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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 감염자의 병리생태

코로나19 파헤치기(2)

2019년 12월 시작된 COVID-19가 단기간에 전 세계 1억5000만여 명을 감염시키고 300만 명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 1년이 지난 현재도 진행 중으로, WHO는 최소 17개국에서 COVID-19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본지는 중앙약사심의위원인 김영진 박사를 통해 코로나19와 관련한 유용한 지식들을 중심으로 1.COVID-19의 과거와 현재 2.감염자의 병리생태 3.감염자의 치료와 대증요법 4.예방백신의 종류와 특성 등에 대한 칼럼을 4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19’(이하 COVID-19) 유발바이러스인 ‘SARS-CoV-2’에 감염되면 2~3일에서 최장 2주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쳤다가 다양한 임상증상이 나타난다. 주로 무기력감, 37.5도 이상의 고열과 기침, 인후통, 가래, 근육통, 두통, 호흡곤란, 폐렴증세가 발생한다. 병세가 심해지면 폐 손상에 따른 호흡부전이나 사이토카인 폭풍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COVID-19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증상이 매우 다양하다는 점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웹사이트에는 현재 COVID-19 증상으로 11가지가 공식적으로 등록돼 있다. 처음에 CDC는 발열(오한), 기침, 호흡곤란만을 증상목록에 올렸었으나 감염자의 임상사례가 늘고 연구가 더욱 진행되면서 근육통, 두통, 미각 또는 후각상실, 인후통 등을 추가한 데 이어 피로, 콧물, 메스꺼움, 구토, 설사까지 주요증상에 포함시켰다.


COVID-19의 증상발현 초기 단계는 발열에서부터 시작해 기침과 근육통을 거쳐 메스꺼움이나 구토, 그리고 마지막으로 설사 순으로 진행된다. 만약 발병초기에 설사를 경험한 환자들은 대부분 나중에 심한 폐렴이나 호흡부전을 겪게 되므로 설사증상은 중증진행의 예고징후로 볼 수 있다. 특히 ‘리노바이러스’도 그렇지만 COVID-19 유발바이러스 ‘SARS-CoV-2’는 폐를 직접적으로 공격하기 때문에 발병 초기에 설사증세가 나타나면 치명적인 호흡부전으로 진행되기 쉽다. COVID-19에 이환된 후 폐 섬유화 현상이 나타나면 CT나 엑스레이 상으로 폐 영상이 하얗게 나온다. 원래 폐를 엑스레이나 CT로 촬영을 하면 방사선이 잘 투과되므로 검게 나와야 정상이다. 그런데 COVID-19에 걸렸을 때 폐 섬유화가 빠르게 진행되어서 나타나는 방사선 불투과상으로 인해 새하얗게 변해버린 영상을 보는 순간 환자와 의사 모두 큰 충격에 빠져버리게 된다. 이처럼 COVID-19 바이러스인 ‘SARS-CoV-2’에 폐가 공격당하면 일단 회복되더라도 COVID-19를 앓는 동안에 이미 진행되어버린 비가역적 폐 섬유화로 인하여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의 경우처럼 일평생을 호흡부전으로 고생하며 살아가야 된다.


COVID-19의 경우 일단 걸렸다가 완치된 후 다시 병에 걸리는 재발간격도 몇 달 사이의 짧은 주기라는 것이 드러났다. 즉 인플루엔자와 같은 일반 바이러스 감염증의 재발주기가 몇 년 단위인데 반해 COVID-19는 몇 개월 단위로 줄어들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덴마크의 연구자들은 “1차 유행 때 감염된 사람은 중화항체와 면역세포가 6개월까지만 지속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재발간격이 짧으면 인간에게는 더욱 위협적인 감염병이 되는 것이다.


바이러스는 일반세균과 달리 자체만으로는 증식이 불가능하다. 사람이나 동물과 같은 숙주세포 내에 침투해 세포구조에 적응하면서 숙주유전자와 결합한 후 상호복제를 통해서만 증식한다. 이처럼 인체에 들어온 코로나바이러스는 인체세포 내에서 자신의 유전정보가 담긴 '유전체 RNA'를 번역하고 생산함으로써 증식과 동시에 여러 '비구조단백질'들도 창출해 낸다. 이 비구조단백질들은 인체 내에서 일어나는 고유의 정상면역 반응을 방해하면서 바이러스유전체 복제과정을 거쳐 짧은 시간 내에 바이러스들이 반복증식을 거듭하도록 만든다.


그러므로 항생제를 통해 일반세균을 살균하거나 제거하듯이 바이러스를 죽일 수는 없다. 바이러스가 이미 사람세포에 동화됐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죽이게 되면 이미 바이러스가 자신의 일부분이 되어버린 정상세포까지도 큰 손상을 입게 되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숙주 세포손상 없이 DNA바이러스나 RNA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는 단백질이나 효소를 투입하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그러자 바이러스는 사람의 면역체계 속에 숨어들어가 일단 휴지기에 접어들고 외부에 나타나지 않는 전략을 펼쳤다. 그러다가 약효가 사라지면 다시 나타나 복제활동을 재개한다.


‘레스터’ 대학의 임상 바이러스 학자인 ‘줄리안 탕(Julian Tang)’ 박사는 “HIV(후천성면역결핍증)나 헤르페스 바이러스(DNA 바이러스)를 비롯한 여러 바이러스들이 위와 같은 숨어들기 전략을 이용하고 있는데 COVID-19 역시 그러한 유형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스파이크나 외피에 존재하는 구조단백질은 세포내로 쉽게 침투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장치의 설계도 역할을 한다. 그 결과 세포 안으로 쉽게 침투한 구조단백질과 유전체 RNA는 바이러스 입자를 재형성한 다음 감염된 세포에서 이탈해 인접한 새로운 세포에 대한 감염과정을 거듭한다. 그러다 치료나 백신이 들어오면 재빠르게 변이를 일으켜 약제를 무력화시킨다. 그것이 COVID-19 치료제나 백신 개발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의 하나다.


과학자들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세 가지 유형의 약물을 개발해왔다. 그 중 가장 일반적인 첫 번째 유형은 바이러스가 복제되는 것을 사전에 막아주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사람의 면역체계가 바이러스와 싸울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고 더 나아가 완치에 이를 수 있도록 바이러스 소멸을 유도하는 것이다. 두 번째 유형은 사람의 면역체계를 강화해 바이러스와 싸울 수 있는 스스로의 힘을 길러주는 방식이다. 세 번째 유형은 반대로 면역기능을 저하시키는 약물요법인데 이는 갑자기 면역반응이 증폭되어 치명적인 상황에 이르게 하는 사이토카인 폭풍을 최대한 지연시켜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유사질환에서의 증상 발현 순서  

              
   
 바이러스가 인간을 대상으로 일으키는 감염증은 보통 상기도나 소화기 선에서 진행이 차단되지만 만약 폐를 뚫고 들어간다면 예후가 매우 좋지 않다. 이 경우 다른 바이러스보다 특히 COVID-19가 왜 엄청난 치사율을 가진 것인지 확연히 알 수 있을 정도로 증상이 악화된다. 일단 폐가 뚫리고 나면 COVID-19는 악착같이 주변장기로 침투해 재빠르게 확산하면서 환자에게 가장 치명적인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을 유도한다. 사이토카인 폭풍이란, 외부에서 침투한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 인체 내에서 면역반응이 과다하게 이루어지면서 자기 몸의 정상세포까지 공격하는 현상을 말한다. 즉 면역물질인 ‘사이토카인’의 과다분비로 정상세포들의 DNA가 변형되면서 일어나는 과잉면역반응에 의해 나타나는 이 현상은 인체에 갑작스런 고열과 장기손상을 일으켜 단기간 내 사망에 이르게 한다.


사이토카인 폭풍이라는 상황에 다다르면 면역체계가 뇌의 시상하부를 자극하여 40도 이상의 고열을 유발하면서 인체는 핵폭탄 급 사생결단 준비에 돌입한다. 즉 우리 몸의 면역체계와 바이러스가 생사를 걸고 최후의 일전을 벌이는 것이다.


이 싸움에서 면역계가 이기면 감염증이 극복되겠지만 만약 진다면 인체 장기는 더 큰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못하고 제풀에 사멸한다. 이러한 장기손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첫째, 체온이 급격히 상승하면 40도 쯤부터 우리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에 변형이 오기 시작하여 조직이 스스로 익어버리기 때문이다. 둘째는 설령 장기가 스스로 익지 않는 경우라 해도 면역반응에 의해 도출된 종양괴사인자가 정작 병원체를 상대로는 효과를 못 보고 우리 몸의 중요장기만 스스로 파괴하는 ‘자가면역 반응’이 일어나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한다. 특히 젊은 사람은 면역력이 강해서 바이러스에게 한 번 뚫리면 면역계의 강력한 과잉반응에 의해 신속하게 고열로 치달아버리기 때문에 더욱 빠르게 비가역적 장기손상이 일어난다. 1914년대부터 1918년 11월까지 계속되던 1차 세계대전 중 수천만 명의 희생자를 발생시킴으로써 결국 종전에 이르게 한 ‘스페인 독감’의 치사율이 유달리 높았던 이유도 바로 사이토카인 폭풍 때문이었다.


지난해부터 국내 제약사들이 잇달아 COVID-19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개발성공 소식은 쉽게 들려오지 않는다. 이는 SARS나 MERS 등 기존 코로나바이러스 질환에 사용했던 치료제를 COVID-19 대응목적으로 어렵지 않게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지만, 한층 더 진화해버린 COVID-19 유발바이러스인 ‘SARS-CoV-2’에 대해서는 충분한 효능을 나타내지 못하거나 부분적인 효과발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