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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유감

황충주 칼럼

우리가 식품을 살 때 먼저 확인하는 것이 유통기간이다. 특히 신선도가 중요하거나 변질하기 쉬운 제품이라면 유통기간은 더 중요하다. 유통기한은 식품이 만들어진 이후,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판매되고 유통할 수 있는 기간을 뜻한다. 식품은 공기와 접촉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변질할 수 있고 변질한 음식을 먹게 되면 식중독을 유발하거나 복통에 시달리는 등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으므로 식품을 구매할 때는 반드시 유통기한을 확인해야 한다.


식품의 신선도를 나타내기 때문에 유통기한을 넘긴 식품은 부패하거나 변질하지 않았더라도 판매를 할 수 없으므로 반품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해서 모두 먹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유통기한 표시방식이 안전성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지만 사용할 수 있는 식품을 폐기하도록 한다는 지적이 일자, 보건복지부는 2012년 7월부터 판매할 수 있는 유통기한과 먹어도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소비기한을 나눠 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 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0~5℃ 냉장 온도를 잘 유지할 경우, 요플레 소비기한은 유통기간 후 7일에서 10일 정도이며 우유는 개봉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제대로 냉장 보관한 상태에서는 소비기한이 최대 45일이라고 한다.


와인은 다양한 종류만큼이나 그 맛과 향도 매우 다양하며 보관 상태와 제조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어 유통기한을 별도로 표기하지 않는다. 와인의 품질을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는 세균 번식을 막고 맛과 향을 오래도록 유지하게 사용하는 아황산가스이다. 품질이 뛰어난 포도로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고급 카베르네 소비뇽은 약 50년 정도 보관이 가능하다고 하며 부르고뉴와 삐노 누와는 15~30년 정도 보관할 수 있고, 론즈 레드와 신대륙의 고급 시리즈 등은 10~25년 정도 보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와인은 오래 숙성할수록 고급품으로 알지만, 적포도주의 경우 품질이 좋은 원료를 사용했을 때 10~15년 정도 지나야 가장 맛이 좋다고 한다. 그 후 30~40년 정도 맛을 그대로 유지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특유의 맛과 향이 사라진다고 한다. 보졸레 같은 와인은 고급품이지만 5년 안에 마시는 것이 좋다고 하며 와인의 유통기한은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 달라서 아무리 고급품이라 해도 100년 이상을 보관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사랑과 같은 감정에도 유통기간이 있을까? 이유가 있어야 만나는 사람을 지인이라고 하고 이유가 없어도 만나는 사람을 친구라 하고 이유를 만들어 만나는 사람을 연인이라고 한다. 남녀가 첫눈에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시간은 0.0005~10초 사이, 대화나 메신저로 상대의 호감도를 판단하는 시간은 80~200초 사이라고 한다. 결혼정보업체에서 몇 년 전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사랑의 유통기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혼남녀 절반 이상(56.0%)은 사랑의 유통기한이 있다고 생각했고 남성은 평균 10.8개월, 여성은 평균 14.3개월로 여성보다 남성의 사랑의 유통기한이 더 짧았고 약 3.5개월 차이가 났다.


미국 코넬대학교 인간행동연구소의 신시아 하잔 교수는 2년 동안 미국인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사랑의 유효기간은 평균 18~30개월 정도라고 한다. 사랑에 빠지면 뇌의 미상핵 부분이 활성화돼서 도파민이 분비되는데, 이로 인해 기쁨이 샘솟고 행복한 감정에 빠진다. 이성을 볼 때의 두근거림이나 아무리 피곤해도 늦게까지 같이 있고 싶은 열정 같은 것들은 모두 이 호르몬의 작용이다. 그러나 사랑에 빠지고 1년이 지나면 도파민의 분비가 50%로 줄어든다고 한다. 사랑의 초창기에는 미상핵의 활동이 늘어나서 열정적이고 감정적으로 판단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미상핵 활동은 줄고 대뇌피질의 활동이 늘어 이성적으로 판단하게 되어 흔히 얘기하는 대로 눈에 씐 콩깍지가 벗겨지는 것이다. 진화심리학자들은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그 아이가 혼자서도 생존할 수 있게 되기까지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이 최대 900일 정도라고 하며 결혼 4년 차에 이혼이 가장 많은 것도 같은 이유라고 한다.


사랑의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서는 대화를 자주 하거나, 연애 감정에 매달리지 않고, 애정 표현을 자주 하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 비결이라고 한다.


5월은 가정의 달로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이 있다. 부부의 날은 생소하지만 매년 5월 21일로 두 사람(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로 2007년부터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었다. 한 가정이 국가와 사회의 기초라면 그 가정의 원초적 기초는 바로 부부이며 부부가 사랑하고 화목해야 가정과 사회가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다.


사랑에 유통기간이 있다고 하지만 부모의 사랑이나 선생님의 사랑은 언제나 내리사랑이며 희생적이며 유통기간이 없는 것 같다. 소설가 박완서는 “부모의 사랑은 아이들이 더우면 걷어차고, 필요할 땐 언제고 끌어당겨 덮을 수 있는 이불 같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금은 아이들이 이불 속이 덥다고 칭얼대고 조금 지나면 서늘하다고 이불을 끌어당길 때 조용히 그 이불을 다시 덮어주는 손길이 부모의 사랑이다. 그러나 가정의 달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아동학대로 숨지는 아이들이 있고 부모를 폭행한 자식들이나 부부의 갈등에 관한 뉴스를 보면서 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해진다. 1년, 12달이 가정의 달이 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해 5월만이라도 지켜주기를 바라지만 그러지 못한 현실이 아쉽다. 당연한 일에 감사하고 서로를 배려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한 사회가 되어 자녀, 부모, 부부, 선생님의 사랑이 변질되지 않고 유통기간이 오래 유지되어 무한히 길어지길 바라는 요즘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