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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리듬’이다!

코로나 극복을 위한 힐링 경영캠프

치협 경영정책위원회가 치의신보·치의신보TV와 함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의 위기 및 역경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자는 취지로 우리 사회 저명인사들의 칼럼 시리즈를 격주로 게재합니다. 치과경영 및 치과의료인의 삶에 새로운 자극, 위로와 활력소가 되길 바랍니다.<편집자주>

 

 

김정운 소장

 

: 문화심리학자이자 여러가지문제연구소장이자 ‘나름 화가’.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디플롬, 박사)했다.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전임강사 및 명지대학교 교수를 역임했으며, 일본 교토사가예술대학 단기대학부에서 일본화를 전공했다.
2016년 한국으로 돌아와 여수 남쪽 섬에 살면서 그림 그리고, 글 쓰고, 가끔 작은 배를 타고 나가 눈먼 고기도 잡는다. 《중앙선데이》 ‘김정운의 바우하우스 이야기’를 연재 중이며 『바닷가작업실에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에디톨로지』,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남자의 물건』, 『노는 만큼 성공한다』 등을 집필했다.

 

 

병원에 가면 하여간 기분 잡친다. 아침부터 일찍 오라 해놓고 겨우 몇 분 진단하고 끝이다. 아예 환자 얼굴도 안 보는 의사도 있다. 도대체 원격진료나 인공지능에 진단받는 것하고 무슨 질적인 차이가 있나 싶다. 치과의사는 그래도 좀 나은 편이지만, 크게 다르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긴 힘들다. 만약 내가 의사였다면 달랐을까? 아니다. 그런 작업환경에서 친절하고 부드러운 태도를 기대하는 건 방앗간에서 소고기 내놓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 좁은 방에서 온종일 아프다며 오만상 찌푸리고 오는 환자들만 봐야 한다. 많게는 하루에만 수십 명이다. 진료실 공기는 매번 아주 건조하고 탁하다. 심리학적으로 3D업종도 그런 3D가 없다. 문제는 의사 스스로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지쳐간다는 사실이다. 번-아웃에 빠진 의사의 일상은 무엇보다도 공감 부재의 의사소통 장애로 나타난다.


인간은 날 때부터 ‘거울뉴런(mirror neuron)’을 갖고 태어난다. 타인의 정서표현을 흉내 내는 능력을 갖추고 태어난다는 이야기다. 그 이전에도 모방능력을 갖추고 태어난다는 연구결과는 있었다. 그러나 정서표현을 모방하는 뇌의 뉴런 작동을 구체적으로 발견한 것은 20세기 후반의 일이다. 심리학적으로 엄청나게 중요한 발견이다. 일부 원숭이들도 이 능력을 갖추고 태어난다. 그러나 인간처럼 세분되어 있지 않다. ‘거울뉴런’의 작동은 인간의 공감 능력, 더 나아가 소통능력의 기초가 된다. 인간문명은 바로 이 ‘거울뉴런’에 기초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왜 슬프면 우는가? 왜 기쁘면 웃는가? 공유해달라는 거다. 정서표현은 전적으로 사회적이다. (물론 혼자 정서표현을 하는 경우도 많다. 심리학에서는 내재화된 또 다른 사회적 자아와의 상호작용으로 해석한다.) 의사를 둘러싼 사회문화적 맥락은 이 ‘거울뉴런’의 작동을 심각하게 방해한다. 생각해보라. 매번 환자의 고통에 공감하면 의사는 죄다 돌연사하게 된다.


‘거울뉴런’은 도대체 무엇을 모방하는 걸까? 인간의 정서는 ‘강도’, ‘시간’, ‘형태’로 표현된다. ‘거울뉴런’은 바로 이 세 가지 차원을 흉내 내며 상대방의 정서 상태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정서표현의 세 가지 요소를 단 하나로 요약하면 ‘리듬’이다. 얼굴표정, 몸짓, 말투의 ‘리듬’이 정서표현의 가장 중요한 차원이라는 이야기다. 오늘 처음 만나 불과 몇 분 이야기한 것만으로도 우리는 상대방의 성격을 특징짓는다. ‘거만하다’, ‘착하다’, ‘차분하다’, 등등. 도대체 그 기준이 뭘까? 그 사람의 행동, 표정, 말투가 갖는 특유의 리듬이다. ‘거울뉴런’의 작동이 망가지면 정서표현의 ‘리듬’ 또한 지극히 비상호작용적이 된다. 상대방을 불편하게 한다는 이야기다. 


의사의 ‘거울뉴런’을 억압하는 열악한 사회문화적 맥락을 이겨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삶의 리듬을 되찾아야 한다. 즐거워야 한다는 이야기다. 내 삶이 즐거우면 내 표정, 말투, 행동은 저절로 활기찬 리듬을 갖는다. 상대방의 리듬과 잘 어울린다. 타인을 기분 좋게 한다. 그러나 내가 슬프고 괴로우면 내 몸의 리듬은 흐트러진다. 가장 힘든 상황은 열등감이나 불안, 혹은 분노의 상태다. 아, 한 사람이 이런 상태면 주위 사람들 모두가 병들게 된다. 병원에 들어서며 간호사에게서 느껴지는 리듬으로 난 그 병원 원장의 정서 상태를 바로 예상하게 된다. 틀린 경우가 거의 없다.


어떻게든 기분 좋은 상태로 환자를 만나야 한다는 이야기다. 환자를 만나기 전, 자신의 정서적 상태를 치밀하게 성찰해야 한다. 짜증나고, 화난 상태에서는 가능한 한 진료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 서로 망하는 길이다. 내가 일하는 환경도 아주 치밀하게 계획해야 한다. 어떻게든 기분 좋고 즐거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바쁘지 말아야 한다. 감당할 수 없는 삶의 속도는 내 정서적 리듬을 철저히 망가뜨린다.


바쁜 행복은 없다. 행복은 아주 느린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