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널리 쓰이는 문서 작성 소프트웨어(SW) ‘한컴오피스’ 개발사인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가 불법 SW 사용 근절을 내걸고 치과 개원가에 무차별적으로 공문을 보내고 있어 원성을 자아내고 있다.
한컴은 최근 다수의 치과병·의원에 ‘한컴 SW 저작권 준수 여부 확인 요청의 건’이라는 제목의 SW 저작권 단속 공문을 발송했다.
한컴은 해당 공문을 통해 전국의 병원·보건업의 정품 구매 비율이 전체의 11.2%에 그친다고 전제하며, 자사 제품의 구매 내역이 없는 병원의 경우 잠재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음을 우려해 일괄적으로 공문을 발송했다고 전했다.
이어 공문을 수신한 날로부터 5일 이내에 SW 사용 및 정품 구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정품 SW 사용 현황 확인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 한컴 측은 한컴오피스 정품 사용을 장려하기 위한 캠페인 차원이었다는 설명이다.
한컴 관계자는 “정품 SW 사용자에 대한 보호와 함께, 불법 SW 사용으로 인한 법적·경제적 손실에 대한 사전 예방을 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치과 개원가에서는 한컴이 불법으로 SW를 사용한다는 명확한 근거 없이 무차별 공문을 발송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실제로 불법 SW를 사용하지 않고 있거나, 정품 SW를 사용하고 있다는 치과에도 해당 공문이 발송됐다는 황당 사례도 보고된다. 결국 SW 구매를 늘리려는 상술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까지 나온다.
서울 성동구의 A 치과 원장은 “SW 저작권 준수 확인은 사업자의 권리이고 캠페인 차원이라고 해도, 위법 사실 여부도 파악하지 않은 무차별 공문 발송과 더불어 5일 이내 답변하지 않을 시 법적 분쟁을 암시하는 협박성 내용에 기분이 나쁜 것이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한컴의 ‘아니면 말고’ 식의 무차별 공문 발송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6년 치과 개원가에서는 이에 대해 일종의 ‘협박성 피싱’이라며 강한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당시 인천의 한 치과 원장은 “한컴의 공문은 모든 치과의사를 불법 SW를 사용하는 ‘잠재적 범죄자’로 예단하고 있다”며 “다수 개원의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입수해 공문을 발송했는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겠다”며 소송전을 불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한컴의 무례한 행태는 시정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한컴 관계자는 “한컴오피스 사용이 많은 업종 중 정품사용률이 현저히 낮은 직군을 대상으로 정품 사용에 대한 확인과 안내를 진행하고 있다”며 “해당 공문은 단속에 대한 공문은 아니며, 필수로 회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