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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료감정원의 설립에 대한 단상

시론

최근 대한의사협회는 의사들에게 불리한 의료감정서의 채택으로 판결되는 불리한 법원의 판단 및 보험사의 판단에 대해 공정하고 합리적인 의료감정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올해 안에 “(가칭)의료감정원”을 설립하려 하고 있고, 이를 위한 의료감정위원들의 자격을 갖추기 위한 제1회 인증시험도 이미 치루었다. 그간 의료계에 법원 및 보험사의 판단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꾸준하게 있어 왔으나 이에 대한 본격적인 문제제기는 제작년 ‘횡격막 탈장 사건’에서 업무상 과실치사로 재판을 받던 3인의 의사가 실형 선고와 함께 모두 구속된 것에서 촉발되었다.


해당 사건에 대하여 1심에서 응급의학과 의사는 금고 1년,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금고 1년 6월, 가정의학과 의사(당시 전공의)는 금고 1년을 선고했다.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의료과실과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엄격하게 입증돼야 하는데, 법원은 의료과실 입증에 있어 전문가의 판단에 의한 의료감정을 제한적으로 적용한 것이 문제가 됐다. 치과계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의료 사고와 분쟁에 대한 전문가의 감정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어 왔기에, 최근 의과의 이러한 움직임에 적극 호응하며 치과의료를 전담하는 치과의료감정원의 설립에 대한 요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치과의 중요 사안에 대한 의료감정 절차는 법원에서의 의료 분쟁 건의 경우 치협이나 치의학회로 감정의뢰가 오게 되고 이후 적절한 분과학회로 감정이 이관되어 학회내 법제부 혹은 이의 업무를 담당하는 담당자들이 감정을 하고, 회신서를 작성한다. 이후 관련 업무 담당 위원들이 회람하며 확인하고 학회장의 인가 후 협회 혹은 법원에 회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보험료 지급 관련 감정의 경우 그 중대성이 좀 떨어지는 탓인지 보험회사 별로 전문과목 자문교수단이 있고, 건당 1인의 교수에 의해 심사를 의뢰하고 이의 회신을 바탕으로 피보험자와 보험사간의 합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치과보험 감정 사례의 상당수는 보험 약관의 틈새(?)를 이용하여 일반적인 치료 원칙에서 벗어나는 다소 무리한 치료에 대한 보험료 수령 해당 여부에 대한 감정인 듯 하다. 이는 필시 자신이 가입한 보험수혜 조건을 치료를 맞춰달라고 하는 환자의 강력한(?) 요구에 의한 것임이 분명한데 일반적인 의료 상식에 반하는 이러한 사례로 자문 평가의뢰가 오면 심사자인 본인의 의료인으로서의 양심과 환자의 입장, 환자의 요구에 어려웠을 해당 주치의의 난처한 상황이 짐작되며 심사에 난감함을 느끼기도 한다.  


최근 치과의료감정원 설립에 대한 치과의사들의 기대 역시 부득이하게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감정에 있어 진료에 최선을 다했던 치과의사가 억울해지지 않도록 보다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감정을 받고자 함일 것이다. 하지만 치과의사들은 치과의료감정원이 설립되었다고 해서 의료감정원의 감정이 무조건 치과의사의 편을 들어주는 감정을 하여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그렇게 일방적이고 편파적인 판정은 한 두 번 가능할 수 있을런지는 몰라도, 그것이 지속될 경우 치과의료감정원의 공정성과 중립성은 분명 의심받을 것이고 법원이던 중재원이던, 보험회사던 그렇게 편파적인 감정을 하는 기관에 계속 감정을 의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법적으로도 의료감정서의 효력은 강제적이지 않으며 단지 판사가 주관적 판단을 하는데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치과의료감정원에서 시행된 감정에 대한 무게감은 치과의료원 감정의 공정성에 대한 대외적인 평판에 달려 있으며 이에 판사가 치과의료원 감정을 거부하지 못하고 채택할 수밖에 없을 때 비로서 그 효력이 배가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의협에서 의료감정원 설립 배경을 설명하는 데에도 이와 관련된 사항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의료감정원의 설립은 의사의 편만을 드는 감정원이 아닌 의료감정원이 전문성을 인정받고, 공정성을 바탕으로 신뢰받는 기구가 되도록 힘쓰겠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하고 있는데, 의협의 (가칭)의료감정원은 전문감정(학회를 통한 신속·정확·명확·객관적인 감정), 복수·교차·다인 감정(의료감정의 신뢰도 제고), 인증제도(교육을 통한 자격관리로 전문감정인 양성), 데이터 관리 및 활용(감정결과 관리 및 교육 자료로 활용)을 하겠다고 하고 있다.


의료 분쟁에 있어 공정하고 억울하지 않은 감정을 받기 위해서는 감정 시스템 확립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치과의사들 스스로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잘 준비하는 것이 필요할 듯 하다. 먼저 의료인으로서 확실한 윤리의식으로 무장되어 있어야 할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최상의 진료 결과를 위한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진료를 하여야 함은 기본이다. 아울러 이러한 본인의 노력 및 환자와의 관계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가능한 세세하게 진료챠트에 기록으로 남겨놓는 것이 필요하다. 추가로 필요한 영상자료나 검사 등을 빠짐없이 시행해 놓는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충실하게 작성된 의무기록은 피치못할 의료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제3자에 의한 감정 시 주치의의 환자를 위한 성실한 노력을 평가받는데 큰 역할을 하며 억울하지 않은 판정을 받는 데에도 그 무엇보다 결정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선진국의 특징은 매사 치밀한 매뉴얼을 바탕으로 한 시스템으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이는 다양한 업무의 진행에 있어 인적 요소의 영향이 최소화 되고 누가 어떤 역할을 맡더라도, 해당 업무의 일관성과 질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버금가는 경제 수준과 국력에도 불구하고 밥 한끼 먹기 어렵던 시절에서 너무 빠르게 성장을 한 탓에 사회가 운영되는데 이러한 매뉴얼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훈련도 잘 안되어 있고, 아예 경험이 없는 경우도 많다. 기존의 의료감정 평가에 있어 불신이 초래된 이유도 의료감정 평가에 대한 세심한 시스템의 부재로 비슷한 상황에 대해서도 평가자 마다 극과 극의 해석이 나오는 등 과도한 인적 요소 변수에 의한 일관성 부재에 기인한 바가 크다. 따라서 이번에 의협이 추진하는 (가칭)의료감정평가원의 가동을 계기로 치과의료감정평가원의 설립은 보다 선진국적인 제도 확립이라는 측면에서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다만 아주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의협의 의료감정평가원과 별개로 치과의료감정평가원을 두는 부분에 대하여는 한번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중대성이 떨어지는 단순한 보험사 의료 평가와 같은 것은 현재의 개인 전문의의 평가로도 족할 듯 한데, 법원에서 분쟁중인 중요 감정의 경우 치과분야에서 그리 자주 있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조직의 운용 효율성과 실효성을 볼 때 의협에서 추진하는 의료감정평가원과 협업을 통하여 공유할 부분은 공유하면서 치과의료감정 평가업무를 진행하는 것도 한번쯤은 고려할 만 하다고 판단된다.


만일 가까운 시일에 치과의료감정원이 출범하게 된다면 의협에서 제시하고 있는 의료감정평가원의 기본평가 원칙과 마찬가지로 사안이 중요한 감정의 경우 복수 및 교차 평가시스템을 도입하고, 평가자의 자격도 인증시험 등을 통하여 기본 소양을 갖추도록 하며, 이를 데이터 베이스화하여 판례로 남겨 추후 감정에 참고 하고 또한 교육자료로 삼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치과의료감정원의 공신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치과의사 감싸기는 절대 지양해야 할 것이며, 절대 중립적인 입장에서 공정성을 확립하는 것이야 말로 장기적으로 치과의사의 위상을 지키고, 진정 치과의사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