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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전

Relay Essay 제2438번째

1990년에 치과의사가 되었으니, 벌써 30년이 넘었다.


열정이나 의욕은 넘쳤으나 경험이나 기술은 부족했던 새내기 치과의사를 뒤로 하고 이제는 중견을 넘어 원로 치과의사라는 소리를 들을 나이니 세월은 참 유수와 같다. 치과의사란 직업이 필자에게는 천직같이 느껴지고 보람을 갖고 살아왔지만 그동안 말 못할 어려움도 많았었다.(모든 치과의사들이 다 그렇겠지만) 하지만 다른 직업에서도 다들 남모를 어려움이 많은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최근에는 공무원이나 연예인이 어린이장래희망 1,2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치과의사의 인기선호도는 상위권이지만 예전 같지는 않다.


이제는 부와 명예를 보장해 주는 직업은 없다. 어린이에게 인기 있는 연예인이란 직업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차이는 천차만별이다.


즉 이제는 무엇을 하는 시대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하는 시대라 생각한다. 70-80년대만 하더라도 치과의사만 되면 어느 정도 부와 명예를 보장해 줬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치과의사의 개원률 대비 폐업률은 60%에 이를 정도로 녹록하지가 않다. 치과의사도 다른 직종과 마찬가지로 약육강식의 무한 경쟁시대에 돌입한지 오래다.


이제는 치과의사가 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치과의사가 되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여기서 어떤 치과의사라고 하는 것이 꼭 돈을 많이 버는 치과의사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철학이 있고 컨셉이 있고 유연한 생각을 갖고 있는 치과의사가 아닐까 한다.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한 대형치과들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 탓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치과의사 중에서도 이러한 출중한 비즈니스 마인드가 있는 분들은 정통 비즈니스 무대에 뛰어 보기를 조언해본다.


치과일이 Bio+Science에 한 가지 더 플러스 되는 것이 Art라고 할 수 있다. Art란 장인정신으로 통한다. 즉 비즈니스 마인드 보다는 엔지니어 마인드가 더 필요한 것이다. 일본의 초밥집이나 우동집은 대기업도 경쟁력이 없어 진입하지 못할만큼 뛰어난 맛을 자랑한다. 아무리 잘 돼도 초심을 잃지 않고 주인이 장을 보고 요리하고, 확장을 안 하고 3대째 4대째 이런 진실된 마음으로 장사를 하니 안 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같은 비즈니스가 아니기 때문에 큰돈은 못 번다. 3대째 우동집을 선택하건 프랜차이즈를 선택하건 각자가 결정할 몫이다.

 

필자도 최근 치과일은 엔지니어 마인드로 하고, 비즈니스 마인드로 새로운 비즈니스에 뛰어들으려 한다. 치과일은 가벼이 내려놔서 일을 즐길수 있게 해보고자 한다. 스포츠에서도 즐기는 놈 못 이긴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비우고 나를 작게 만들 때 행복은 더 쉽게 찾아올 수 있다고 한다. 작으니까 채우기가 쉬워서이지 않을까?


비울 수 있어야 열정이 나온다고 한다.  지키려고 안주 하려 한다면 비우기가 어렵다. 지나고 나면 일장춘몽이고 죽을 때 빈손으로 가는 인생의 무상함에, 비울 수 있는 우리의 마음이 인생 최고의 대응이 아닐까 한다?
필사즉생 필생즉사! 비우고 비우려 한다.


이제는 치과의사에게 도움이 되는 아이템을 개발해서 점점 열악해지는 개원환경을 개선시키는데 일조하고 싶다. 이제는 누리는 사람이 아니라 누리게 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특히 해를 거듭할수록 구인문제는 점점 더해지고 있다.


필자는 구인문제의 해결책은 치과의 스마트화라고 생각한다. 3D직종이라는 얘기까지 듣는 현실에서 단순, 반복, 힘든 일은 자동화, 로봇화, AI에게 맡기고, 치과업무는 교육적, 서비스적, 창의적 일에 치중이 된다면 치과일이 좀 더 가벼워지지 않을까?

 

힘든 일을 견디고, 인내해서 요령을 터득하고 노하우를 찾는 것보다 불편함을 해결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과학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손끝의 감각이나 정성을 요하는 치료적인 부분은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은 누구나 쉽고 똑같은 결과가 나올수 있는 테크닉에 센시티브하지 않은 기구 장비들을 만들고 싶다.


빛이 파동이냐, 입자냐의 논쟁에서 관측하기 전까지는 파동의 모습을 보이다가 관측하면 입자로 바뀌는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의 원리를 대입시키고 싶지는 않지만, 간섭과 중첩을 갖고 있는 파동같이 구분 짓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융합의 아이콘이 되고 싶다.

 

누에가 뽕잎을 먹어야 한다는 속담도 있고 한 우물을 파야 한다는 속담도 있지만, 항상 똑같은 결과를 얻을수 있는 기계문명 중심사회에서는 위의 속담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으로 인간중심의 사회에서는 똑같은 행위를 하더라도 상대방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가 있다. 절대적인 생각보다는 상대적인 생각이 필요한 이유이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모호한 생각, 파동 같은 생각에서 창의적 힘이 나오지 않을까?

 

”나는 깊게 파기위해 넓게 파기 시작했다“는 스피노자의 말이 수평적이고 융합을 필요로 하는 현시점에서 나의 가슴에 깊게 울려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