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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付託)’과 ‘청탁(請託)’, ‘압력(壓力)’과 ‘협력(協力)’, 그리고 ‘의리(義理)’

시론

‘부탁’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을 해 달라고 당부하거나 맡김.”으로 설명되어 있고, ‘청탁’의 사전적 의미는, “청하여 부탁함.”으로 설명되어 있어, 얼핏 보면 두 가지 의미가 비슷해 보인다. 그런데, 사전에 나와 있는 예문을 보면, 그 차이가 조금은(?) 구별된다. “어떤 사람의 ‘부탁’을 들어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가 ‘부탁’의 예문이고, “‘청탁’의 대가로 업자들에게 뇌물을 받은 공무원들의 명단이 밝혀졌다.”가 ‘청탁’의 예문이다. 즉, ‘부탁’은 거절이 가능한 일이고, 일이 성사되지 않아도 그만인 것이고, ‘청탁’에는 대가가 따르고, ‘부탁’보다는 강한 의미여서 되도록 들어 주어야 하는 것이 ‘청탁’인 것이다.


자신의 자녀가 ‘모교 부속치과병원’ 수련의 선발 전형에 지원하게 되는 경우, 치과의사인 부모는 ‘부탁’을 해야 하는지 ‘청탁’을 해야 하는지 판단이 가능하다면, 더 이상 이 글을 읽지 않아도 되는 독자분이 된다. 면접 평가를 비롯한 모든 성적 평가를 종합했을 때, 다소 부족한 면이 발견되어, ‘공정한 평가’를 수행했음에도 ‘불합격’했음을 ‘부탁’을 한 분에게 예의에 맞게 알려드린다면, ‘부탁’을 받은 입장에서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음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주고 받은 것은 ‘금품’이나 ‘특혜’, ‘향응’이 아니고, 서로간의 ‘신뢰’였기에 서운할 일은 없는 것이 된다고 생각하는 게 필자만의 생각이 아니길 바란다. 이러한 차이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후배 원장의 ‘자녀’를 인턴 면접에서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이 처음 만나고, 서류를 보는 순간 알게 되어, 결국 부모님 안부도 묻지 못하고 돌려보내는 상황을 간혹 겪으면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부탁’ 자체를 어색해 하는지를 알 수 있는 예로 들어 보았다.


‘압력’과 ‘협력’이라는 단어의 차이를 생각해 보자. 사전적 의미로는, ‘압력’은 “남을 자기 의지에 따르도록 압박하는 힘.”으로 정의되어 있고, ‘협력’은 “힘을 모아 서로 도움.”으로 설명되어 있다. ‘압력’과 ‘협력’의 차이가 잘 이해 안 가시는 독자분들이 계시다면, 전공과 관련된 예를 하나 들면, ‘dental floss’를 ‘치실’이라고 일반인들은 번역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이 제품이 최근 다양하게 여러 회사에서 제품이 출시되다 보니, 투명한 플라스틱 통에 색실이 감겨져 있는 제품이 출시된 것도 발견하게 된다. 눈에 띄는 제품이라고 여긴 교수들 중, ‘압력’을 가하기를 좋아하는 ‘교수’라면, 당장 해당 제품의 제조 및 판매회사에 연락하여,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제품 몇 박스를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고, ‘협력’을 좋아하는 교수라면, 어느 날 전시장의 부스에서 그 제품을 만났을 때, 담당자들에게 제품의 장, 단점 및 개선점 등을 알려주면서, 추후 학회에 와서 제품 소개 등을 부탁하는 태도가 ‘협력’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의리’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자. 사회경제적으로 필자보다 모든 업적에서 훌륭한 후배를 알고 지내다 보면, 성격도 좋고 배울 점도 많아 모든 자리에서 자랑스러운 후배로 언급하면서, 필자가 그 후배의 선배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그 후배의 도움이 필요했던 순간에, 믿고 지냈던 그 후배가 필자와 약속했던 내용과는 반대로 행동한 것을 알게 되는 순간, 그동안 후배를 철석같이 믿고 있던 필자가 느끼는 허탈감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이와는 달리 인간관계에서 부족함이 많은 필자에게 막연한 존경심을 표하면서 따르는 후배도 있다. ‘예방치과’를 담당하는 필자도 가끔 치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필자가 이런 후배들에게 구강 진료를 맡기면, 한사코 필자 편의를 봐 주면서 진료를 해 준다. 보답은 못하더라도 ‘재료비’는 주어야겠다고 건넨 봉투를 다음에 들고나와 밥값을 내는 후배들이다. 필자 역시 이 후배들을 보면서 필자를 인정해 주는 선배들의 부탁은 거절하지 않는다. 이 후배들이 필자를 대하는 태도를 필자의 선배들도 느끼고 싶어하실 것을 예상하기 때문이다. 감사하게도 그 선배들은 필자를 ‘의리 있는 후배’라고 표현을 해 주셨다.


최근 우리 구강보건계(치과계)는,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치과계의 ‘수장’인 치협 회장의 ‘사의 표명’으로 보궐선거를 치르게 되었고, 회원들과 임원들이 중지를 모아 이 위기를 잘 이겨내야 하고, 그럴 것으로 기대한다. 다시 이런 어려움을 겪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하는 ‘반성의 덕목’에는,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청탁과 압력’에 의존한 적은 없는지를 반성해야 하고, 항상 ‘부탁과 협력’으로 일을 처리했는지, 그리고 ‘의리’를 지켰는지 후향적 검토를 해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