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위한 1차 협상 테이블이 열렸다.
2026년도 1차 수가협상은 오늘(1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 당산 스마트워크센터에서 개시됐다. 이날 협상에는 치협을 비롯해 대한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의 3개 공급자단체가 나섰다. 대한조산협회와 대한약사회, 대한병원협회는 내일(16일) 첫 협상에 돌입한다.
올해 치협은 지난해와 같이 마경화 단장, 김수진‧설유석 치협 보험이사, 함동선 서울지부 보험담당 부회장을 협상단으로 구성했다. 건보공단은 급여상임이사인 김남훈 협상단장, 박종헌 급여관리실장, 박지영 보험급여실장, 전영숙 수가계약부장이 나섰다.
# "과감한 재정 투입으로 유형별 적절한 분배돼야"
특히 이 자리에서 치협은 의정 갈등을 비롯한 일련의 사태로 올해 수가협상이 초유의 사태에 봉착했으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자세로 건보공단이 과감한 재정 투입에 나서야 한다고 요청했다.
마경화 치협 수가협상단장은 “올해는 조금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면 초유의 사태가 아닌가 생각한다. 통상적으로 해 왔던 수가협상이 다 무너져내린 것 같다”며 “때문에 올해는 특히 재정소위원회의 역할과 이들에게 공급자단체의 상황을 전달할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 단장은 "지난 19년 수가협상을 되돌아보면 틀에 박힌 걱정 속에서 재정 투입을 주저하고 밴드(추가소요재정)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다 보니, 이번 의정 갈등과 같은 사태가 생긴 것 같다”며 “(올해는) 필요할 때 과감히 재정을 투입하고, 유형별로 적절히 분배하는 올바른 수가협상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마 단장은 최근 2년간 건강보험료를 동결했으나, 재정 여유가 남아있다고 진단하며 건보공단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주기를 당부했다. 특히 SGR 모형 적용 과정에서 유형별 불균형으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새로운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마 단장은 ”우리는 지난 2년간 보험료를 동결하는 실험을 해봤다. 그럼에도 건보공단이 보기에는 크지 않겠지만, 재정에 충분히 여유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이번 의정 갈등과 같은 경우, 기존의 통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특이한 동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치과는 혼란 속에서도 묵묵히 현장을 지켰는데도, 정작 지표상 피해 양상이 나타나는 것 같아 크게 우려스럽다. 따라서 SGR 값 적용에 새로운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 마 단장은 제도발전협의체의 조기 가동 등을 주문하기도 했다.
건보공단은 이 같은 치협 협상단의 입장에 공감을 표했다. 이어 올해 중점 사항에 대해 설명했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상급종합병원 진료 실적 하락과 그로 말미암은 유형별 균형 조정의 어려움을 전했다. 또 2년 연속 보험료 동결, 경기 침체에 따른 수익 구조 불안정성 증대, 비상진료체계 지원과 필수의료 정책 추진에 따른 대규모 건보 투입 등으로 재정 운영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김남훈 급여상임이사는 ”최근 열린 공급자단체장 간담회에서 대형 치과 확산과 덤핑 치과 문제로 치과가 위기에 처했다는 박태근 협회장의 설명에 깊이 공감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김 이사는 ”지난해와 같이 금년도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 따라 병원과 의원 유형 중심으로 저평가된 행위 항목을 환산지수와 상대가치점수를 연계에 불균형한 보상을 해소하고자 노력해야 한다”며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올해 수가협상도 어렵겠지만, 건보공단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기반으로 소통과 배려의 자세를 가지고 모두가 윈-윈(win-win)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의협 밴드 5000억, 한의협 8% 인상 요구
한편, 이날 의협과 한의협 또한 줄폐업 등 악화한 경영 실태를 강조하고, 건보공단에 적극적인 수가 인상을 요구했다.
먼저 의협은 ▲경영 한계로 인한 줄폐업 ▲환산지수 차등 적용으로 인한 의료기관 불균형 심화 ▲수가 밴드 사전 공개 및 재정운영위원회 공급자단체 대표 참여 ▲SGR 모형 중단 또는 별도 산식 적용 등을 요구했다.
의협 협상단장인 박근태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의원급 의료기관 붕괴는 건보 재정 지속가능성의 최대 리스크”라며 “이제 전체 밴드 중 의원급에 최소 5000억 원 이상을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지금의 1차 의료 붕괴 속도를 그나마 늦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의협은 ▲유형 중 최고 폐업률 ▲최하위 보장률 ▲실수진자 감소 ▲한의과 가산율 조정 등에 관한 사항을 언급하고 긍정적인 검토를 요구했다.
한의협 협상단장인 유창길 부회장은 “한의원은 의원급 중 가장 높은 폐업률을 기록 중이다. 또 보장률도 전 종별 유형 중 최하위다. 그 결과 비급여 진료에 의존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최근 5년간 실수진자가 감소한 종별은 한의가 유일한 상황으로, 생존의 위기를 절감 중”이라고 강조했다.
또 협상 후 이어진 백브리핑에서 유 부회장은 “지난해 첩약 2단계 시범사업으로 증가량이 있지만, 이는 일시적 증가분이며 보장성이 강화된 건 아니다”며 “현재 한의 경영 수지는 최근 5년 중 가장 좋지 않다. 따라서 올해 수가협상에서 한의는 8% 정도 인상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올해 관건은 유형 간 불균형 문제 해소”
추가소요재정 합리적 확대 방법 모색
더블 밴드 등 해결책 적극 검토해야
협상 후 치협 수가협상단은 올해는 난항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비쳤다. 특히 올해는 여러 특이점으로 유형 간 불균형 등의 문제가 발생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데, 합의점 도출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마경화 수가협상단장은 “지금으로서는 추가소요재정이라고 하는 밴드가 합리적으로 커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며 “그리고 유형 간 발생한 불균형 문제는 올해는 특이 상황이기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 풀어야 하는데, 각자 생각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 단장은 밴드 적용을 이원화하는 ‘더블 밴드’ 방식 도입을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마 단장은 기존 밴드 외 사각지대를 보강할 수 있는 ‘사이드 밴드’ 도입을 제언한 바 있다.
마 단장은 “더블 밴드라는 투 트랙으로 다른 상황에서 별도로 논의해 구부러진 철사를 바로 펼 수 있는, 그러면서도 모든 유형이 큰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방법을 모색했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