 시작했다.
좋은 소식은 쉽게 들려오지 않았다. 일정은 길어지고 여비는 동났다. 모르는 동네에서 아무렇지 않게 문을 두들기며 하룻밤만 재워달라고 자세를 낮추기도 여러 번. 마침내 아프리카 동남부 말라위에서 치과의사 면허 발급이 가능하다는 낭보를 받았다. 필리핀 치대 졸업장을 인정해 준 것이다.
말라위는 아프리카 최빈국 중 하나다. 쓰레기가 산을 이룬 곳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는 풍경도, 세계의 많은 후원단체가 앞다퉈 홍보사진을 찍어 가는 진풍경도 이곳에선 볼 수 있다. 에이즈 환자, 말라리아 감염자도 흔하다. 정 씨도 말라리아에 감염된 바 있다.
하루는 첫 에이즈 환자 수술을 앞두고 긴장한 모습에 집도의가 “에이즈 검사 환자가 얼마나 되겠냐”며 “방금 환자도 감염자일지 모른다. 확진이라고 떨 이유가 없다”고 충고했을 정도다.
# 말라위 치의 연봉 300만 원 수준
최빈국이라는 지위는 많은 단체를 매혹한다. 그곳에서의 ‘불쌍한’ 사진 한 컷이 후원액수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그는 말라위 국립병원에 근무하며, 이 같은 행태를 자주 목격했다.
그는 주기적으로 인근 마을에 치과 의료봉사를 다녔는데, 문제는 이런 행보가 방송과 SNS를 통해 퍼지자 일부 대형 후원단체가 그곳이 어딘지를 묻고, 해당 마을에 가서 마을 주민을 줄 세워 막무가내로 사진을 찍어가는 행패까지 벌인 것이다.
해당 마을은 쓰레기가 쌓여 작은 동산을 이룬 동네로, 주민이 쓰레기를 뒤지고 음식물을 찾아 먹기도 해 ‘쓰레기 마을’로 불린다. 그는 “사진이 목적인 단체가 자주 방문하다 보니, 마을 사람도 이젠 그걸 알고, 사진 찍는 걸 극도로 꺼린다”고 밝혔다.
말라위의 궁핍함은 비단 쓰레기 마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선 치과대학이 없다. 대신 치과위생사 개념의 ‘덴탈 테라피스트’를 양성한다. 이들이 일부 치과의사의 역할까지 담당한다.
2017년 국립병원 기준 레지던트나 펠로우 급여는 월 30만원 수준. 연봉은 300만원 전후다. 치안도 적신호다. 정 씨가 실제 총구에 겨눠진 적이 있을 정도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그는 약 1년 2개월간의 근무를 마치고 2017년 귀국했다.
그는 “학부시절 꿈꾸던 캐나다의 윤택함과 말라위의 빈곤함 간 경제적 간극은 표현조차 어렵지만, 후회는 없다”며 “오히려 고생한 만큼 많은 것을 경험했고, 이것들이 나를 단단히 지탱하는 버팀목이 돼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해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