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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예방을 위해 이닦이를 금지하는 것은 올바른 결정일까?"

Relay Essay 제2450번째

초등학교 2학년과 5학년에 다니는 제 아이들은 점심을 먹고 학교에서 이를 닦지 않습니다. 2학년 아이는 매일 학교에서 점심 급식을 먹고는 이를 닦지 않고 집으로 오고, 목요일과 금요일에만 학교에 가는 5학년 아이는 점심 급식을 먹고는 이를 닦지 않고 오후 수업을 한 후 집으로 옵니다. '밥을 먹은 후 이를 닦아야 한다'라는 가르침은 오롯이 집에서 담당해야 할 몫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 적에도 학교에서 이를 닦는 시간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베이비붐 세대여서 웬만한 초등학교는 2부제, 심지어는 3부제 수업도 했으니 점심 도시락을 먹고 모두 이를 닦으러 수도꼭지 앞에 몰렸다면 아수라장이 되었겠지요. 그래서 점심 먹고 이를 닦는 친구는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유치원과 학교 양치시설 설치를 지원하면서 미흡하나마 쾌적한 양치시설을 갖춘 학교들이 늘어났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아동·청소년의 점심 직후 양치질 실천율을 증가시킨다.”는 국가정책목표를 세우고, 2020년도까지 아동(7-12세)과 청소년(13-18세)의 점심 직후 양치질 실천율을 50% 수준으로 증가시킨다는 목표 아래 여러 가지 학교를 기반으로 한 구강건강 증진사업을 시행했지요.

 

2011년부터는 초등학교에 양치시설을 설치·운영하는 사업을 실시해 2011년 30개, 2012년 31개, 2013년 8개 학교에 양치시설을 설치하는데 국고보조금을 지급했습니다. 하지만, 2014년부터 국고보조금은 중단됐고, 이제 초등학교의 양치시설 설치는 지자체와 초등학교의 몫입니다. 전국의 초등학교 수가 6,087개라니 중앙정부가 양치시설을 지원한 초등학교 수는 우리나라 전체 초등학교 수의 0.01% 입니다. 물론 중앙정부의 지원이 시발점이 되어 지방정부와 학교의 재원으로 개선된 양치시설이 설치되었습니다. 보건복지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교의 8.3%에 개선된 양치시설이 설치되었다고 하네요.1)

 

양치시설이 효과도 없고 요구가 없어서 중앙정부의 지원은 중단되고, 지방정부의 지원이 미흡한 것일까요?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학교와 지역아동센터에서 이닦이와 손씻기를 할 수 있는 건강증진프로그램의 요구도가 다른 요구에 비해 가장 높고, 양치시설이 있는 학교의 점심식사 후 이닦이 실천율은 없는 학교에 비해 2배 높습니다.2)

 

경제성 분석 역시 중앙정부가 69개 학교에 지원한 양치시설의 설치와 운영에 들어간 돈이 8억 가까이 되는데,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평생 구강건강의 편익이 150억~17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하니,3) 요구도 높고 효과도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양치시설을 통해 손씻기 실천율도 높일 수 있으니 구강위생 뿐만 아니라 손 위생을 통한 감염성 질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겠지요. 건강의 사회경제적 결정요인과 환경 개선을 통해 건강한 삶을 누릴수 있도록 하자는 21세기 보건의료의 방향에 부합하는 정책이었는데 중앙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사라진 사업이라 아쉬울 뿐입니다. 건강한 치아로 평생 건강을 지키는 것은 각자의 노력에 맡길 뿐이라는 대한민국 구강보건정책의 철학이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 중단에 이어 드러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 와중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점심 식사 후 이닦이는 '비말확산'으로 감염의 기회를 늘리는 행동으로 하지 말아야 하거나, 이를 닦으려면 협의가 필요한 행동이 되어 버렸습니다. 제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닙니다. 작년 5월, 교육청에서 유치원으로 내려온 '유치원 개학 준비 및 등원수업 운영방안' 공문의 붙임 문서인 '개학 후 유치원 일일 건강 안전 수칙'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양치지도는 '비말 감염을 고려한 양치 지도(가글) 여부 협의 필요'라고 되어 있으니까요.

 

2013년 미국 동부의 브릿지포트에 세계 최초의 치과위생사 양성학교를 만든 알프레드 폰스는 학교 졸업생 10명이 매일 초등학교 아동의 구강보건관리를 할 수 있도록 시 교육청을 설득했습니다. 학교 구강보건 프로그램을 실시한 학교 아동의 치아우식은 3분의 1로 줄었고, 학교 성적도 향상되었을 뿐만 아니라, 브릿지포트 시는 미국의 다른 도시들에 비해 1918년부터 유행한 스페인 독감도 잘 이겨냈습니다. 21세기 들어서는 치과의사나 치과위생사 같은 전문가에 의한 치면세균막관리가 인플루엔자 감염 발생의 상대적 위험을 90%나 줄여주거나,4) 클로로헥시딘 양치용액을 스폰지에 묻혀 이를 닦는 구강위생관리를 통해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17명의 환자당 1명의 인공호흡기 관련 폐렴을 예방할 수 있다5)는 일련의 연구 결과들을 접했지만, 코로나 감염병 확산 이후부터는 불량한 구강위생관리가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과 관련이 있다6)거나 시판용 구강양치용액이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을 막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7)도 나오고 있는데 이닦이에 '비말 감염'을 고려해 협의가 필요하다는 교육청의 공문은 당황스럽습니다.

 

이닦이가 비말감염의 원인일지 감염병 예방 행위일지는 근거를 찾거나 만들어 건강 지침을 만들 문제이지, 이닦이 자체를 금지해야 하는 것일까요?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이닦이를 할 수는 없을까요? 영어권 국가들의 코로나 감염병 확산 시기 학교 이닦이 지침에도 학교에서 이닦이를 하지 말라고는 되어 있지 않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이를 닦도록 지도하거나, 감독 하에 이닦이 지도를 하도록 지침을 주고 있습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필요한 지침과 근거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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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보건복지부. 바른양치실천조사. 한국건강증진재단. 2013
2) 신선정 외. 지역아동센터 교사의 양치질 지도여부에 따른 아동과 교사의 구강보건행태. 치위생과학회지 2015;15(1):24-31.
3) 이화영 외, 초등학교 양치시설 설치운영사업의 비용편익분석. 보건경제와 정책연구 2019;25(1):1-27.
4) Shu et al. Professional oral care reduces influenza infection in elderly. Arch Gerontol Geriatr. 2006;43(2):157-164.
5) Fang et al. Oral hygiene care for critically ill patients to prevent ventilator-associated pneumonia. Cochrane Database Syst Rev. 2016 Oct; 2016(10): CD008367.
6) Maria et al. Oral hygiene habits and possible transmission of COVID-19 among cohabitants. BMC Oral Health. 2020;20:286.
7) Chaminda et al. Efficacy of commercial mouth-rinses on SARS-CoV-2 viral load in saliva: randomized control trial in Singapore. Infection. 2020;1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